웽거 안에 박주영 있었다

입력 2013-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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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스포츠동아DB

■ 1년 7개월만에 출전 의미

주력들 투입한 첼시와의 리그컵 4R
리드 당한 후반 35분 승부카드 중용
웽거 “박주영 성실하게 훈련해왔다”


아스널과 첼시의 잉글랜드 캐피털원컵(리그 컵) 4라운드가 열린 30일(한국시간)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 주력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안방에서 0-2로 뒤지던 아스널의 마지막 카드는 박주영(28)이었다. 후반 35분 애런 램지와 교체 투입됐다. 작년 3월 AC밀란(이탈리아)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후 1년7개월여 만에 이뤄진 출격.

그러나 오랜 기다림을 보상받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정규시간 10분에 추가시간 3분을 더 뛰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슛 찬스는 없었고, 볼 터치 횟수도 적었다. 결국 아스널의 조기 탈락. 한술 더 떠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팀 내 최저인 평점 3을 매겨 가뜩이나 아픈 박주영의 속을 더 긁었다. 위안거리는 박주영이 아직은 ‘아스널 맨’이라는 걸 알렸다는 사실 정도.

이날 경기 후 아스널 아센 웽거 감독은 “박주영이 훈련을 잘해왔다. 성실히 훈련했다”고 출전 배경을 털어놨다. 하지만 ‘꾸준한 훈련’이 ‘꾸준한 출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계속 팀 훈련 소식이 전해졌지만 정작 경기장에선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왔다.

웽거는 또 “위건(챔피언십·2부 리그)이 박주영에 관심을 보였고, 나도 그를 보내려 했다. 선수가 (긴급 임대를) 거절했다. 박주영과 위건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고 했다. 사령탑이 임대를 언급했다면 ‘전력 외 카드’로 보는 편이 옳다. 유럽 축구 소식에 밝은 관계자는 “박주영은 위건이 제시한 봉급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액수를 줄이거나 아스널과 일부씩 분담하는 등 다양한 모색을 했지만 다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아스널과 계약기간이 2015년 6월까지 남은 박주영의 연봉은 약 150만 유로(약 21억 원)수준. 챔피언십 규모에 맞는 살림살이를 해야 하는 위건 입장에서 큰 부담이었다.

결국 박주영은 본인의 선택으로 아스널에 남은 만큼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리그 컵에서의 10여 분을 프리미어리그에서의 10여 분, 이어 꾸준한 출격으로 이어가야 한다.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선발 원칙은 “소속 팀에서의 꾸준한 출전”이다. 한 경기 나섰다고 ‘꾸준함’은 아니다. 걸음은 뗐지만 갈 길은 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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