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풀스토리] 넥센 장정석 매니저 가슴벅찬 가을…선수시절 시련 오히려 축복?

입력 2013-10-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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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장정석 매니저. 스포츠동아DB

넥센 장정석(사진) 매니저는 계속 ‘포지션’이 바뀌는 인생 궤적을 그려왔습니다. 익숙한 것과 결별할 때, 인간은 힘든 법이죠. 그런 시련 앞에서 ‘왜 나만 이럴까’라고 한탄하기보다는 현실에 발을 디디고,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 것이 이치인 듯합니다. 장 매니저의 인생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장정석은 야구계에 흔치 않은 선수 출신 매니저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에 입문하면서는 내야수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 팀이 원해서 투수로 전향했죠. 그런데 고2 때 허리가 아파왔습니다. 알고 보니 선천성 척추분리증이 있었습니다. 갈림길에서 그는 야구를 위해 수술을 택했습니다. 투수를 포기하고, 외야수로 다시 바꿨습니다. 외야수로 중앙대에 입학했고, 1996년 현대에 입단했죠.

우투좌타였는데 현대에 입단해서는 당시 김용달 타격코치의 권유로 스위치히터 실험을 했습니다. 외야 주전감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박재홍이라는 괴물신인이 버틴 까닭에 결국은 대타 요원으로 포지션을 바꿔 살아남아야 했죠. 그래도 대타로 데뷔 첫해 준우승까지 해낸 현대 돌풍에 기여한 기억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1998년 현대의 한국시리즈 우승 때보다 오히려 1996년 준우승이 돌아보면 야구인생의 절정인 듯싶네요.

1999년에는 김경기, 이숭용의 연속 부상 때문에 돌연 1루수로 뛰어야 했었죠. 그러나 잠실에서 견제구를 잡으려다 귀루하던 두산 선수와 충돌해 엄지 인대가 파열됐습니다. 3개월을 쉬어야 했고, 거기서 야구인생은 꺾였습니다.

KIA로 트레이드돼 재도전을 했으나, 이곳에선 투수, 그것도 너클볼러로 변신했죠. 훈련 때 장난스레 던진 너클볼이 코치가 받지도 못할 마구처럼 보이자, 구단에서 투수 전향을 권한 것입니다. 중학교 2학년부터 재미 삼아 던졌던 너클볼 때문에 야구인생이 또 한번 요동친 셈이죠. 2003년 겨울부터 이듬해 하와이 전지훈련까지 너클볼을 다듬었는데 당시 코치들은 ‘느린 볼’, ‘제구가 안 되는 볼’의 속성을 갖는 너클볼의 생소함을 아무래도 잘 몰랐던 모양입니다. 결국 연습경기에서 결과가 좋지 않자 2군에 갔고, 다시 야수 전향을 요구받았습니다. 이에 장정석은 2004년 은퇴를 선언하고, 프런트로서 현대로 돌아갑니다.

2005년 전력분석팀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는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2008년 히어로즈로 팀이 바뀌었고요. 살림살이가 힘들 때 떠날 생각이 왜 없었을까요? 그러나 현역 시절의 그 어느 감독, 코치보다 자신을 믿어준 이장석 대표를 믿고 인생을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넥센은 보란 듯이 4강에 올라갔죠. ‘프런트 장정석’의 미래를 생각하면 선수 시절의 부침은 오히려 축복처럼 비쳐집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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