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도 결승골 “할아버지께 바칩니다”

입력 2011-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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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윤일록(오른쪽)이 29일 벌어진 경기에서 볼을 가로채기 위해 서울 최현태와 몸싸움하고 있다. 경남은 서울을 꺾고, 컵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창원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발인도 못지켜” 큰절 세리머니…부산·수원·경남·울산 4강
황선홍의 아이들이 또 한 번 스승을 울렸다.

부산 아이파크 박희도(25)는 2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컵 2011’ 8강전에서 전반 19분 왼발 중거리 슛 결승골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볼은 빠르게 골문 중앙으로 향한 뒤 포항 골키퍼 신화용 바로 앞에서 바운드되면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포항은 5월 8일 정규리그 부산 원정에서 한상운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패한 데 이어 컵 대회에서 또 무릎을 꿇었다. 두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한상운(25)과 박희도는 포항 황선홍 감독이 작년까지 부산 지휘봉을 잡을 때 중용했던 선수들.

특히 박희도는 최근 주전경쟁에 밀려 2군으로 떨어졌는데 황 감독이 가끔 문자로 조언을 해 줄 정도로 아끼는 제자다. 황 감독 입장에서는 이번 패배가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박희도에게는 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결승골이다.

박희도는 골을 넣은 뒤 포항 진영 왼쪽 코너로 가서 두 번 절 했다. 26일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바치는 골 세리머니였다. 할아버지는 장손 박희도를 끔찍하게 아꼈다. 평소 무뚝뚝했지만 약주를 한 잔 걸치고 나면 살갑게 손자를 대했다. 할아버지는 폐암으로 병상에 누운 뒤 박희도를 애타게 찾았다.

박희도 역시 할아버지를 꼭 찾아뵙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2군으로 밀린 상황에서 개인사정을 이유로 팀 훈련에 빠질 수 없었다. 결국 할아버지는 26일 숨을 거뒀다. 박희도는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발인도 지켜보지 못하고 경기를 위해 곧장 팀으로 돌아왔다.

박희도는 “할아버지 곁에 끝까지 있지 못해 너무 죄송스럽다.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응원해 주셔서 오늘 골을 넣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울산 현대는 김신욱의 2골로 전북 현대를 4-1로 대파했고, 경남FC 역시 윤빛가람의 골을 끝까지 지켜 서울에 1-0 승리를 거뒀다. 수원 삼성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까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컵 대회 4강전은 7월 6일 부산-수원(부산 아시아드), 울산-경남(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전으로 펼쳐진다.

포항 |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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