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
쉼 없이 음악을 해오며 힙합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그들은 이제야 세상이 자신들을 받아주기 시작했다며 그들의 모습이 대중들의 코드와 맞는 시대가 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장안의 화제’라고 설명했다.
최자와 개코는 지난 5장의 음악 활동과 군 생활을 통해 각각 ‘훈남’과 ‘유부남’으로 변신했다. 개코는 자신을 똑 닮은 아들 리듬 군도 얻었다.
그들은 최근 지난 10년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유를 대중이 덤덤하게 솔직한 음악을 하는 음악인을 돌아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음악만큼이나 예능 프로그램의 힘도 컸다며 놀라워했다. 그들은 최근 MBC ‘무한도전-나름 가수다’ 특집과 SBS ‘런닝맨’ 등에 출연했다.
“10년간 음악을 했던 것보다 무한도전 출연 한 번이 인지도를 알리는데 더 큰 몫을 했어요. 예능 출연 힘이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최자)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는 건 ‘가짜 가수나 하는 짓’이라는 흑백논리에 빠졌었죠. 그런데 직접 해보니 스포츠만큼 순발력이나 타이밍 능력이 있어야 하는 종합예술이더라고요.” (개코)
다듀는 지난해 11월 6집 앨범 ‘디지로그 1/2’ (DIGILOG 1/2)를 발표했다. 6일에는 ‘디지로그 2/2’를 팬들에게 선보였다. 한 달 간격으로 2장짜리 6집 앨범을 발매한 것. ‘디지로그’는 다듀가 3개월 만에 준비한 제대 후 첫 앨범이자 데뷔 10주년 기념앨범이다.
이번 앨범을 위해 두 사람은 뮤직비디오에서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 랩을 고수하던 래퍼가 눈물 연기를 선보이는 보컬로 변신했다.
▶ “눈 한 번 감았다가 떴더니 10년, 하지만 우리도 많이 변했죠!”
과거 다듀의 음악은 강렬했다. 시원하게 흐름을 타는 그들의 랩은 힙합 팬들의 뜨거운 가슴을 인정사정없이 두들겼다. 두 사람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비트는 팬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였고 몰아치는 랩 스타일은 듣는 이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줬다.
이번 앨범의 눈에 띄는 변화라면 강렬함 속의 ‘부드러움’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은 듯 변했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복고나 디지털적인 음악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마저 든다. 예전의 음악을 즐기던 팬들은 “다듀가 변했다”고 말한다. 이에 그들은 “그럴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했다”며 또 다른 매력의 다듀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가사를 썼어도 몇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변화에 슬퍼하거나 노여워하기보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담아내는 이야기만 달라진 것 같아요. 강렬한 비트들을 모아 놓고 만들어 보자 노력해 봤지만 결국 안 되더라고요.” (개코)
“고수하려는 시도 자체가 페이크(가짜)가 되더라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늘 진실일 수 없으니 매번 진실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진솔하게는 이야기해야 하잖아요. 이건 진심도 아니고 진솔도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노력 자체가 더 상술처럼 보이는 거죠. 아직도 우리에게 그런 과거의 스타일이 있지만 늘 같은 것만 할 순 없잖아요. 얼굴도 변하는데 음악이 안 변할 순 없다 생각해요.” (최자)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
▶ 군대는 ‘힙합파워’ 다듀 마저 걸 그룹 앞 ‘소심男’으로 만들었다
변한 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두 사람은 늦은 나이에 시작한 군 생활로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어야 했다. 힙합을 하는 음악인으로서 가요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에 대해 오래 고민했었다는 그들은 “군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음악 프로그램의 힘을 알게 됐다. 모든 군인이 음악방송을 챙겨보고 있더라. 우리를 포함한 모든 군인이 걸 그룹에게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며 음악방송과 걸 그룹의 존재를 고마워했다.
특히 최자는 후배 가수인 씨스타와 아이유에게는 “밝고 건강함,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삼촌 팬이었어요. 군인 시절 군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만났었는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죠. 아주 좋았지만, 그 당시 우리는 주눅이 들어 있었어요”라며 그들을 군 생활 중 겪은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게 해준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이야기 하는 두 사람의 얼굴이 어느새 발그레해져 있었다.
“군 제대 후에도 씨스타와 아이유를 만났지만 제대로 인사도 못했어요. 갑자기 군인시절이 빙의 되면서 얼굴도 빨개지고…아휴! 아시잖아요? 하하.” (개코)
군대는 다듀에게 다른 힙합 인들에게는 볼 수 없는 인맥도 선물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함정카드의 갑’이자 ‘품앗이계의 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가난한 힙합 듀오는 티 안 나게 사람들의 도움을 얻는 방법을 터득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땐 먼저 도와주고 서로의 치부를 많이 공유하는 것이 그 비결이다.
“배우 이진욱, 이동욱 씨와는 각별해요.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해 서로의 치부 알고 있어요. 서로를 벗어날 수 없어요. 특히 이동욱 씨와는 극단적인 친구관계죠.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스타일이에요. 하하. 인간미 하나는 국내 배우 최고일 거에요.” (개코), “얼마 전 이동욱 씨가 대뜸 전화해서는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OST를 불러달라며 모든 제작진에게 이미 다 말해 놓았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뒤 음악 감독 님께 전화가 왔고 너무 힘들어하셔서 오히려 저희가 ‘죄송하다’고 사과했어요.” (최자)
절친한 사이의 이동욱에게 다음 앨범의 피처링을 부탁하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그들은 “고려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와 함께 노래를 불러보고 난 뒤 마음을 정했어요”며 “저희도 가수로서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동욱이와 함께 노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하.”라고 일축했다. 진심 어린 눈빛과 서슴없이 장난치는 모습에서 그들이 진정으로 가까운 사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음악만큼이나 최자의 외모 변화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어요, 비결이 있나요?
“연예 사병으로 근무하면서 잘생긴 배우들과 지내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살이 빠지더라고요. 하하. 사실은 잠깐 굶는 게 아니라 인간과 습관이 바뀌어야 우리의 겉모습도 변한다는 걸 배웠죠. 함께 복무한 연예 사병들은 제대 전 작품이 정해지는 순간부터 180도 다른 사람이 되더군요. 그들을 보면서 다른 영혼이 들어온 것처럼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았죠.” (최자)
사진제공|아메바 컬쳐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②편에 계속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