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송일국 “내리막길 걷던 나를 잡아준 건 연극”

입력 2014-10-15 16:3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송일국. 사진 |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encut@donga.com

배우 송일국이 도마 안중근 의사로 돌아온다.

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삼둥이 아빠’로 활약 중인 송일국은 드라마 ‘발효가족’(2011) 이후 약 3년 만에 배우로 관객들을 만난다. 공백 기간 동안 영화 ‘현기증’. ‘플라이, 하이’, ‘타투이스트’ 등을 촬영하며 연기 생활을 지속했지만, 대부분 하반기나 내년에 개봉될 예정. 때문에 연극 ‘나는 너다’가 공식적인 복귀작인 셈이다.

송일국은 연극 ‘나는 너다’에서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준생까지 1인 2역으로 분해 아버지와 아들의 상반되고도 고통스러운 삶을 심도 있고 진중한 연기로 풀어낸다. 그는 2010년 초연에서 관객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연극무대에 데뷔한 바 있다.

4년이 지났지만, 송일국에게 ‘나는 너다’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바쁜 스케줄에도 이 작품을 다시 선택한 이유다. 이번에도 윤석화(연출)와 손을 잡는다.

“인간 송일국에게, 또 배우 송일국에게 선물을 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세 쌍둥이를 갖게 됐고, 배우로 거듭나기도 했거든요. 드라마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 연기에 대한 방향을 잘못 잡았어요. 그러면서 몸 만드는데 열중했던 것 같아요. 왜 그랬는지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나봐요. 이후 출연하는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저조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때 제안받은 작품이 ‘나는 너다’였어요.”

2010년 연극배우 윤석화는 송일국을 찾았다. 윤석화는 연극 ‘나는 너다’의 대본을 송일국에게 건넸다. 대학시절 연기를 배우며 몇 차례 접한 것이 그가 아는 연극의 전부. 게다가 상업연극은 처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대본을 읽고 연기에 대한 갈망이 불타올랐지만, 그를 붙잡는 것이 있었다. 김두한의 외손자인 그가 안중근 역과 안준생 역을 맡는다는 부담이었다. 혹여 안중근 의사를 욕되게 하지는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솔직히 말하면, 안준생 역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어요. 저도 이 연극을 하면서 그 분이 친일파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적잖이 놀라기도 했지만 (친일파란 사실 외에) 안준생의 마음에 공감이 갔어요. 사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아니면 그 마음을 잘 모를 거예요, 나라를 위해 한 몸 불사하신 분들의 가족은 정말 고통 속에 살았어요. 외증조할머니(고 김좌진 장군 부인)는 외증조할아버지를 ‘일생의 웬수’라고 하셨을 정도니까요. 정말 독립투사들의 이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가족사를 듣다보면 마음 아프죠. 그래서 저는 안준생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갈망과 인물에 공감하며 도전했던 연극은 한마디로 ‘멘붕’이었다. 첫 드레스 리허설 때는 답이 안 나올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고. 그는 “‘몸 따로 마음 따로’라는 걸 제대로 경험했다”며 “절박함으로 모니터를 하고 생애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제일 만만한 게 어머니잖아요. (웃음) 어머니가 ‘배우를 가르치는 배우’로 유명하세요. 유동근 선배나 전광렬 선배 등 많은 분들이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연기를 배우셨어요. 심지어 새벽에도 찾아오셔서 지도를 받고 가셨죠. 어머니가 원래 다른 분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시거든요. 그런데 제게는 안 그랬어요. 대본이 하늘 위로 날아다녔어요. 아들이라 그런가, 더 알려주고자 하는 욕심이 컸던 것 같아요. 그렇잖아요, 김을동 아들인데 연기 못한다는 소리 들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어머니랑 엄청 싸웠던 기억이 있어요. 하하. 그래도 부탁할 분은 어머니 밖에 없었어요.”

어머니에게 대본을 맞아가며(?) 연기를 배우고 무대에서 쓰러질 정도로 나름 열연을 펼쳤다고 그때를 회상한 송일국은 “그제야 연기의 참맛을 알았다”며 “더 잘 할수 있다는 마음에 아쉬웠고 다음 무대가 기대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재공연에 참여한 계기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홍성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는데 그때가 돼서야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늘 가슴 한켠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는데 이제 다시 기회가 왔으니 잘 해야죠. 나이를 먹어 그 때의 에너지가 나올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네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빠가 돼서 연기를 하니까 감정 연기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체력이 따라줄지…. 하하하.”

송일국은 다음주 동료배우들과 항일유적지를 탐방하러 간다. 백두산, 하얼빈 등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선조들의 마음을 온 몸으로 느끼고 올 예정이다. 온전히 자비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예전에 돌 벌면 윤석화 선배가 있는 영국 런던에 다녀올 예정이었는데 잘 안 돼서 항일 유적지 탐방으로 바꿨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진심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너다’는 15일 첫 연습에 들어간다 . “험난한 강행군이 될 것 같다”는 송일국은 연기자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기대감에 가득 차 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은 쿵쾅쿵쾅 뛰지만, 무대라는 곳은 희열이 큽니다. 초연 때 떳떳하지 못했던 무대 인사, 이제는 자랑스럽게 고개숙이며 관객들에게 인사해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