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3D 인터뷰] 넥센 이택근 “50억까진 아닌데…10억 더 받은 것 같아”

입력 2011-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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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간 총액 50억원이라는 대박 FA계약과 함께 금의환향한 이택근이 2년간 떠나있던 목동구장 홈팀 덕아웃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그는 "이제 부상도 떨쳐냈다. 넥센이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배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제공 넥센히어로즈

■ 이택근이 말하는 이택근

프로 9년차 통산 타율 0.308
그러나 개인타이틀 딴 적은 없어
안타보다 진루타…팀배팅의 달인

후배들 다독이는 팀 리더 책임감
구단 최고대우 4년간 갚아나갈 것

매일 신나서 경기하는 강팀이 목표
김시진 감독 헹가래 치는 날 만들 것


4년 계약에 총액 50억원이라는 대형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금의환향했다. 2년 전 넥센이 현금 25억원을 받고 그를 LG로 트레이드할 때도 화제였지만 이번 50억원 계약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택근은 통산 타율 0.308을 기록하고 있는 정교한 타자다. 2006년부터 4년 연속 3할을 때렸고, 해마다 15개의 홈런과 60타점, 30도루를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그러나 이택근이 더 인정받는 이유는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넥센이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배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LG에선 부상 때문에 고전했다. 넥센으로 돌아온 지금은 최고의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야구장에서 신나고 즐겁게 뛸 수 있는 2012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10억원은 더 받은 것 같아요

이택근은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50억원까지 받을 정도의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성적과 수준에 비하면 많은 액수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50억원 계약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갖는 점에 대해 그 역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제가 생각한 최고 금액보다 10억원은 더 받은 것 같아요.” 그는 구단의 최고 대우를 앞으로 4년 동안 갚아나갈 생각이다. “제 성적도 중요하지만 더 큰 일은 후배들과 힘을 모아 넥센을 강팀으로 만들어가는 거죠.” 그는 팀의 리더가 되고 후배들의 멘토가 될 각오다. 이택근이 이끄는 넥센의 야구는 무엇인가? “ 야구장에 있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팀을 만드는 거죠. 이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팀에 필요한 것은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즐겁고 신나게 경기 하는 것입니다.”


항상 팀배팅을 생각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미국과의 예선 1차전. 6-7로 뒤진 9회말 1사 3루서 이택근이 대타로 나갔다. “어떻게든 3루주자를 불러들여야 한다. 밀어치자. 2루땅볼을 치자.” 결국 이택근은 2루땅볼을 쳤고 3루주자 정근우가 홈에 들어와 7-7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종욱의 희생플라이 때 결승득점을 올려 8-7로 이겼다. 9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영광 한편에는 이택근의 2루땅볼이 있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팀이 원하는 타격이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그는 볼카운트 0-2에서 잘 치지 않는다. 공 하나를 더 보고 1-2에서 다시 승부한다. 볼이 3개가 되면 볼넷으로 출루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끔은 소심하다는 이야기도 들어요. 하지만 공격적일 때는 저도 공격적으로 칩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팀배팅을 많이 이야기할 생각이다. 홈런과 안타가 최고의 팀배팅이지만 때로는 무사 2루서 때린 2루땅볼 하나가, 또 그런 마음이 팀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줄 참이다.


수위타자와 최다안타

프로 데뷔 후 9년 동안 2차례의 골든글러브는 받았지만 한번도 개인타이틀을 차지한 적은 없다. 2006년 타율 0.322로 2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 2009년에는 43도루로 3위를 차지했다. “한 번도 타이틀 욕심을 내본 적이 없었어요. 항상 오늘 최선을 다하고 재미있게 즐기자는 마음 뿐이었죠.” 내년에는 수위타자나 최다안타 타이틀에 한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저는 핸디캡이 있어요. 주자가 있으면 안타를 쳐야 타율이 올라가고 안타수도 많아지는데 저는 진루타를 생각하거든요. 그게 제 야구인데 타이틀 싸움에서는 손해를 볼 수도 있죠.” 통산 타율 0.308, 4년 연속 3할을 때린 정교함을 그는 갖고 있다. 수위타자와 최다안타 타이틀을 목표로 삼는다면 그는 유력한 후보가 분명하다.


감독님을 헹가래 쳐드리는 게 가장 큰 꿈

그는 앞으로 가장 큰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시진 감독님을 헹가래 쳐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넥센에서 우승을 하는 게 가장 큰 꿈입니다.” 현대시절 우승경험이 있지만 넥센에서 우승을 한다면 그보다 더 감격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도 그는 넥센이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냉정하게 전력 면에서 넥센보다 강팀이 많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하게 말했다. “점점 강해지는 팀이 되도록 후배들과 노력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고 싶다는 꿈도 이야기했다. “내년에 잘해서 꼭 WBC에 나가고 싶어요. 야구선수에게는 최고의 무대니까요.” 그는 인터뷰 내내 즐겁고 신나는 야구를 강조했다. “팀이 1승, 1승에 집착하는 야구나 타자가 한 타석, 한 타석에 모든 것을 거는 야구보다는 큰 목표를 향해 팀과 개인이 정한 방향대로 신나고 즐겁게 플레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해도 서로 격려해주는 팀, 그리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팀. 그런 팀이 되도록 이택근은 넥센의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시진 감독 “성적 외에 그 무엇인가가 있다”


●팀의 리더가 되어라

큰 돈을 들여 구단에서 택근이를 선택했다. 당연히 야구도 잘해야겠지만 감독으로서 더 바라는 것은 팀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넥센은 젊은 선수들이 많다. 택근이가 후배들을 잘 이끌어간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성실하고 항상 팀을 생각하는 선수다

택근이 만큼 팀을 생각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택근이가 오면서 중심타선이 강화되고 공격력 전반에 걸친 상승효과가 분명히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의 구심점이 생기면서 팀의 색깔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택근은 눈에 보이는 성적 외에 그 무엇인가를 갖고 있는 선수다.


■ 강정호 “성실한 팀 플레이의 교과서”


●집나간 형이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택근이 형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았다. 집나간 형이 다시 오는 기분이다. 택근이 형은 후배들이 힘들 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다.


●성실! 집중력! 팀 플레이!


야구장에서 택근이 형은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다. 경기할 때 집중력이 뛰어나고 항상 팀 플레이를 생각한다. 형에게 많이 배우고 싶다. 그래서 나중에 형보다 더 나은 FA 계약을 하고 싶다.


●이택근 프로필

▲생년월일
=1980년 7월 10일
▲출신교=배정초∼대천중∼경남상고∼고려대
▲키·몸무게=184cm·86kg(우투우타)
▲경력=2003년 현대 ∼ 2008년 우리∼ 2009년 히어로즈∼2010 LG∼2012년 넥센
▲2011년 연봉=2억7000만 원
▲2011년 성적=85경기 타율 0.297(317타수 94안타) 4홈런 29타점 44득점 10도루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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