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대학교육을 시켰다… 2년만에 범죄율이 뚝 떨어졌다

입력 2011-06-1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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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행 등 대인범죄 65% 줄인 터커 美2사단장의 교육실험

마이클 터커 주한 미2사단장(육군 소장·사진)의 교육실험이 주한미군의 범죄율을 줄였다.

15일 미2사단에 따르면 지난해 4월∼올해 3월 1년 동안 주한미군의 폭행 등 대인범죄는 325건으로 직전 1년 동안(2009년 4월∼2010년 3월)의 936건보다 65% 줄었다. 성범죄와 음주운전도 각각 95건에서 35건으로, 41건에서 19건으로 떨어졌다. 미2사단은 경기 의정부 동두천 평택시 등에 주둔하는 장병 1만 명의 육군 전투사단이다.

이 같은 범죄 감소는 2009년 10월 터커 사단장이 취임한 뒤 도입한 ‘REAL(Responsible, Educated and Alcohol Limiting) 프로그램’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주한미군은 평가했다. REAL 프로그램은 미국 정부의 학비 지원을 받아 부대 내 교육시설에서 학·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장병 교육과정에 대한 부대장의 적극적인 배려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터커 사단장은 자신의 권한으로 대학 학위과정에 들어간 장병들을 일주일에 2시간씩 두 차례 일찍 퇴근시켜 줬다. 그리고 부대 내에는 무선인터넷을 달아 취침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에는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학위과정의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터커 사단장은 13일 기자와 만나 “사고를 치는 장병들은 대부분 술을 마시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대학 교육이 시간 많은 병사들에게 스스로 절제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오는 미군들은 94%가 병장 이하의 계급이어서 대부분 어리고 갑작스럽게 한국에 와서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부대 내 교육시설에서 전문학사, 학사, 석사 등 학위과정의 수업을 듣는 주한 미2사단 장병들. 주한미2사단 제공

터커 사단장의 방침에 따라 ‘학생 장병’은 급속도로 늘었다. 2009년 3월 87명에 불과했던 것이 2011년 3월에는 5151명으로 60배 가까이 급증했다. 자연스럽게 주한미군의 범죄율도 감소했다. 애셔 리 병장(29)은 “주당 최대 4시간을 근무에서 빼주니까 장병들의 참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학교 교과과정을 따라가려면 다른 곳에 신경을 쓰기 어렵다. 그래서 외부에서 사고를 치는 비율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REAL 프로그램에는 터커 사단장의 일생이 투영됐다. 그는 1972년 17세의 나이에 이등병으로 입대했다. 훈련담당 하사 시절인 1979년 간부사관(OCS)으로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그는 “내가 이등병 시절에는 이런 기회가 없었다”며 “운 좋게도 고참인 병장이 부식차를 타고 저녁에 부대 밖으로 나가 야간대학에서 공부하고 아침에 돌아오라고 기회를 줬다. 그래서 장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 생활과 학업을 병행해 메릴랜드대에서 심리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 육군 지휘참모대와 시펜스버그대에서 각각 군사학예학과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터커 사단장은 “REAL 프로그램이 마법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면서도 “내가 남에게 받은 은혜를 되갚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대장 재직 시절부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지원정책이 범죄율을 낮춘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당시 휘하 장병 600명 중 300명이 야간 및 주말과정 학생이었다. 범죄율은 다른 부대에 비해 크게 낮았다.

그는 ‘장병들이 매주 4시간씩 업무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투력에 손해를 끼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교육은 장병을 똑똑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더 강하게 만든다. 군과 장병 모두에게 윈윈이다. 군대는 장병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2사단에는 현재 ‘제2의 터커’를 꿈꾸는 사병이 많다. 군악대에 근무하는 켈시 에번스 상병(20·여)은 지난해 3월 부대 내 메릴랜드대 법무행정과에 입학했다. 에번스 상병은 “4년제 대학을 마치면 장교과정에 들어갈 것”이라며 “정보장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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