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인증샷] ‘모차르트’ 김호영 잡는 여우는 누구?②

입력 2012-02-14 15: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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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김호영. 스포츠동아DB

(1부에서 계속)

-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배우’지만 사실은 ‘여자보다 더 여배우들과 친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김호영 배우보다 더 여배우들과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남자배우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부러워하는 남자배우들이 꽤 많더군요. 노하우가 뭡니까.

사실 선천적인 게 있는 듯해요. 초등학생 되기 전, 그러니까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제 방을 가 보면 오른쪽에는 레고부터 시작해서 건담같은 로봇 장난감이 쌓여있고, 왼쪽에는 종이인형부터 미미, 바비인형이 있었죠.
남자애들하고 놀 때는 피구하고 놀다가 여자애들하고 놀 때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고무줄 제왕이 되는 식이죠. 하여튼 뭔지 모르겠는데 그런 일들이 자연스러웠어요.

제가 지금보다 어릴 때가 더 예뻤어요. 사진 보여드릴까요? 이겁니다. (호오! 정말 여자애 같군요. 그런데 이건 여자한복을 입고 있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이때부터도 옷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의외로 생긴 것과 다르게 한국적인 걸 좋아합니다.
대학입시를 민요 특기로 봤고, 춤도 한국무용을 먼저 배웠을 정도죠. 아버지가 “넌 배우 안 했으면 소리를 했거나 박수무당 됐을 거다”라고 하셨을 정도니까요.

목격자 증언에 의하면 TV에서 장희빈 같은 인물이 춤을 추면 어린 애가 안방에서 엄마 한복을 질질 끌고 나와서는 막 따라했다고 해요. 하여튼 저는 우스갯소리로 “옷 때문에 배우됐다”고 하고 다녀요. 흐흐.
데뷔 후에도 한국적인 작품을 은근히 많이 했어요. ‘바람의 나라’, ‘왕의남자’, ‘화장’, 하다못해 드라마도 ‘태왕사신기’ ….

- 이제 ‘서편제’만 하면 될 것 같군요. 그나저나 연기도 연기지만 사람들은 김호영이란 배우가 얼마나 노래를 잘 하는지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갈라쇼 같은 곳에서 들려주는 김호영의 노래는 엄청난데 말이죠.

솔직히 전 노래를 그렇게 잘 하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 에이~ 왜 그러셔요.

연기력에 비해서요. 크크크.
어릴 땐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다닐 때 교내 합창단이면서 외부 합창단 생활을 많이 했죠. 테너가 아니라 보이 소프라노였어요.

- 혹시 변성기가 없었나요?

설마요. 변성이 있었지만 잘 타고 지나간 거죠. 중학교 때에도 조수미씨처럼 소프라노식으로 노래를 불렀어요. 그러다가 나름 특기로 삼고자 성악레슨을 받았죠. 중3 때인데, 속성으로 테너 소리내는 레슨을 몇 달 받았어요.

데뷔하고나서 제가 음악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느꼈죠. 노래할 때 안 좋은 습관도 알게 됐고.
갈라쇼 같은 데서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여자 노래 부를 때의 음역대도 있지만(김호영은 여자 노래를 여자 키로 부르곤 한다), 노래의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려서가 아닐까 싶어요. 뭐 사실 트로트만큼은 제가 정말 잘 한다고 자신하고 있지만요. 푸하핫!

○ 김호영의 콤플렉스는 ‘토끼이빨’

- 김호영 배우도 인간이니만큼 콤플렉스란 것이 없을 수 없겠죠. 김호영의 콤플렉스는 어떤 걸까요. 배우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어릴 때는 감정적인 부분에 있어서 안 좋은 것이 티가 잘 안 났어요. 물론 안 내려고도 하고, 감히 그럴 수도 없고. 포커페이스가 나름 잘 됐던 사람이죠.
그런데 희한하게 나이 먹으면서, 활동을 하면서 더 잘 되어야할 것 같은데 아니더라고요. 가끔 나도 모르는 더러운 성질이, 못된 구석이 탁탁 나오는 거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이나 포지션이 있는 분들과 내 생각이 좀 다를 때, 저는 직설적으로 얘기했어요. 사실은 …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죠.

전 어릴 때부터 작업을 해서인지,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어리니까 …’였어요. 뭔가 잘 해도 ‘어린 거에 비해 잘 하는 것’이고, 실수해서 못하면 ‘어리니까 …’하고 넘어가는 거죠. 나름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 같아요.

‘사회라는 곳은 내가 밥그릇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밥상을 차려놔도 누가 먹으라고 숟가락, 젓가락을 주지 않는구나’하는 것도 깨달았죠.
당당히 요구하려면 우선 내가 맡은 걸 잘 해야겠죠. 제가 갖고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쟤는 어린데 할 말을 하네?”, “깡이 있네?”, “대찬 아이네?”하는 소리를 하더라고요.

사실 전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 그런데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괜찮은데?’, ‘내가 그런가?’하게 되더라고요.

