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애정남’ 최효종, 알고 보니 쥬얼리 숍 부사장 ‘능력남’

입력 2011-09-02 10: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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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금은방 상속 1순위 '능력자'…'금값 개그' 탄생
●'재벌 아닌' 복덩이 여친 덕분에 통장잔액 몇 억 배 늘어
●'애정남' 가이드 : 9월 축의금? 물가 오르기 전에 해치웁시다잉~
Q:여자친구에게 명품가방을 선물했는데 헤어질 때 돌려받을 수 있을까.
A:10만 원 이상은 딱 돌려줍니다잉~. 요것은 중고가가 아닙니다잉. 새 제품 기준이에요잉~. 이거 안 돌려주면 욕먹는 거 입니다잉~. 돌려달란다고 쪼잔 한 것 아닙니다잉! 커플링 돌려줄 때는 현재 국제시세로 금값을 계산해야 합니다잉~ 은과 큐빅은 달라고 하면 쪼잔하다는 말 듣습니다잉!

Q:지하철에서 내 앞에! 할머니와 임신부 중 누구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까.
A:무조건 할머니가 이깁니다잉! 지금 정한겁니다잉! 단, 임산부가 5개월 이상이면 임산부가 이깁니다잉~.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 있으면 무조건 할머니가 이깁니다잉. 레이디 퍼스트 입니다잉!

개그맨 최효종이 최근 선보인 KBS2 개그콘서트 새 코너 ‘애정남’은 단 1회 만에 개콘 간판 코너로 자리 잡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하 애정남) 개그맨 최효종(25)을 만났다. 지난해 KBS2 '개그콘서트'(개콘)에서 '행복전도사'로 유명해진 그는 최근 새 코너 '애정남'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다.

그가 동료 개그맨 이원구 류근지 신종령과 의기투합해 선보인 '애정남'은 8월 21일 단 1회 만에 개콘 간판 코너로 자리 잡았다. 그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가 되고 소속사 홈페이지는 다운됐다.

일상에서 겪는 애매한 문제를 제시하고 거기에 '애정남'식 명쾌한 가이드를 제안하는 게 기본 포맷이다. 물론 이 가이드는 안 지켜도 쇠고랑 차는 거 아니고, 경찰차가 오지는 않는다.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난 최효종은 에어컨 바람 때문에 '냉방병'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진 촬영에 들어가자 '곰돌이 푸우'처럼 앙증맞은 표정을 지었다.

경험담이냐고? 개콘 PD, 작가, 동료 토의를 거쳐 나온 해답

- 복귀하자마자 첫 방송이 대박이에요.

"부끄럽고, 놀랍고…. 첫 방송은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쉽게 만들어졌어요. 첫 방송은 코너의 틀을 잡는데 열중했죠."

- 어디가 아팠나요?

"허리디스크로 한 달 정도를 쉬었어요. 그 바람에 체중이 12kg이나 불었죠. 남들은 오히려 운동을 하느냐고 할 정도로 우락부락해졌죠. 근육 아니고 다 살이에요. 이제 빼야죠."

- 재미있던 첫 방송이 틀 잡기 용이었다니, '빵' 터질 아이템이 더 있나 보군요.

"아직 숨겨놓은 아이템은 20~30개 돼요. 방송에 안 나왔던 것 중 하나는 '대박 음식이지만 주인이 불친절하면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라는 질문이에요. 정말 답이 없죠. 하지만 너무 쉽게 결론이 나는 것도 안돼요. 진짜! 궁금한 것이어야 하죠."

'애정남'은 '간꽁치' 신종령과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신종령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를 모티브로 한 개그 코너를 제안하자 최효종이 자신의 개콘 코너 '트랜드쇼' 와 접목시키자고 고쳤다.

- 애매한 질문을 선별하는 기준이 있나요?

"언급이 없었던 주제, 신선한 주제가 필요해요. 또 사회적 파장 효과가 있는 주제였으면 좋겠어요."

- 두 번째 방송에서 보여준 '금값 개그'는 너무 신선했어요. 금반지 돌려줄 때 현재 국제 시세를 언급하는 디테일이라니.

