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다저스 클럽매니저 미치 풀 “류현진이 뚱뚱하다고? 사실은…”

입력 2013-01-11 10: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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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풀 LA 다저스 클럽하우스 매니저.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조명은 늘 무대 위 주인공에게로만 향한다. 그들의 존재가 빛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이들의 고충과 노력은 조명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모든 야구 선수들이 한 번쯤 꿈꾸는 메이저리그 무대. 스타들의 존재를 빛내기 위해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클럽하우스 직원들이다.

클럽하우스는 메이저리그 야구장 내 각종 부대시설을 통틀어 일컫는다. 그 곳에는 라커룸을 비롯해 샤워실, 헬스장, 세탁실 등 다양한 공간이 있다. 이 모든 공간을 관리하는 직원들을 가리켜 ‘클러비(clubby)’라고 한다.

미치 풀(50). 그는 클러비의 책임자인 클럽하우스 매니저로 LA 다저스에서만 29년째 몸 담고 있다. 다저스 현대사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풀은 야구장에 가장 일찍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한다. 그는 업무상 선수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동양인 선수들의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개척했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는 물론이고 한국인 최초의 빅리거였던 박찬호를 비롯해 서재응, 최희섭도 풀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조만간 미국으로 건너갈 13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류현진도 풀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동아닷컴은 최근 한국 언론 최초로 다저스 클럽하우스 매니저 풀을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박찬호, 서재응, 그리고 최희섭을 또렷이 기억하며 그리워했다. 아울러 곧 다저스에 합류하게 될 류현진에 대한 큰 기대감도 드러냈다.

미치 풀 LA 다저스 클럽하우스 매니저. 동아닷컴DB


다음은 풀과의 일문일답.

-오랜만이다. 그 동안 잘 지냈나?

“작년 시즌이 끝나고 연말과 새해를 보내며 식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이제 슬슬 스프링캠프도 준비해야 하고 다시 바빠질 것 같다.”

-다저스에서만 꽤 오래 근무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 올해로 29년째 장기근속 중이다.”

-언제 그리고 어떤 계기로 다저스에서 근무하게 되었나?

“대학(Pasadena city college)시절, 야구부 동료 중 어려서부터 함께 야구를 했던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당시 다저스에서 배트보이를 했다. 그 친구의 권유와 소개로 다저스와 인연이 닿았다. 처음에는 나도 임시 베트보이를 하다가 훗날 정직원이 됐고 차근차근 내부승진을 통해 클럽하우스 매니저가 됐다. 매니저가 된지는 한 11년 정도 된 것 같다.”

-클럽하우스 매니저의 주된 임무는 무엇인가?

“선수들의 연습과 경기에 필요한 모든 용품을 지원하고 관리하며 또한 각종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가장 주된 임무라고 볼 수 있다.”

-클럽하우스 매니저는 구단의 원정경기에도 동행하나?

“물론이다. 홈경기 때는 우리 팀 클러비들이 용품 지원 및 관리를 맡지만 원정경기 때는 상대팀 클러비들이 우리 팀의 용품을 운반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반드시 내가 팀과 함께 동행해서 선수들에게 불편이 가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클러비들이 선수들의 짐까지 다 챙겨준다고 들었다.

“맞다. 경기 후 선수들의 짐과 장비를 챙겨 트럭에 싣는 일부터 호텔로 나르고 반대로 호텔에서 다시 야구장이나 공항으로 옮기는 일 등 선수들의 짐과 장비의 운반 및 관리는 나와 클러비들이 도맡아 한다.”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선수단 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웃으며) 많다. 많아도 아주 많다. 우선 투수들이 사용하는 배트가 총 36자루가 되는데 그걸 커다란 가방 하나에 담는다. 그리고 야수들의 경우 배트 가방을 포함해 1인당 평균 약 12개 정도의 짐 가방이 있다. 시즌 중 선수단 규모만 25명에 코칭스태프와 구단 직원들까지 있으니 한 번 계산해 봐라. 하하.”

-얘기만 들어도 쉽지 않은 일 같다.

“그렇다.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짐은 특히 장비의 경우 절대 분실이나 누락이 용납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다.”

선수들의 편의를 도모해야 하는 클러비의 임무 중에는 야구화 청소도 포함돼 있다, 그 만큼 업무 범위가 넓다. 동아닷컴DB


-앞서 당신도 대학시절 야구를 했다고 했는데 프로경험은 없나?