별거 아닌 것에도 누가 “호영씨, 그건 좀 …”하면 날이 팍 서는 일이 많았죠. 누군가 내게 망신을 줬다? 전 보란 듯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포지션이 뭐든 나이를 떠나 더 큰 망신을 줬어요.
‘나, 김호영이야’ 이런 거죠.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굳이 총대를 멜 필요도 없는 거고, 적을 만들 필요도 없는 거고, 내가 말 안 해도 다들 느끼는 건데 왜 나만 말했던 걸까 싶기도 해요.

여하튼 ‘할말 다하는 아이’, ‘분명한 아이’ 이미지가 있었어요.
제가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결국 제 덫에 제가 걸린 부분이 있더라고요.
작년에 ‘아이다’할 때도 그런 사례가 몇 번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현명하기는 해도, 지혜롭지는 못하구나’싶죠.

나름 외모 콤플렉스도 있어요. 바로 치아죠.
입술이 도톰해서 남들이 잘 모르는데, 제 이가 토끼 이빨처럼 생겼어요.
가끔 방송에 나가면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 치아가 너무 이상해 보이더라고요. 교정을 하고 싶은데 선배님들은 하지 말라고 하세요.

반대로 옥주현 누나는 무조건 하라고 하고요. 이미지가 좀 더 남성스러워질 거라나요.

○ 평생친구 이태린과의 인연

- ‘귀신잡는 해병’마냥 ‘천하의 김호영 잡는 여배우’가 있다던데요.

아, 이태린. 일정부분 맞아요(끄덕끄덕)
저까지 제 인생에서 베스트가 4명 있어요. 저 빼고 물론 다 여자죠. 크크~.
이태린은 고 3때부터 알았는데, 대학교도 동창이에요. 뮤지컬을 전혀 모르는 나를 뮤지컬로 이끈 친구죠.

이 얘기는 조금 길어지는데 ….
제가 대학 다닐 때도 특이했어요. 동대(동국대) 나왔다고 하면 졸업생들이 “넌 절대 동대스타일이 아니야”라고 할 정도죠.
하여튼 전 되게 빨리 (학교)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어요.

뮤지컬배우 김호영. 스포츠동아DB


1학년은 신입생이라 멋모르고 다니고, 2학년 1학기는 신입생 들어온 맛에 다녔죠. 그런데 2학년 2학기가 되니 죽었다 깨나도 못 다니겠더라고요.
결국 집에다가 얘기를 했죠. “학교 못 다니겠으니 휴학을 하겠노라”고 통보를 했어요.

다행히 부모님께서 허락을 해주셨는데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어요. “2학년 2학기 등록금을 내 통장으로 넣어 달라. 정말 알차게 쓰겠다”고 했죠. 부모님께서 등록금을 보내주셨어요.

- 그 돈을 어떻게 썼나요.

그걸 가지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피부관리실이었죠. 푸하!
그리고 헬스, 스쿼시, 골프를 끊고. 프로필 사진이란 걸 난생 처음 찍었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는 아니야. 뭔가 다른 걸 배워야 해’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그때 이태린이 “렌트란 작품이 있어. 같이 오디션 볼래? 네가 하면 되게 재밌을 만한 역할이 있어”하고 권했어요.
따라 갔는데 그게 잘 됐던 거죠. 정작 이태린은 떨어졌는데 ‘렌트’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께서 눈여겨보셨던 모양이에요. 나중에 저와 같이 신시컴퍼니 작품을 하게 되죠.

여하튼 이후 이태린은 제게 있어서 소울메이트 겸 든든한 지원자입니다. 얘기를 많이 나누죠.
사람이나 작품에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찾아가는 거죠. 내가 “죽이고 싶다”하고 도마 하나 가져가서 채를 썰면, 그 아이는 믹서기를 가져와서 갈아버리는 식이죠.
이태린 배우는 제가 평생 함께 할 친구입니다.

- 군 입대는 어떻게 되나요.

작년 ‘아이다’ 공연할 때 영장이 날아왔어요. 대학원생 신분이라 연기가 됐고요. 이제 저한테는 1년의 시간이 남은 거죠.
전 적응력이 빨라서 군 생활도 너무 잘 할 것 같아요. 올해까지는 일을 하고 내년 초쯤 입대하게 될 것 같습니다.

군대를 다녀오면 아무래도 외형적으로나 느낌이 달라져있을 듯해요. 아니면 더욱 독보적으로 오든지.
걱정보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긴 인터뷰에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차르트 오페라 록’ 관객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어떤 작품이든 다 애정이 있고,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있죠. 하지만 이번만큼은 김호영이란 배우가 갖고 있는 매력, 혹은 ‘나는 알고 있지만 남들은 모르는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역할과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생활 10년이 된 저로서도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작품이고요. ‘김호영이란 애가 이렇구나!’ ‘짱짱하구나!’ ‘쫀쫀하구나!’ ‘빛이 나는구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뭔지 궁금하시다고요? (특유의 말투로) 자, 그렇다면 어서 (예매)클릭을 하시라며 ….

※ 김호영이 주연을 맡은 ‘모차르트 오페라 록’은 대구계명아트센터에서 3월 11일까지 공연한 뒤 서울무대로 진출한다.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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