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H]조달환 “‘달인’ ‘예능 늦둥이’…정체가 뭐냐고요? 배우 꿈꾸는 연기자!”

입력 2013-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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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발군의 탁구실력과 강호동을 웃게 만드는 입담으로 주목받는 조달환은 못하는 게 없는 ‘달인’으로 통한다. 데뷔 13년차 배우지만 “어느 무대이건 내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 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노래한 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고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진한 이야기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배우, 묵직한 무게감으로 변치 않는 팬들의 사랑을 받는 가수, 명작을 탄생시키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스태프 등 각 분야에서 묵묵히 존재감을 빛내고 있는 인물들의 사람 냄새(Human)나는 따뜻한 이야기(History)를 ‘스토리h’를 통해 전합니다.


■ ‘우리 동네 예체능’ 드라마 ‘천명’으로 뜬 조달환

못하는게 없다?
딱 하나 있어요, 돈벌이!
어린시절 지독한 가난 원망했는데…
마음의 가난부터 채웠더니 새 인생
데뷔 13년만에 얻은 인기,
홀어머니 기뻐하셔서 가장 기뻐요


‘통달할 달(達), 빛날 환(奐)’ 이름 뜻대로 됐다.

연기자 조달환(32)이 KBS 2TV 간판 예능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과 드라마 ‘천명’을 통해 ‘핫 스타’로 떠올랐다. 여기에 최근 켈리그라피(손글씨) 작가로도 명함을 추가했다. “도대체 어디서 뭐하다 이제 나타났느냐”는 강호동의 말처럼 방송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달환은 2001년 드라마 ‘허니허니’로 데뷔해 올해로 13년차를 맞는 배우다. 지난해 영화 ‘공모자들’ ‘댄싱퀸’을 비롯해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황산벌’ ‘방과후옥상’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조달환이라는 이름 석자와 얼굴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는다.

역시 예능프로그램의 힘이 컸다.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태릉인’ 못지않은 운동 실력으로 주목받더니, 여기에 천하의 강호동과 이수근도 웃게 만드는 입담까지 과시하고 있다. 역시 ‘끼와 재능’은 타고나는 것인가보다.

조달환의 매력이 드러날수록 ‘예능 늦둥이’ ‘달인 조선생’ ‘미존(미친 존재감)’ ‘명품조연’ 등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도 점차 늘어나고, 관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관심을 받는 것이 “비행기 타는 기분”이라고 했지만, 무엇보다 홀어머니와 친구들이 좋아해주는 게 “가장 기쁘다”고 했다.

“다들 내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는데 ‘배우를 꿈꾸는 연기자’라고 말하고 싶다. ‘13년 만에 예능으로 떴다’는 말이 섭섭하기는커녕 듣기 좋다. 예능프로그램도 작품이다. 어느 무대에서든 그 역할을 잘 소화하는 사람이 최고인 거지, ‘난 연기자’ ‘넌 예능인’이라고 차이를 두는 건 아니라고 본다.”

연기만 해오던 조달환에게 그 길로 안내해준 이는 개그맨 박성호다. 연예인탁구협회 회장인 박성호가 ‘탁구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며 함께 출연을 제의했다.

“나는 협회 총무다. 탁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승민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탁구를 배웠다. 성격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탁구는 상대와 마주 보면서 경기를 한다. 그 안에서 이해와 배려심을 배운다. 아무리 성격이 나쁜 사람도 운동을 하면 변한다고 하지 않나.”

조달환은 못 하는 게 없는 ‘달인’이다. 스스로 “잡기에 능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딱 하나 못하는 게 있다. 돈벌이다.

“어렸을 때 지독하게 가난했다. 우리 집이 없다보니 이사만 50군데 이상 다녔다. 안 해본 일이 없다. 초등학생이 하리라곤 상상도 못한 일까지 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두 형제를 키웠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빴다. 스무살이 되어서는 어머니에게 ‘우리 집은 왜 이렇게 돈이 없느냐’고 투정도 부렸다. ‘가난이 비극이 아니라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는 게 비극’이라는 말을 들었다. 물질적 가난은 극복하기 어려우니 마음의 가난을 극복하자고 결심했고, 그걸 연기로 이겨냈다.”

그렇다고 연기자로서 거대한 욕심은 없다. 주연을 맡고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욕심을 갖는 순간 스트레스가 생기는 거다. 누구처럼 되고 싶고, 높은 위치에 올라가고 싶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날 가볍게 보고 업신여긴다면 그 사람이 그런 거다. 어떤 선배로부터 언어폭력의 피해를 입었을 때 일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적은 있었다. 이 직업이 나에게 고통을 주고 후회가 된다면 바로 돌아설 거다.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가 ‘미래를 위해 희생하지 말라’고 했다. 현실이 가장 중요하니까 지금에 충실하라고.”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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