비밀의 숲 ‘곶자왈’ 희한하네

입력 2011-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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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으로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제주 곶자왈. 이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해 여행객들의 산책로로 제격이다.

■ 제주도 동백동산 ‘선흘 곶자왈’

변산일엽 등 희귀식물 ‘수두룩’
아아용암지대, 땅에 구멍 송송
제주에는 사시사철 푸른 숲이 있다. 제주 사람들은 이 곳을 ‘곶자왈’이라 부른다. 곶자왈은 ‘덩굴과 암석이 뒤섞인 어수선한 숲’을 가리키는 제주방언이다. 거목이 우거진데다 곳곳에 화산이 만들어 낸 숨골과 풍혈이 있다. 때문에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해 산책로로 제격이다.


● 생태의 보고

제주 국제공항에서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방면으로 차를 타고 30분 가량 내달리면 동백동산에 도착한다. 동백동산에는 오래된 동백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현재는 동백나무는 물론 구실잣밤나무와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비쭈기 나무 등 난대성 수종이 다수 자생하고 있다.나무 밑에는 새우난초와 보춘화, 사철난 등도 자라고 그 주위에는 백서향, 변산일엽 등의 희귀식물도 자생한다.

갖가지 희귀 식물을 살펴보면서 동백동산에 들어서자 ‘선흘 곶자왈’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제주에는 네 곳의 곳자왈이 있다. 한경의 안덕 곶자왈 지대, 애월 곶자왈 지대, 구좌의 성산 곶자왈 지대, 그리고 이날 찾은 거문오름에서 시작되는 조천 동백동산 선흘 곶자왈 지대다.

곶자왈 곳곳에 위치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구멍 ‘풍혈(風穴)’.



● 겨울엔 ‘따뜻’, 여름엔 ‘시원’

선흘 곶자왈에 들어서자 길 양 옆으로 들어선 거목과 그 주위에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이한 것은 큰 나무로 인해 햇살이 가려졌는데도 겨울의 혹한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가을 기후를 연상케 하는 서늘한 기운만 와 닿을 뿐이다. 그 이유는 곶자왈의 독특한 생성 배경에 있다.

곶자왈은 거칠고 파편으로 덮힌 일명 ‘아아용암’ 지대다. 곳곳에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생겨난 풍혈(風穴)이 다수 존재한다. 풍혈은 바람이 불어오는 땅의 구멍을 말한다. 이곳에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 ‘불모의 땅’에서 ‘신비의 땅’으로

곶자왈은 거친 용암으로 이루어져 옛부터 농토로 이용되지 못했다. 결국 ‘불모의 땅’으로 버려졌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아아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 지형을 만들었기 때문에 방목지로도 쓰지 못했다. 실제로 산책로에는 구멍이 뚫린 거친 현무암들이 많다. 걷다 보면 이 현무암을 밟아 용암 이름처럼 ‘아아’ 하는 비명 소리를 지를 듯 하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순수 자연 생태계 ‘곶자왈’. 습지까지 이어지는 2시간 왕복의 선흘 곶자왈 산책로를 완주하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다녀온 듯한 추억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제주ㅣ글·사진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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