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화 떠난 고바야시 “이건 야구가 아니다”

입력 2016-04-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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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세이지 전 한화 투수코치.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위기의 한화, 새겨들어야할 때

고바야시 세이지(58) 전 한화 투수코치가 사직서와 함께 팀에 쓴 소리를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을 보도 한 후(스포츠동아 4월18일자) 많은 한화 팬들이 e메일을 통해 ‘어떤 쓴 소리를 남겼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기사를 작성했을 시점에 고바야시 전 코치의 말을 들은 복수의 팀 관계자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떠났는지 이미 파악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내용 그대로를 전달할지에는 고심이 컸습니다. 고바야시 전 코치는 매우 강한 어조로 한화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생각을 진실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말했습니다.

그 중 가장 가슴 찌르는 말은 “이건 야구가 아니다”였습니다. 특히 팀 내 코칭스태프간의 지휘라인 및 보고체계,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해 강한 비판을 했습니다.

외국인 코치가 팀을 떠나며 남긴 말, 매우 아픕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많은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물론 한화 구단은 큰 모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두가 스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의 직설적인 한 문장을 귀담아 듣고 한 번 더 고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화 선수단이 19일 사직 롯데전에 ‘단체 삭발’을 한 채 나타났다. 경기 전 한화 선수단이 국민의례를 위해 도열해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한화 선수들은 18일 부산에 도착한 이후 숙소에서 삭발했다. 사직|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한화는 매우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10구단 중 전력분석 코치가 존재하는 팀은 한화와 KIA 뿐입니다. 그 중에서도 한화 전력분석코치는 피칭, 배팅, 수비, 배터리 등 사실상 전 분야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정준 전력분석 코치는 수비 시프트, 상대 투수 분석, 타자의 배팅 패턴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각 파트에는 담당 코치들이 있습니다. 13일 발표된 한화의 구단 인사 조치 역시 책임은 코치들의 몫이었습니다. 한화의 시스템은 새롭지만 혁신에는 충분한 이해와 설득, 그리고 공감이 필요합니다.

고바야시 전 코치는 일본에서 이미 뛰어난 지도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해설가로도 활동하며 폭 넓은 시야로 야구를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한화에서는 메인 투수코치로서 권한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팀 안팎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따르는 자리. 특히 고바야시 전 코치는 한화 젊은 투수들을 “잘 키워 보고 싶다”는 의욕이 있었지만 당장 눈앞에는 내일이 없는 가혹한 마운드 운영이 있었습니다.

한화는 지금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리더가 ‘나는 무조건 옳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귀를 닫아버리고 핵심 측근에게만 의지할 때 그 결말은 매우 어둡습니다.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입니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모두의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비판이 필요하고 아프고 싫더라고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한화에 필요한 것은 당장 1승, 2승이 아닙니다.

다른 팀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 “오늘 패배는 감독의 판단 실수다. 내 잘못이다”, “오늘 패배는 선수의 성장과 맞바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쉽지 않다”, “내 재계약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가치 있는 것은 팀의 미래다”를 지금 한화에서 듣고 싶습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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