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19집이 파격? 20집은 더 파격적일 수도…”

입력 2013-05-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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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는 ‘가왕’ 조용필. 31일부터 시작하는 전국투어 ‘헬로’는 조용필과 한몸과도 같은 기타의 선율로 그의 근사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랜 만의 무대다. 사진제공|YPC프로덕션

■ 전국 투어 앞둔 ‘가왕’ 조용필

‘남겨진 자의 고독’ 직접 기타 독주
히트곡 많아 레퍼토리 가장 큰 고민
신곡과 옛노래들 간극 메우려 노력
19집 LP는 마니아들을 위한 앨범

조용필은 기타를 치고 있었다. 1994년 15집 수록곡 ‘남겨진 자의 고독’이었다. 5월31일부터 시작되는 전국투어 ‘헬로’ 무대에서 솔로 연주를 해야 한다고 했다. 20일 오후 찾아간 서울 서초동 YPC프로덕션 2층 연습실에서 조용필은 “밴드 멤버들이 ‘남겨진 자의 고독’ 간주 부분에서 기타 독주를 하라고 했다”며 허허 웃었다.

색깔이 들어간 안경, 평범한 셔츠에 점퍼 그리고 청바지. 패션은 늘 한결같다. 이날도 조용필은 연습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는 이미 공연 연습을 끝냈다고 한다. 연습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장인’이지만, 그는 지난 수개월 동안 하루 7시간씩 연습을 해왔다. 20일 공연장인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무대설치가 시작됐다. 설치가 끝나면 그는 매일같이 공연장을 드나들며 관객에게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 준비를 할 것이다.


-히트곡이 많아 공연 레퍼토리 구성이 고민일 것 같다.

“가장 큰 고민이다. 레퍼토리가 나와야 공연의 기본 틀이 나오는데. 두 달 전에 레퍼토리가 나왔다. 연습하면서 구성이 조금 바뀌었다. 신곡 10곡을 하려고 했는데, 2곡이 빠졌다. 19집은 리듬이 굉장히 단단하다. 예전 곡들은 그만큼 리듬이 비어 보이게 된다. 그걸 메우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사운드의 균형이 맞도록 노력 중이다.”


-19집을 LP로도 발매하는 의미는 뭔가.

“마니아를 위한 것이다. 음악을 LP로만 듣는 사람이 많다. 외국에는 LP 소비자가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그렇지 않다. 처음엔 1000장만 찍겠다고 했는데, 벌써 주문량이 1만장이다.”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들었다.

“며칠 전 ‘걷고 싶다’를 찍었다. 템포가 느린 서정적인 곡이 오래가니까, 뮤직비디오도 느린 곡을 찍게 된다. 연기자만 출연하면 노래 메시지가 덜 할 것 같아 나도 출연했다.” (조용필은 16일 오전 6시부터 충남 태안 일대에서 촬영한 ‘걷고 싶다’ 뮤직비디오에서 립싱크 연기를 했다. 그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스스로 이번 앨범 대박이라고 생각하나.

“누군가 물어보더라. 지금 이 (올킬의)상황을 아느냐고. 나는 집, 사무실 외에는 모른다. 그동안 친구나 친지를 두어 번 만났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밖의 상황을 어떻게 알겠나. 그들이 전하는 말만 들었는데, 이런 얘기는 들었다. 지하철에서, 동대문시장에서, 마트나 미장원에서도 내 노래가 나온다고.”


-새 앨범을 내는데 왜 10년이나 걸렸나.

“세 번 정도 중도에 작업을 그만둔 적이 있다. 음악을 만들다 막혀서였다. 한 테마를 만들어놓고 보면 그다음부터 안 풀리더라. 그래서 다른 노래를 만들었는데, 또 중간에 막히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자꾸 미뤄졌다. 노래는 한순간에 끝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특히 요즘 ‘한류’다, ‘케이팝’이다 하는데 잘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고. 그렇게 고민하다 내 콘서트를 한 해만 문을 닫자 결심했다. 한 해 동안 공연을 한 번도 안 한 게 처음이다.”


