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호기심 천국] 홈런10걸 평균 체중 100kg…“늘면 늘어난다”

입력 2011-07-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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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최고의 거포 이대호는 체중 130kg의 거구에 걸맞게 930g짜리 무거운 배트를 휘두른다. 몸무게와 배트 무게 모두 무거워 타격시 투구에 가해지는 반발력 또한 무시무시해져 홈런생산능력이 극대화된다. 스포츠동아DB

체중·배트 무게와 홈런의 상관관계
홈런타자하면 흔히 거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홈런타자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를 필두로 한국 최고의 슬러거 이대호(29·롯데)까지…. 실제로 다수의 홈런타자들은 체구가 컸다. 그리고 장비의 장팔사모처럼 홈런타자의 배트 역시 주인의 덩치를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체중과 배트 무게, 홈런 사이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이는 이대호의 한 팬이 온라인을 통해 의뢰한 호기심이기도 하다.


슬러거는 왜 대부분 거구일까?
비거리 결정 운동량, 질량과 속도에 비례
체중 덕분에 빗맞은 타구가 홈런 되기도


○홈런 10걸, 선수 평균보다 15kg 이상 체중 더 나간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시즌 등록선수의 평균 신장과 체중은 각각 183cm, 85.1kg이다. 반면 6월 29일까지 홈런 10걸에 포함된 선수들의 평균 신장과 체중은 각각 185.1cm, 100.1kg이다. 신장은 약 2cm 차이에 불과하지만 체중은 15kg이나 차이가 난다. “프로필 상으로는 86kg이지만 실제로는 100kg”이라는 최형우(홈런 2위·삼성)의 체중이 수정된다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홈런 1위 이대호(130kg) “무거운 배트 쓰려면 체중 받쳐줘야”

물론 체중이 홈런생산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홈런타자들과 타격코치들은 “모든 전제는 당연히 타격기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기술적 요소가 동일하다면 “체중이 비거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대호의 설명은 이렇다. “홈런타자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다. (추)신수(클리블랜드)처럼 타고난 손목 힘을 최대로 이용하는 선수도 있고, 심정수(전 삼성) 선배처럼 가벼운 배트로 스윙 스피드를 극대화하는 스타일도 있다. 나는 배트 헤드의 무게감을 최대로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배트도 930g짜리를 쓴다. 이렇게 무거운 배트를 쓰려면 어느 정도 힘과 체중이 받쳐줘야 한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주호 박사(운동역학 전공)는 “비거리를 결정하는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에 비례한다. 질량 안에는 선수의 체중과 배트의 무게가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즉,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배트가 무거우면 더 큰 운동량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야구의 물리학(로버트 어데어 저)’에 따르면 대형홈런의 경우 공과 배트가 마찰할 때 공에 작용하는 힘은 약 4톤이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배트에도 같은 힘이 전달된다. 홈런타자는 이 반작용의 힘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이대호가 “무거운 배트를 쓰려면 체중이 받쳐줘야 한다”고 말하는 과학적 이유다.

‘타격이론의 대가’ 롯데 김무관 타격코치는 ‘체중과 홈런’의 상관관계를 이대호의 타격 메커니즘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이대호는 ‘회전타법’을 쓴다. 중심이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 자리에서 몸을 회전시켜서 힘을 싣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칠 때 가장 잘 맞출 수 있지만 그러면 힘을 싣지 못한다. ‘회전타법’은 ‘중심이동타법(오사다하루 등)’에 비해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것이다. 그래서 더 힘(체중)이 중요하다. 마크 맥과이어나 배리 본즈 등도 모두 이 타법이다.” 이대호와 김 코치의 설명을 통해 ‘이대호의 체중-배트 무게-타법’은 서로 긴밀한 연관을 지니고 최적화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무거운 배트가 홈런 생산에 만능?
동일 조건선 배트 무거울수록 비거리 유리
스윙 스피드 중시 거포들 가벼운 배트 애용


○홈런 2위 최형우(100kg), “때로는 체중 덕에 완벽하지 않은 타구 넘어가기도”

공의 힘을 이겨낼 수 있는 체중이라면, 때론 약간 빗맞은 타구도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최형우의 설명은 이렇다. “올 시즌에도 딱 한 번 그런 경험을 했다. 류현진에게 밀어 친 홈런이었다.(5월 14일 대전경기) 잘 맞았다기보다는 약간 ‘툭’하는 느낌이었는데 넘어갔다. 그 홈런은 확실히 체중 덕을 봤다. 만약 입단 당시의 체중(86kg)으로 똑같이 쳤다면, 그 공은 안 넘어갔을 것이다.”

이종범(KIA)은 1997년 30홈런을 기록했다. 역대 한 시즌 30홈런을 기록한 타자 중 최소체중 선수다. 그는 “당시 70~71kg이었다. 도루 시도 때문에 체력소모가 심해서 여름에는 68kg까지 떨어졌다. 물론 김선빈(KIA)도 홈런을 치지 않나. 하지만 체구가 작은 타자들은 모든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아야 한다. 나도 그때(1997년) 하체의 순발력, 배트 스피드, 손목 힘의 활용 등이 모두 잘 됐다. 반면 체격이 좋고, 무거운 배트를 쓰는 타자들은 배트 끄트머리에 맞아도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물리학자 로버트 어데어는 “체중 63kg의 선수가 103m를 치는 것은 체중 81kg의 선수가 똑같은 배트로 110.3m를 치는 것과 같은 노력”이라고 계산하기도 했다.


○무거운 배트 만능? 배팅볼과 실전은 다르다!

이대호 배트의 무게(930g)는 국내선수 중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베이브 루스 시절(1920~30년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당시에는 주로 히코리나무로 만든 배트를 썼다. 이는 현대야구에서 배트 재질로 쓰이는 물푸레나무, 단풍나무보다 밀도가 크다. 따라서 같은 모양이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선수들의 배트 무게는 약 1.2~1.6kg이었다. 루스가 60홈런을 치던 1927년 그의 체중은 114kg, 배트 무게는 무려 1.33kg(47온스)에 육박했다.

로저 매리스가 루스의 홈런기록을 경신한 이듬해인 1962년. 미국의 ‘디스 위크’라는 잡지에선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매리스에게 935g에서 1.33kg까지 무게가 다른 5종류의 배트로 배팅볼을 치게 한 뒤 그 비거리들을 비교한 것이다. 결과는 더 무거운 배트를 사용했을 때 비거리가 더 길었다. 하지만 어데어는 “매리스가 무거운 배트를 들었을 때는 더 크게 스윙을 해서 배트 무게의 차이에 관계없이 스윙속도를 일정하게 맞췄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배팅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속 150km의 공을 상대해야 하는 실전에서는 무거운 배트를 쓰면 스윙 스피드에서 손해를 본다. 그래서 행크 애런(880~900g)이나 배리 본즈(약 860g), 심정수(860~880g)처럼 ‘운동량(p)=질량(m)×속도(v)’라는 공식에서 ‘속도’를 중시한 타자들도 있었다. 같은 원리로, 역도 최중량급 선수들은 체중을 불리는 것만큼이나 바벨을 잡아당겨 올리는 스피드에 신경을 쓴다. ‘운동량 공식’에서 자신에게 최적화된 지점을 찾는 일은 ‘파워’가 경기력과 직결되는 모든 종목 선수들의 과제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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