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비더만은 고래, 펠프스는 갈치…나만 왜소해”

입력 2011-07-2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태환. 스포츠동아DB

■ 신체 핸디캡 뛰어넘은 박태환

자유형 라이벌들 대부분 190cm이상 장신
파도저항 최소화한 감각적 영법 신체 커버
“(파울) 비더만(독일)은 얼마나 우람한지…. 고래 같고요. (마이클) 펠프스는 뭐라고 해야 할까…. 늘씬한 갈치?” 25일 박태환(단국대)은 예선경기를 마치고 와서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자신이 무척이나 왜소해 보였던 것이다. 마침 그의 주변에는 장대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장신숲 속 마린보이

24일 남자자유형 400m 시상식 장에 나타난 세 선수 가운데 가장 작은 선수는 박태환(183cm)이었다. 2위 쑨양(중국)은 198cm. 3위 파울 비더만(독일)은 190.5cm. 심지어 결승진출선수 가운데는 야닉 아넬(201.9cm·프랑스)처럼 2m의 장신도 있었다. 박태환이 출전하는 자유형 200·400m의 세계적인 선수들은 대부분 190cm 이상이다. 26일 박태환과 겨룰 마이클 펠프스(193cm)도 박태환 보다 10cm 크다. 180cm대의 선수는 자유형 200m의 메달후보인 라이언 록티(188cm·미국) 정도다.


○첨단수영복 시절에는 근육질의 단점도 보완

키뿐만이 아니다. 박태환의 말처럼 비더만 같은 선수는 타고난 근육을 자랑한다. 이는 파워에 도움을 준다. 서양선수들이 첨단수영복의 효과를 더 많이 보는 이유도 근육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퉁불퉁한 근육은 물의 저항도 증가시키는 단점이 있는데, 첨단 수영복은 이를 매끈하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2009로마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400m세계기록(3분40초07)을 세운 비더만의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한다.


○서양선수들만 보면 주눅 들던 시절이…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는 아들이 처음으로 호주에 전지훈련을 다녀와서 한 얘기를 기억하고 있다. “아빠 얼마나 물살이 센지 몸이 떨려.” 옆 레인 선수들의 파워가 워낙 대단해 파도가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였다. 어린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들의 덩치에 주눅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혹시 어깨라도 부딪힐까봐 어깨를 움츠리고 다녔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박태환에게 먼저 말을 건다.


○조파저항을 최소화 한 마린보이의 감각적 영법

신장이 크면, 보통 팔이 길고 손도 크다. 이는 스트로크 동작에서 더 유리하다. 캐치업을 할 때 더 많은 물을 잡아 넘길 수 있어 더 큰 추진력을 만들 수 있다. 또, 펠프스(355mm)처럼 큰 발을 지닌 선수는 킥에서도 유리하다. 쑨양 역시 박태환처럼 잠영이 약하지만, 전문가들은 “워낙 (신체가) 기니까, 그냥 턴만 하고 슬쩍 나와도 남들보다 많이 가는 것 같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런 모든 신체적 불리함을 감각적인 영법으로 넘어섰다. 그것도 거의 대부분은 자기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박태환은 “중학교시절부터 인터넷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영법을 보고 따라하며 지금 나의 것을 만들었다. 안 되면 ‘또 해보고’를 수없이 반복한 결과”라고 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헤엄치면서도 거품이 적은 그의 영법은 조파저항(스트로크시 몸을 추진하면서 생기는 파도에 의한 저항)을 최소한 것으로 연구대상이다. 하늘은 마린보이에게 신체 대신 눈썰미와 집념을 선물했다. 진짜 물고기는 크기에 상관없이 물을 잘 타는 법이다.

상하이(중국)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