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캄보디아 시엠립 1편]미소에 취해 미로에 빠지다

입력 2014-03-14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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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엠립 앙코르 유적.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윤회설을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외제차를 부리며 부자로 살거나 혹은 1달러짜리 기념품을 팔고 있더라도 그들은 행복하다. 그들의 오랜 신념인 윤회를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가 어찌 알까마는, 언제나 자신을 굽어 살펴주는 신이 있고 작은 소망을 기원할 사원이 있으니 이들은 부족함이 없나 보다. 신과 함께 사는 인도차이나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은 욕심 많은 여행자의 행보를 한 템포 늦춰준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라오스와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을 간다.》

신들의 도시 시엠립

캄보디아의 시엠립까지 직항로가 개설되기 전 방콕을 통해 육로로 18시간을 달려야 했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비포장인데다 우기에 만들어진 물 웅덩이와 울퉁불퉁한 진흙 길은 시속 30km 이상을 내기 힘들었다. 좌우로 평야가 지루하게 이어지던 먼지 가득한 길을 달려 밀림의 그 유적을 만났었다. 고생스러웠지만 해볼 만한 여정이었다. 직항로가 개설된 지 몇 년이 되었고,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갔다. 시간이 흐른 만큼 시엠립은 번화해졌고 평온 대신 활기가 넘쳤다. 그 사이 유적은 안녕했는가.

바욘의 3층 테라

시엠립 일대에 앙코르 유적을 세웠던 크메르족들은 사라졌다. 무수한 사원과 해자, 조각과 탑, 부조만 가득 남긴 채 그들은 흔적을 감추었다. 밀림 속의 유적이 발견되자 약탈과 훼손이 자행되었다. 사라진 선조들은 이 엄청난 유산에 대해서 단 한 줄의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보호의 손길 속에서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가고 있는 유적들을 보존할 길이 요원하다. 우주를 가고, DNA를 복제하고, 머리카락보다 얇은 것에 수많은 정보를 저장한다는 현대문명의 첨단 기술이 열대 밀림 속에선 참으로 보잘것없는 듯하다. 과학기술보다는 어쩌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 무수한 신들께 이들처럼 기도를 올려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소에 취해 미로에 빠지다

거대하고 높은 탑, 깊은 양감의 조각상, 쉼 없이 이어지는 벽의 조각들도 볼 만하지만 앙코르톰의 입구를 비롯해 몇 곳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온화한 미소의 얼굴들에게 시선이 간다. 이 얼굴들은 바욘에서 쉽게 그리고 많이 만날 수 있다. 그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3층의 테라스로 올라가야 한다. 사실 바욘이 3층의 구조물이라고는 하지만 무너지고 막힌 곳, 복잡한 구조 탓에 명확하게 구분하면서 감상하기는 힘들 것이다.

대략적으로 보면 1층은 주로 주변국과의 전쟁을 비롯해 역사와 문화적인 모습을 추측해볼 수 있는 부조들이 가득한 회랑 부분이고, 3층은 테라스 같은 오픈된 공간으로 ‘앙코르의 미소’라 불리는 바욘의 얼굴을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바푸온 진입로.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학자들은 바욘이 거대한 도시인 앙코르톰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의 건축양식을 볼 때 중앙은 항상 이들 종교의 최상 지점인 메루 산을 상징하고 있으므로 바욘 자체가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해석이야 어떻든 이 거대하고 온화한 얼굴을 사각의 프레임 안에 넣으려는 인파가 3층 테라스를 메운다. 전통 복장을 빌려주며 사진을 찍으라는 호객꾼까지 있다.

북쪽의 출구를 통해 나와 바욘을 등지고 직진해서 왼쪽이 바푸온이다. 앙코르톰이 건설되기 전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큰 연못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바푸온에 닿는다. 다리의 중앙 부분은 왕이 다니는 길이고 좌우로 높이가 조금 얕은 곳은 신하, 그리고 다리 아래로는 천민이나 짐승이 다니는 길이었다고 한다. 바푸온은 공사 중이라 내부를 들여다볼 수는 없는데, 시엠립의 유적들은 보수를 위해서 언제 어느 유적에 천막을 치고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할지 모르는 일이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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