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컨트롤 아티스트 “필생의 작품 ‘V10’ 올핸 완성”

입력 2011-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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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도 한국서도 번번이 아홉수에 막혀…“내친김에 V15·160이닝·한국시리즈 우승 쏜다”
생애 최초 두자리 승수 도전 KIA 서재응

KIA 서재응의 올시즌 목표는 15승과 2점대 방어율이다. 서재응이 시즌을 앞두고 15승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올시즌을 앞둔 서재응은 자신감이 넘친다. 2008년 국내로 돌아온 그는 지난 시즌 복귀 3년만에 이름값을 했다.

24경기에 나가 140이닝을 던지며 9승7패, 3.34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KIA에 큰 보탬을 주지 못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서재응은 ‘컨트롤 아티스트’라 불릴 만큼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다. 그는 앞으로 3년을 ‘선수생활의 마지막 승부처’로 보고 있다. 지난 3년보다 훨씬 나은 3년을 만드는게 그의 꿈이다. 생애 첫 10승을 넘어 그가 올시즌 당당히 15승 투수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3년 연속 10승 투수

1998년 뉴욕 메츠 루키리그부터 서재응은 아직 한 번도 두자릿수 승리를 해본 적이 없다. 생애 최고 시즌이었던 2003년 뉴욕 메츠에서 9승을 했고 2007년 트리플A 더햄에서 9승, 그리고 지난해 KIA에서 3번째 9승을 했다. 2005년 메츠에서 8승, 트리플A 노포크에서 7승으로 토털 15승을 한 적은 있지만 한 팀에서 10승을 올리지는 못했다.

“저한테는 10승벽이 참 높네요. 올해부터 3년 연속 10승 투수가 되는 게 저의 꿈입니다.” 서재응은 팔꿈치만 아프지 않으면 언제나 승리투수가 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복귀후 2년동안 그를 괴롭혔던 팔꿈치가 지난해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3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야구에 대한 적응도 완벽하게 끝냈다. 많이 늦었다. 하지만 올해 만큼은 생애 첫 두자릿수 승리를 서재응이 놓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변화에서 얻은 자신감


서재응은 타자를 이기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그는 오버핸드에서 스리쿼터로 폼을 바꿨다. 오른 손목의 위치를 3루쪽으로 15도 정도 내렸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 밋밋했던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예리해졌다. 올해는 팔꿈치의 위치를 조금 내렸다. 직구의 볼끝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지난해 서재응은 피처플레이트 한 가운데를 밟고 던졌다. 그동안 줄곧 플레이트 1루쪽을 밟고 던졌던 그가 가운데로 바꾼 것은 스트라이크존 적응 때문이었다. “1루쪽을 밟고 던질 때는 주심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달랐어요. 옮기고 나서 컨트롤에 큰 효과를 봤어요.” 서클체인지업을 포기하고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은 것도 좋았다.

후반기에는 투심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썼다. 투심패스트볼은 상황에 따라 그립을 3가지로 바꿔 던진다. 올시즌도 투심은 서재응의 최고 무기다. 스프링캠프의 중점과제는 포심패스트볼의 볼끝을 살리는 것이다. “직구의 볼끝을 살려야 전반적인 구종이 업그레이드 됩니다. 직구의 중요성을 잠시 잊었어요.” 양준혁은 현역 시절 “나이가 들면 계속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다. 서재응은 수시로 자신을 점검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타선을 넘어라

서재응은 롯데에 약하다. 3년 동안 롯데를 상대로 2승6패를 기록했다. 11차례의 선발등판 가운데 퀄리티스타트는 단 한번밖에 못했다. 가장 좋았던 지난해도 롯데전에서는 3경기에 나가 2패만 기록했다. 방어율이 무려 7.02다. 서재응은 “조성환 선배가 특히 내 공을 잘쳤다.

그동안 롯데 타자들에게 많이 맞았지만 올해는 상황을 역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서재응은 최강팀 SK에게는 매우 강하다. 3년 동안 5승1패를 했고 선발 등판한 9경기에서 6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올해 서재응의 목표는 15승이다. 3년 동안 약했던 롯데를 넘어서고, 3년 동안 강했던 SK전 상승세를 계속 유지하는 게 그의 과제다.


○‘아트 컨트롤’로 승부한다

2003년 서재응은 뉴욕 메츠에서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개막후 102타자 연속 무볼넷’. 루키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록이었다. 팬들은 그를 ‘컨트롤 아티스트’라고 불렀다. 서재응의 투구내용을 보면 그의 피칭스타일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그는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볼넷과 탈삼진이 가장 적었다. 140 이닝 동안 그가 내준 사사구는 40개. 탈삼진은 68개를 기록했다.

이닝당 투구수는 15.2개로 한화 류현진(14.9개) 다음으로 적었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16도 역시 류현진에 이어 2위였다. 맞춰 잡는 피칭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저는 탈삼진보다 공 한개로 아웃카운트 2개 잡는 피칭이 좋아요.”

뉴욕 메츠 시절 서재응의 주무기는 직구와 서클체인지업 두개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렉 매덕스도 감탄한 컨트롤이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실투가 참 많았습니다. 올해는 좀 더 정교한 투구를 할 겁니다. 그래야 살아남으니까요.”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되고 싶다

서재응은 앞으로 3년을 자신이 최고피칭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고 있다. 3년 동안 최대한 집중해서 한시즌 15승도 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도 되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다. “지난 3년, 솔직히 제가 팀에 해준 게 없어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도 제가 한 건 별로 없었어요.”

진정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부상없는 시즌이다. 2008년과 2009년은 햄스트링과 팔꿈치 부상으로 좋은 피칭을 할 수 없었다. 지난해도 전반기는 최고의 컨디션이었지만 후반기에는 어깨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부상도 실력인데…. 올해는 정말 아프지 않고 160이닝 이상을 던지고 싶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서재응에게 가장 기뻤던 때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던 2003년이다. 스프링캠프에 불펜투수로 참가한 그는 호투를 거듭하며 결국 뉴욕 메츠의 선발투수로 빅리그에 입성했다. 클럽하우스에서 개막엔트리 포함 소식을 전해들은 그 순간을 서재응은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다.

1999년 팔꿈치 수술을 한 서재응은 수술 이후 스피드가 뚝 떨어졌다. 시속 150km를 넘던 스피드가 140km대 초반으로 줄었다. 갑자기 그는 어정쩡한 투수가 됐고 2002년 트리플A에서 난타를 당했다. 변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그해 겨울 베네주엘라 윈터리그에 참가했다.‘컨트롤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살 수 있다’는 목표 하나였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 그는‘컨트롤 아티스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힘들고 절박했던 순간을 서재응은 슬기롭게 이겨냈다. 서재응은 항상 밝고 쾌활한 선수다. 국내 복귀후 힘든 시간들을 그는 호탕한 웃음속에 감추며 또 한번의 최고 순간을 준비했다. 서재응의 올시즌 목표는 15승과 2점대 방어율, 그리고 160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이다. 2011년이 서재응에게 생애 최고의 시즌이 되기를 바란다.

▶서재응은?
▲생년월일=1977년 5월 24일
▲학교=화정초-충장중-광주일고-인하대
▲키·몸무게=181cm/97kg(우투우타)
▲미프로야구 경력=1998년 뉴욕 메츠~2006년 LA 다저스~2006년 탬파베이
▲한국프로야구 데뷔=2008년 KIA(1996년 해태2차우선)
▲ML 통신성적=118경기 28승 40패 방어율 4.60
▲2010년 성적=24경기 9승 7패. 방어율 3.34
▲2011년 연봉=3억 3000만원(2010년 3억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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