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KBO 통합 마케팅과 어뷰징

입력 2015-07-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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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판매·콘텐츠 등 공동공급 취지에는 공감
온라인매체 어뷰징 행위엔 ‘KBO.com’ 대안


# KBO의 오랜 숙원은 ‘워너비 MLB’다. MLB처럼 커미셔너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사무국이 구단들을 리드하는 중앙집권형 모델을 꿈꾼다. 올해 KBO의 브랜드 통합 작업은 그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KBO의 우산 아래 10개 구단을 두고, 마케팅과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는 의도다. 쉽게 말해 KBO가 ‘백화점’을 구축하고, 10개 구단이 그 안에 입점하도록 유인하는 구조다.


# KBO 류대환 사무차장은 통합 마케팅으로 가야 하는 명분을 이렇게 말한다. “첫째, 소비자의 접근성이 쉬워진다. 둘째, 디자인과 유통에서 유리해진다. 셋째, KBO와 사업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의 루트가 단순해진다.” 통합 마케팅은 야구단 관련 상품에 국한하지 않고 티켓판매, 중계권, 콘텐츠 공급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소위 빅마켓 구단들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통합 마케팅에 소극적이다. 단기적 손실이 싫기 때문이다. 이미 자기 동네에서 장사가 잘 되는데, 굳이 ‘백화점’에 들어가서 안 팔리는 데서 온 가게(스몰마켓 팀)와 수익을 나누기 싫다는 뜻이다. “KBO의 실행력을 못 믿겠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류 차장은 “통합 마케팅에 참가만 하면 일정 부분 빅마켓 구단의 손실분을 보전해줄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한다.


# 그런데 완강하던 빅마켓 구단 앞에 다소 난데없는 변수가 하나 등장했다. 포털사이트에서 문제시되는 ‘어뷰징’이다. 어뷰징은 화제를 몰고 온 기사를 베끼다시피 재작성한 뒤 자극적인 어휘로 제목만 바꿔서 계속 온라인에 올리는 행위다. 클릭수가 목적이다. 구단 홍보팀은 접촉 포인트가 없어서 속수무책이다. 가만두자니 구단 이미지가 훼손된다. 울며 겨자 먹기로 포털에 ‘기사를 내려달라’고 매달린다. 포털측도 문제점은 인지하나, 콘텐츠 공급 계약관계가 있는 한 기사를 지울 권리는 없다고 한다. 인기구단일수록 위험에 노출된다. 여기서 나오는 ‘대안’이 KBO.com이다. KBO의 깃발 아래 10개 구단이 사이트를 통합하면 정제되고 전문화된 콘텐츠가 나올 수 있고, 장기적으로 어뷰징에 대항하는 신뢰성을 얻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KBO는 “기사뿐 아니라 영상을 포괄하는 ‘콘텐츠 센터’를 꿈꾸고 있다. 포털과 클릭수를 놓고 경쟁하자는 것이 아니라, KBO가 콘텐츠를 공급하는 등 공생할 공간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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