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가수’가 나가수 비주얼로…김범수, 날다

입력 2011-06-14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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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범수가 요즘 파격적으로 변신했다(위). 블라인드 선글라스를 쓰고 ‘님과 함께’를 부르는 김범수(왼쪽). 고 앙드레 김의 의상을 입고 ‘늪’을 불렀을 땐 “잘생겼다”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오른쪽). MBC 화면 촬영·동아일보DB

‘나가수의 최대 수혜자.’ 다름 아닌 가수 김범수(32)다.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12일 방송은 그의 가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떠올리게 하는 옷차림에 빅뱅의 탑이 썼던 ‘블라인드’ 선글라스를 끼고 빨강 파랑 초록 옷을 입은 댄서들과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기 시작하자 스태프도 관객들도 몸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무대와 객석을 들썩이게 했던 그의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김범수!” “김범수!”를 연호했다. 이날 경연에서 그는 1등 가수로 뽑혔다.

“사람들이 연호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어요. 오랫동안 그 잔향이 귓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아요. 행복하게….”

‘나가수’는 사람들이 가수 김범수를 재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전까지 김범수는 ‘얼굴 없는 가수’였다. 1999년 ‘약속’으로 데뷔한 뒤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다. 뮤직비디오엔 실루엣만 흐릿하게 나올 뿐이었다. 이후 ‘하루’ ‘보고 싶다’가 연달아 히트했지만 TV에서 그의 얼굴을 보기는 힘들었다. 노래는 잘하지만 이른바 ‘비디오(외모)’가 되지 않는 가수의 비애였다. 나가수 첫 방송에서도 김범수는 겸손했다. “제가 노래를 부를 땐 눈을 감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랬던 그가 회를 거듭하면서 180도 변신해 ‘비주얼’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여성 댄서들과 펑키한 춤을 추다 관객에게 빨간 손수건을 건네고(민해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 징이 박힌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나와 노래하다 “생큐!”를 외친 다음 뒤로 돌아 양손을 벌리는 터프한 마무리(유영진의 ‘그대의 향기’)를 선보였다. 안경부터 바지까지 흰색으로 맞춰 입는 앙드레 김 스타일을 하고 나왔을 땐(조관우의 ‘늪’) 진행자인 이소라가 이렇게 소개했다. “나가수의 비주얼 담당입니다.”

김범수가 입고 나와 동료 가수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한 옷들은 모두 그 자신이 아이디어를 냈다. 소속사인 폴라리스 관계자는 “편곡을 마친 뒤 김범수가 ‘이러이러한 옷이 어울리겠다’고 의견을 내면 코디가 그에 맞춰 옷을 구한다”고 설명했다. 화제가 됐던 ‘늪’의 의상은 앙드레 김과의 각별한 인연을 고려해 선택했다. 앙드레 김은 생전에 그의 ‘사랑해요’를 좋아해 콘서트 때마다 앞자리 티켓을 사서 관람했고 패션쇼 피날레에도 김범수의 음악을 사용했다. 김범수는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이 옷을 빌려 입었다. 배우 이병헌이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의상을 의상실에서 김범수에게 맞게 고쳐줬다.

그러나 의상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김범수의 과감한 비주얼 실험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그의 가창력과 자신감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그는 무대 위에서 ‘날았다’. 댄스와 록, R&B와 트로트 등 여러 장르를 가로지르고 1위부터 7위까지 다양한 평가를 받으면서 위축됐던 마음이 풀어지고 무대를 즐기게 됐다는 평가다. 나가수의 자문위원인 장기호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학과장은 김범수에 대해 “기교가 완벽한 가수”라며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창법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열창하는 가운데에도 “청중 평가단이 평가를 잊고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며 흥겨움을 잊지 않았다. 노래 도중 흥을 돋우는 “겟올라잇” “색소폰” “와우!”는 애드리브가 아니라 치밀한 계산과 거듭된 연습을 통해 나온 ‘추임새’다.

김범수의 비주얼 실험이 성공한 배경에 대해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자신에게 가장 맞는 자리를 만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간 교수는 “가창력을 전제로 한 무대에 서다 보니 기존의 콤플렉스를 떠올릴 필요가 없고, 여기에 패션이라는 비주얼과 흘러나오는 자신감이 그를 빛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동료 가수 박정현의 평가는 한층 간단하고도 명료했다. “점점 잘생겨지는 것 같아요.”  


▼ ‘나가수’ 중간결산 ▼

가수 이소라가 12일 경연에서 탈락하고 진행도 그만두기로 함에 따라 MBC ‘나는 가수다’ 시작 멤버 7명 중 남은 가수는 김범수 박정현 YB 등 세 명으로 좁혀졌다. 3월 시작한 나가수를 떠난 이는 이소라 외에 김건모 정엽 백지영 김연우 임재범 JK김동욱. 나가수는 이들에게 단순한 무대 이상의 것을 남겼다.


○ 새 프로-콘서트까지…임재범, YB

이소라는 방송 초기 김건모의 탈락에 반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비난받기도 했지만 종합적으로는 ‘남는 장사’를 했다. 지난 봄 열린 콘서트는 전석 매진이었고, 4월부터 케이블 채널 KBS JOY에서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를 진행하게 됐다.

윤도현의 록밴드 YB도 나가수의 수혜자다. 윤도현은 다음 달부터 엠넷의 음악쇼 ‘MUST’의 진행을 맡게 됐다. ‘러브레터’ 이후 3년 만이다. 다음 달 22, 23일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맹장수술 때문에 하차한 임재범은 음반 제작 유통사 예당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25,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 짧지만 강한 인상…김연우, 정엽


평가 결과 탈락한 정엽과 김연우는 중도 하차로 ‘부활’한 사례다.

24일부터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리는 김연우 콘서트 ‘戀雨 속 연우’도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평가 결과를 ‘쿨’하게 받아들이고 탈락한 정엽은 인기가 치솟아 드라마의 OST 요청이 밀려들고, 생애 처음으로 광고를 찍기도 했다.


○ 논란 속 퇴장…김건모, JK김동욱


김건모는 청중평가단의 평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경연에 재도전했다가 쓴맛을 봐야 했다. 방송 자체가 한 달간 중단됐고. 재도전 무대에서 정엽의 ‘유아 마이 레이디’를 떨며 부른 뒤 결국 물러났다.

JK김동욱은 나가수에 합류한 지 2회 만에 자진 하차했다. 특유의 중저음으로 한영애의 ‘조율’을 부르다 긴장한 탓에 도중에 가사를 까먹어 다시 부른 것이 문제가 됐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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