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구읽기] 차우찬의 변화구 ‘SK 뒤통수 쳤다’

입력 2011-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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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숨은 공신 진갑용(왼쪽)이 우승 확정 직후 투수 정현욱과 함께 커다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잠실|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cu

■ 차우찬 구한 진갑용 만점리드

노련한 진갑용 고비마다 변화구 주문 효과만점
안지만·오승환 등 ‘불펜의 힘’이 지배한 시리즈
SK 에이스 김광현 부진이 팀 전체 딜레마 작용


삼성이 시리즈 전적 4승1패, 완승을 거두며 2011년 한국시리즈(KS) 챔피언에 올랐다.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거쳐 올라온 SK는 불굴의 투지를 보였지만, 결국 체력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양팀 마운드 모두 시리즈 내내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힘을 과시했다. 5차전을 간략하게 짚어보고 이번 시리즈 전체의 마운드 운영을 되돌아본다.


● 차우찬의 부족함 커버한 진갑용의 노련한 리드

1차전에 불펜 등판해 3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던 5차전 삼성 선발 차우찬은 심리적 부담감 때문인지 1차전에 비해 구위가 80% 정도에 불과했다. 위기를 벗어나는 관리 능력은 돋보였지만 불펜으로 나와 전력투구할 때와 구위 자체가 달랐다.

포수 진갑용은 직구 위주 패턴을 보였던 1차전과 달리 차우찬에게 변화구 빈도를 높여 사인을 냈는데, 이것이 효과적으로 맞아 떨어졌다. 진갑용은 차우찬은 물론 안지만 오승환에게도 직구보다 변화구 승부 비율을 높였고 이것이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비결이었다.


● 안지만∼오승환의 힘 보여준 KS


KS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투수가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시리즈였다. 특히 안지만과 오승환이라는 걸출한 셋업맨∼마무리를 보유한 삼성 마운드의 힘이 시리즈를 지배했다. 삼성은 상대적으로 불펜보다 선발진이 부족한 팀인데,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도 안지만과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진 덕이었다. 특히 오승환은 ‘절대 존재감’을 자랑하며 팀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김광현 부진이 결정적 패인이 된 SK

KS 들어 2차전 선발 윤희상이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는 등 송은범 외에 이렇다할 선발 투수의 활약이 없었던 SK로서는 특히 에이스인 김광현의 부진이 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준PO부터 누적돼 나타났다. KS 들어 4차전에서야 모습을 보인 김광현은 또다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삼성과 비등한 불펜진을 갖고 있는 SK가 전반적인 투수 운용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다.


● SK를 통해 본 하위팀의 우승 필요조건

SK의 좌절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시스템에서는 준PO부터 올라온 팀이 KS 챔피언에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 재차 확인됐다. 준PO부터 거쳐서 올라오는 팀이 KS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짜깁기 식으로 투수를 운용해서는 절대 버틸 수 없다.

준PO부터 거쳐 올라온 팀이 KS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KS 7차전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는 마운드의 힘과 운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이 증명됐다.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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