-‘헬로’ ‘바운스’ 같은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다보니 늦어진 건가.

“그렇다. 나는 빌보드에서 최신 음악을 항상 듣는다. 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야 음악의 변화도, 트렌드도 알 수 있다. 다음 앨범은 그렇게 늦지 않을 것 같다. 외국 친구들과 ‘헬로’ 작업을 하면서 요즘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속까지 다 들여다보게 됐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좀 온다. 물론 다음 앨범을 만들더라도 더 세밀하게 만들려고 한다. 안 되더라도 욕심은 내야 하는 게 아닌가.”


-20집은 더 파격적으로 나간다고 했는데.

“19집이 파격적이어서 여기서 더 나갈 수 있을까 고민도 된다. 그러나 20집이니까 전보다 더 강하게 나갈 것 같다. 20집은 외국 작곡가들과 함께 공동작업할 예정이다. 쉬우면서도 복잡하고, 멜로디 라인이 절묘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 모든 것 부딪혀야 한다. 그래야 내가 깨지든 벽이 깨지든 한다. 지금 음악적으로 이 시대에 똑똑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걸 이기려면 폭탄 들고 뛰어내려야 한다. 네가 죽든 내가 죽든 해야 한다.”


-패션은 안 변하시는데.

“그게 어디 가나. 기타잡이로 시작한 사람은 좀 그런 게 있다. 기타를 벗고 막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웃기고. 사실 뭐, 난 그런 퍼포먼스를 못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 하하!”


-노랫말이 이번엔 좀 평이하다는 평가가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달라서 그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다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리듬감이 좋아서 신나는 분위기인데 노랫말도 그렇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목소리가 변하지 않는다.

“목소리를 건강하게 하려면 연습 밖에 없다. 여러 소리를 내보고, 그 중에서 가장 소리가 좋은 걸 계속 유지하려고, 그 소리 그대로 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일상생활에서도 그 소리를 내게 된다. 공연을 앞둔 요즘엔 하루에 하루 7시간 정도, ‘빡세게’ 한다.”


-래퍼를 기용한 것도 파격이었다.

“‘헬로’ 외에도, ‘그리운 것은’에도 원곡은 영국 록밴드 멤버의 랩이 있었다. 그러나 공연할 때 그대로 구현할 수가 없어서 고민 끝에 랩 부분을 삭제했다. 그 랩이 너무 아까워 다음에 별도로 낼 생각이다. ‘헬로’도 원곡엔 흑인 래퍼가 랩을 했다. 그런데 영어여서 버벌진트로 최종 결정했다.”


-요즘 살맛 나겠다.

“아니다. 오히려 긴장한다. 공연을 앞두고 이것저것 신경 쓸게 참 많다. 얼마나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나.

“개인적으로는 슬픈 이야기이지만 관여하고 있지 않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내 잘못도 있는 거고, 또 법적인 문제도 있고. 스태프들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 또 세상에 ‘돈, 돈’ 돈타령하면 안 된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고 적으면 아쉽고 적당히 있으면 좋은 거고.”


-100세 시대인데 노후준비도 하나.

“나는 일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음악을 하고 싶다. ‘일 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무대에서 2시간 동안 공연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무대에서 영원히 내려올 것 같다.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좋아해야지, 그저 관록만으로는 하지 않겠다.”


-우리 가요계 미래를 전망하면.

“미국처럼 되겠지. 내가 지금 만든 ‘바운스’ ‘헬로’와 같은 것이 가장 핫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로 가지 않을까. 마룬파이브, 펀(F.U.N.)과 같은 친구들 음악을 뜯어보면 앞으로의 음악의 답이 나온다. 우리 아이돌 가수들도 퍼포먼스를 조금 줄이고 음악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음악은 변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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