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diary] 대한민국 독립영웅 30여 명의 인간적인 삶을 조명

입력 2016-04-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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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적인 책’ | 여시동 지음 | 서교출판사

이봉창 의사. 그는 1932년 1월8일 도쿄에서 일본 왕의 행렬에 폭탄을 던졌다. 그러나 일왕을 죽이려던 거사는 실패로 돌아가 10개월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독립운동가는 어떤 인물들일까. 흔히 투사를 떠올리지만 ‘투사의 DNA’를 갖고 태어나진 않는다.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가장이었고, 두려움을 느끼는 한 인간이었다. 이봉창도 그렇다. 떠벌리기 좋아하고 술과 음악, 여자를 좋아했던 ‘모던보이’였다. 백범 김구는 이봉창을 이렇게 평했다. “성행은 춘풍같이 화애하지만 그 기개는 화염같이 강하다. 주(酒)는 무량(無量)이고 색(色)은 무제(無制)였다. 더구나 일본 가곡은 무불능통이었다.”

신간 ‘인간적인 책’은 제목처럼 대한민국의 독립영웅 30여 명의 인간적인 면모와 삶을 조명했다. 이를테면 이렇다. 윤봉길은 수줍음이 많아 부인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고, 이범석은 전장을 누비면서도 술·여인과 인연을 중시했던 쾌남아였다. 김구는 어머니가 무서워 동거사실을 숨긴 ‘소심남’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의 일화와 인물평을 모았지만 그렇다고 ‘변방’만 기록하진 않았다. 독립운동가들의 큰 줄기를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외국인 항일투쟁가 조지 쇼나 “상대방이 말을 안 들으면 두르려야 한다”며 무력투쟁을 한 ‘투명인간’ 김원봉, 이완용을 개 취급한 노백린과 ‘한국의 체 게바라’ 백정기 등의 삶과 일화를 접하는 것은 큰 수확이다.

저자는 100여 권의 서적과 자료들에서 독립투사의 에피소드와 인물평들을 모아 독립투사들의 휴먼스토리를 집중 조명했다. 공력이 돋보인다. 그동안 갖고 있던 독립투사 이미지에 대한 실망보다는 ‘인간적인 향기’가 느껴져 친근하게 다가온다.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코앞에 두고 대한민국 내 임정기념관조차 건립하지 못하고 있는 이 땅의 후손들이 곁에 두고 읽을 만하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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