"사실 저희 아버지가 금은방을 운영하시거든요. 아버지로부터 매일 금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금 시세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마침 금값이 너무 올라 문제고…. 은과 큐빅은 개콘 감독님과 여자 분들이 회의하다가 장난스레 나온 이야기에요."

금은방 이야기가 나오자 최효종은 가슴에 힘을 주며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실제 그는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주얼리 숍 부사장으로 등재되어 있다. 개그맨의 프로필이라기엔 다소 특이하다.

- 프로필에 '○○주얼리 부사장' 이력, 정체가 뭐죠?

"사실 데뷔 초 프로필 란에 쓸 것이 없었어요. 프로필에 많이들 쓰잖아요. 아버지가 금은방을 하니까 그거라도 썼죠. 지금은 아버지가 사장, 나는 부사장. 어차피 금은방은 제가 상속 받을 겁니다."

-혹시 장남인가요? 단호하게 말하네요.

"아뇨. 형이 있습니다. 저는 제1상속자이고, 형은 제2상속자에요. 차남이 무슨 자격이냐고요? 저희 집안은 자본주의에 걸맞게 철저한 능력제입니다. 제가 집안에선 실세죠."

- 아버지가 금은방 주신다고 언약이라도 하셨나요?

"아우~ 그럼요! 언약 하셨죠. 제가 집안의 실세죠"

-그럼, 혹시 "헤어질 때, 연인에게 받은 10만 원 넘는 선물은 돌려줘야 한다"도 본인의 이야기인가요?

"저는 처음 50만 원을 얘기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직장인들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선물 가격이 평균 10만 원이래요. 각종 뉴스와 신문도 많이 참고하죠. 저는 50만 원어치 선물 준 여자와는 헤어진 적 없어요. 안 헤어질 거란 확신이 있어야 50만 원짜리 선물을 하죠."

- "여자친구에게 명품가방을 선물할 때 보증서는 남자가 보관한다"라는 아이디어는?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시작됐어요. 요즘은 남자들이 버림을 많이 받잖아요. 이때 '선녀와 나무꾼'처럼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으면 되겠다 싶었죠."

최효종이 말끝마다 “~잉”이 붙는 독특한 말투도 중독성이 있다. 그는 어설프게 흉내 낸 전라도 사투리인데, 웃음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애매합니다잉~" 말투의 시작은… 미즈노 교수?

최효종은 '애정남'에서 말끝마다 "~잉"을 붙인다. '애정남'을 본 누리꾼들은 그의 말투를 따라하며 "정말 재밌다. 장난 아니다잉~"이라는 시청소감을 적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그는 인터뷰 내내 나름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했다. 말솜씨도 뛰어나 마치 베테랑 영업사원을 방불케 했다.

-"~잉"으로 끝나는 말투가 굉장히 특이하고, 중독성 있어요.

"간꽁치(신종령)가 전라도 출신이라 제가 흉내를 냈어요. 전라도 사람이 보기에는 손발이 오그라든대요. 말투를 더 과장하니까 유행이 될 것 같더라고요. 나중엔 주변 사람들도 '너 평소 말하는 것보다 낫다'래요."

-최근 개그콘서트에선 몸 개그 보다는 '생활밀착형' 개그 코너가 많아졌어요. 개그 트렌드 인가요?

"이제 개그맨들이 스스로 짜내는 개그는 한계가 온 거죠. 2011년도 개그에는 '소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개그를 원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러려면 쉽고 일상소재여야 해요. 특히 저희 코너는 '생활밀착형'이지만 '참여형' 개그라는 점에서 달라요."

-'애정남'이 생각해도 정말 답 없는 애매한 문제가 있나요?

"결혼식 축의금 문제. 그 문제야 말로 빈부격차가 정말 심한 문제죠. 실제 제가 동료 연예인 결혼식장에서 축의금 받는 것을 도운 적이 있는데, 100만원도 내더라고요. 연예인들은 안 친해도 20~30만 원 정도 내는 것 같더라고요."

