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한국인 입맛 맞춘 ‘토종 프랑켄슈타인’

입력 2014-05-0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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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탄탄한 스토리, 드라마틱한 음악 등 국내 관객들의 입맛에 딱 맞는 코드들로 무장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괴물’을 창조한 뒤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천재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의 류정한. 사진제공|충무아트홀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작가 겸 연출가 왕용범 씨가 극본 집필
국내 관객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코드
류정한·한지상 등 최고 배우들과 넘버
한국 창작뮤지컬사에 ‘새 이정표’ 호평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재밌다.

이런 근사한 작품이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리 뮤지컬 제작 수준이 이 정도가 되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마저 든다. 프랑켄슈타인의 성공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요소들로 가득 찬 작품이라는 점이다.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K2 등 ‘한국형 아웃도어’를 앞세워 외국 유수의 브랜드들을 제치고 아웃도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토종 브랜드들을 연상하게 한다.


● 한국관객이 좋아하는 스토리·코드로 무장

우선 스토리다. 뮤지컬은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하다. 빈약한 스토리는 눈 감아줄 수 있지만 음악이 허접하면 용서받을 수 없는 장르가 뮤지컬이다.

하지만 이는 외국의 이야기. 국내 관객은 스토리도 중시한다. 개연성이 흐물거리고 뭔가 극적인 에피소드가 등장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프랑켄슈타인은 100점 만점이다. 1차적으로는 원작의 힘이요 2차적으로는 극작가의 능력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극본은 왕용범이 썼다. 작가이면서 연출가인 왕용범은 국내 뮤지컬계에서 ‘가장 한국관객을 잘 이해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라이선스 작품인 ‘삼총사’, ‘잭더리퍼’ 같은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한국형 흥행작’으로 재탄생했다.

스릴러 장르도 국내 관객들이 애호하는 장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라는 부제를 달았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여기에 ‘남녀’가 아닌 ‘남남’이 극을 끌어간다는 점도 객석의 대다수를 메우는 여성관객들의 마음을 솔깃하게 만든다. ‘복수’도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코드이다.


● 드라마틱한 음악…10곡의 ‘지금 이 순간’을 듣는 기분

작곡가 이성준이 만든 음악도 뛰어나다. 음악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드라마틱하고, 배우들이 성량을 과시할 수 있는 넘버들이 많다. 오히려 너무 많아 나중에는 살짝 감흥이 덜 할 정도다. 누군가는 “프랑켄슈타인에는 지킬앤하이드의 드라마틱한 명넘버 ‘지금 이 순간’이 열곡쯤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이런 드라마틱한 넘버들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가왕’급 배우들이 대거 포진됐다. 국내 배우들 중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배우들이다. 40대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30대의 강철성대를 유지하고 있는 류정한(빅터 역), 군 복무시절 조승우의 노래선생으로도 알려진 ‘고품격 고음’ 한지상(앙리 역), ‘광화문연가’에 출연해 ‘그녀의 웃음소리뿐’에서 ‘돌고래 고음’을 들려주었던 가수 겸 배우 리사(줄리아 역), 뮤지컬 창법의 교과서같은 서지영(엘렌 역) 등이 프랑켄슈타인의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한국 창작뮤지컬사에 이정표를 세운 프랑켄슈타인. 관람 도중 기립하고 싶어하는 엉덩이를 의자에 눌러 앉히느라 몇 번이나 애를 써야 했음을 고백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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