“있다. 뉴욕 양키스, 시카고 컵스 등의 트라이아웃을 통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루키 팀에서 뛴 경험이 있다. 하지만 프로 경력은 거기까지 였다.”

-과거 야구선수였는데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전혀 없다. 야구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야구를 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좋아하는 다저스 구단의 일원으로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고 그 것이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 직업에 만족하며 행복하다.”

-선수시절 포지션은 무엇이었나?

“투수였다. 내가 프로에 있을 때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쓰던 헌 유니폼을 물려받아 입었다. 당시 나는 브코비치라는 선수의 유니폼을 물려받아 사용했는데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하.”

-자녀들도 당신의 영향을 받아 야구선수를 꿈꿀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딸 한 명만 있는데 운동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고3인데 대학도 그 쪽 방면으로 진학할 것 같다.”

-당신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이며 반대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나와 클러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힘든 점은 근무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시즌 중에는 보통 아침 8시에 출근해 자정이 넘어 퇴근한다. 평균 수면시간이 4~5시간 정도? 때로는 그 이하일 때도 있을 만큼 장시간 근무가 많다.”

-구단이 당신에게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할 것 같다.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은 받는다. 하하.”

-클러비와 클럽하우스 매니저는 빅리거들에게 팁도 많이 받는다고 들었다.

“나 같은 정직원은 매달 충분한 고정수입이 있어서 괜찮지만 클러비 대다수는 임시직이기 때문에 팁 같은 부수입이 필요하다. 자주 그리고 많이 주는 선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많다면 팁 액수가 어느 정도인가?

“그건 말해줄 수 없다. 하하.”

-다저스는 유독 아시아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박찬호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도 많이 거쳐갔다. 이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누구였나?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 노모, 궈홍치 등 다저스를 거쳐간 많은 아시아 출신 선수들은 한결같이 재능이 뛰어났고 성격도 좋았다. 그 중 노모는 아시아 지역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개척자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야구 실력을 떠나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동료나 구단 직원 등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성과 매너 등이 매우 훌륭했던 선수로 기억한다.”

미치 풀 LA 다저스 클럽하우스 매니저. 동아닷컴DB


-한국선수들은 어땠나?

“박찬호는 지금도 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줄 정도로 친절하다. 입단 초기에는 어려서 그랬는지 밝고 외향적인 성격이었지만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후에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과묵해졌다. 서재응과 최희섭도 좋은 친구들이다. 특히 성격 좋은 최희섭이 기억난다. 옛 추억을 생각하니 갑자기 그들이 보고 싶다. 하하.”

-한국 최고의 좌완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했다. 그를 만나본 적이 있나?

“입단 기자회견 때 만났다. 류현진이 영어를 잘하지 못해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표정도 밝고 성격도 매우 좋아 보였다. 한국 최고의 투수라 그런지 매우 특별해 보였다.”

-특별하다고 언급했는데 첫 인상은 어땠나?

“류현진의 별명이 ‘류뚱’이라고 들었고 그 뜻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절대 뚱뚱하지 않다. 류현진은 단지 몸통 체형이 크고 단단한 편이지 절대 뚱뚱한 것은 아니다. 뚱뚱하다고 하면 뉴욕 양키스의 좌완 C.C. 사바시아 같은 경우다.”

-‘류현진 효과’로 인해 올 시즌 많은 한국 팬들이 다저스 구장을 찾을 것 같다. 그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하는가?

“다저스는 매년 한국 팬들을 위해 ‘한국인의 밤’ 행사를 꾸준히 개최했다. 올해는 류현진이 입단해서 더 많은 이벤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자세한 내용은 구단 홍보팀에 문의하면 된다.”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개인적으로 류현진을 처음 본 건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였다. 당시 야구장에서 직접 그의 투구를 봤는데 정말 잘 던지더라. 그때부터 류현진이 우리 팀에 왔으면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현실이 됐다. 류현진은 분명 올 시즌 다저스에 여러모로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 직원들과 팬들도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류현진과 다저스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한국 최고의 좌완 류현진이 우리 팀에서 뛰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류현진은 좋은 성적은 물론 야구 외적으로도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저스는 과거 박찬호 때부터 한국과 인연이 깊다. 류현진의 입단으로 좋은 인연이 계속 이어져 갔으면 좋겠다. 류현진과 다저스 모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한국에서도 많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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