기자는 재미있자고 던져본 질문인데, 최효종은 진지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내 '애정남' 답게 해결했다. "사실 결혼식 축의금은 일종의 보험이잖아요. 물가 오르기 전에 빨리 하세요."

▶재벌여친? 내게는 '행운의 여신'

최효종은 2007년 3월 KBS 개그맨 공채 22기로 데뷔했다. 박지선 허경환 박성광 박영진이 동기다. 그때부터 개콘에 출연했지만 얼굴이 알려진 건 지난해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행복 전도사'를 시작하고부터다. '2010 KBS 연예 대상' 코미디 부문 신인상도 탔다.

승승장구하는 그에게 '재벌 여자친구와 곧 결혼한다'는 소문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음료수에 꽂힌 빨대를 요란스레 빨았다.

-'재벌 여친'과 결혼을 준비한다면서요?
"재벌은 과장이고, 미모의 그냥 여친이죠. 여자친구가 일반 직장인보다 돈을 많이 쓰는 것 같긴 해요. '재벌 여친'보다는 '그냥 조금 사는 집 여친'이 맞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가 두 살 연상인데, 얼마 전에 제가 적극적으로 결혼 준비하자고 말을 꺼냈죠. 아직 상견례를 하고 날짜를 정한 건 아니에요."

-여자친구의 매력 포인트를 꼽는다면?
"예뻐요. 처음에는 성격이 안 맞았지만…. 무엇보다 여친은 '행운의 여신'이에요. 여친 만나고 나서 거짓말처럼 통장 잔액이 몇 억 배는 뛰었어요. 박성호 선배가 제 여친 얼굴을 보더니 '재복 있는 얼굴' 이래요. 여자친구도 기뻐하죠. 내조형 스타일인데, 바쁜 회사원이다 보니 자주 못 봐요. 그래서 더 애틋하고 잘해주고 싶죠."

-'애정남' 코너에 여자친구도 도움을 줬나요?

"아뇨. 여자친구는 '애정남'이 별로래요. 김원효 선배가 나오는 '비상대책위원회'보고는 웃더니 '애정남'보고는 안 웃더라고요."

여자친구만 못 웃기는 최효종은 이미 소문난 '아이디어 뱅크'다. 개콘 코너 '남자인권보장위원회', '행복전도사', '심리술사', '트렌드쇼' 등 모두 대박이 났다. 개그 코너의 평균 수명이 6개월인 가운데 그의 코너는 1년을 거뜬히 넘겼다.

▶'쿨가이' 최효종, 개그짤 때 돈 드는 거 아니잖아요

-새 아이디어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전 일적으로는 '쿨가이'에요. 엄살 피는 스타일은 아녀요. 사실 개그라는 것은 자본금이 많이 안 들잖아요. 돈 드는 것도 나닌데 아이디어 짤 때 많이 짜면 뭐 어때요."

- '애정남' 언제까지 계속 되나요?

"이번 코너에서는 제가 선배이니까 제 역량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애정남'을 6개월에서 1년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코너가 오래 가야 수입이 안정적이죠. 후배들에게 '걱정하지 마라!'라고 말했죠.

"'남보원', '행복전도사'도 1년을 넘겼어요. 당시 젊은 제가 개그 주제를 많이 던졌죠. 아이디어를 많이 내면 실력 향상이 되죠. 대신 저만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제가 일복이 있는 편입니다."

- 예능, 금은방, 결혼까지…앞으로 목표가 많아요.

"방송 연예대상이 최종 목표죠. 작년에 받았기 때문에 올해 상 욕심은 없어요. 그냥 2011년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예능보다는 개콘 코너를 하나 더 하고 싶어요."

끝으로 '애정남' 최효종에게 애매한 돌발 퀴즈를 냈다. 추석 명절 몇 살 동생·조카까지 용돈을 줘야 할까.

"에이, 피붙이끼리는 그런 기준 정하지 맙시다! 계산하지 말자고요. 그냥 퍼 주자! 이러니 제가 꼭 행복 전도사 같네요.(웃음) 단, 빈둥대는 20대 백수 동생에겐 절대 돈 주지 마세요. 사람 망치는 일이에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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