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KSPO 공동기획] 스포츠과학, 인력보강·예산증액 필수조건

입력 2017-04-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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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과학, 지역밀착 시대를 열다

20. 스포츠과학 전국시대<끝>

종목별 상향평준화·지역 균형발전 성과
꾸준한 경기력 유지 위해 정부지원 필요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KISS·구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은 1980년 국가대표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스포츠과학 전문연구기관이다. 지난 37년간 국가대표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돕기 위해 스포츠과학의 현장 적용에 힘써왔고, 그 결과 양궁, 체조, 수영, 사격, 펜싱 등에서 풍성한 성과를 거둬왔다.

스포츠과학이란 스포츠 내에 존재하는 원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체계적 방법으로 밝혀내고, 이런 지식을 경기력 향상에 적용하고 기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과학은 광범위하지만 일반적으로 운동생리학, 스포츠심리학, 영양학, 트레이닝방법, 운동역학 등 다양한 연계학문들이 합쳐져 경기력 향상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현장에 스포츠과학을 도입함으로써 운동의 효율성은 물론 부상 예방과 경기력 극대화를 제고할 수 있어 세계 각국은 지속적으로 이 분야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

KISS는 비록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규모도 작고, 역사도 짧지만 그들이 부러워하는 스포츠과학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연구 중심으로 현장지원을 효율적으로 연계시키고, 교육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지도자와 공감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그러나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스포츠과학의 혜택을 서울, 그것도 국가대표 중심으로만 시행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에 그동안 지방의 스포츠과학 지원 요청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이에 지역스포츠과학센터 운영을 통해 한국스포츠의 실력을 상향평준화하고, 스포츠인프라의 전국적인 균형발전을 도모하게 됐다.

지역스포츠과학센터는 지역 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2015년 서울, 대전, 광주를 시작으로 2016년 전북, 대구, 경기도에 차례로 개소돼 현재 6곳에 이르고 있다. 지역센터별로 센터장(박사), 선임연구원 1명, 연구원 1명(이상 석사), 측정인력 2명(학사)이 상주하고 있으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선 전문심리상담사를 비롯해 2∼3명의 상주인력 증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올해 안으로 2곳을 추가하고, 2018년과 2019년 4곳씩을 더해 전국 16개 시도에 지역스포츠과학지원클러스터를 완성할 예정이다.

지역스포츠과학센터는 30여 가지의 최신식 체력측정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특히 운동부하검사를 통한 심폐지구력 평가, 등속성운동능력 측정을 통한 주동근과 길항근의 균형능력 및 좌우차 평가, 절대값과 상대값을 통한 선수상호비교와 트레이닝효과 규명, 젖산분석을 통한 피로회복능력 평가, 윈게이트 검사를 통한 무산소지구력 평가 등을 토대로 그동안 국가대표선수들에게만 제공되던 스포츠과학 지원이 가능해졌다. 지역센터별로 석박사 연구원들이 체격과 체력의 분석 및 운동처방을 통해 최적화된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로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만족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또 KISS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가대표선수들의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측정평가기준들을 제시해 선수들의 현 수준 파악과 목표 설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스포츠과학센터 운영기간이 2년 남짓하지만, 이미 여러 곳에서 성공적 지원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광주센터의 경우 스포츠과학위원회를 열어 당시 사이클에서 두각을 보였던 중학생선수 황소진을 밀착지원자로 선발해 체력, 심리, 기술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여중부신기록과 각종 대회 연속 우승의 성과를 유도했다. 대전센터는 고교수영선수 김동엽을 밀착지원해 지난해 전국체전 남자 배영 50m 은메달을 따내는 데 기여했다. 서울센터도 숙명여고 농구부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지난해 전국선수권대회 2위로 이끌었다.

대구센터는 영상분석시스템과 심리지원을 도입해 대구시청 배구팀의 전국대회 첫 우승과 전국체전 은메달 획득에 일조했고, 경기센터는 수영 유망주 이근아를 지원해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약점이었던 스타트 및 킥동작 향상에 큰 도움을 줬다. 전북센터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펜싱 김지연, 쇼트트랙 김아랑을 배출하는 데 기여했다.

6개 지역스포츠과학센터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체력측정 및 평가에 참여한 선수는 총 7206명이었고, 스포츠과학교실은 총 82회 열어 2527명이 참가했다. 현장밀착지원은 39개 종목에 걸쳐 288회를 실시했다. 3개 지역센터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 개소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밀착지원이란 운동생리학(체력), 스포츠심리, 운동역학(기술) 분야의 지역스포츠과학센터 연구원들과 외부전문가들이 가능성 있는 선수와 팀을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스포츠과학지원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지역센터별 밀착지원 종목과 선수들을 선정하는 데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 전북센터에선 태권도, 펜싱, 빙상, 배드민턴, 레슬링, 유도, 양궁, 육상을 밀착지원한다. 대구센터의 밀착지원 종목은 육상, 조정, 레슬링, 롤러스케이팅, 사이클, 볼링, 양궁, 체조 등이다.

이처럼 지역센터별로 광범위한 종목을 밀착지원하고 있으나, 현재의 인력으로는 지원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어 아쉬운 실정이다. 각 지역센터의 밀착지원 종목을 확대하려면 인력보강과 예산증액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16개 시도의 지역센터가 하루 빨리 안착돼 지역별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면 해마다 4개소씩의 증원을 위해 32억원 이상의 예산증액이 필요하다.

지역스포츠과학센터 운영기간이 길지 않아 아직 여력이 부족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스포츠영재 발굴 시스템을 구축해 연계 운영할 필요도 있다. 엘리트선수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 82%라는 연구 결과도 있듯, 세계적 선수로 육성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어릴 때부터 잠재력 있는 우수선수를 발굴해 스포츠과학을 접목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부상예방과 치료를 위한 스포츠재활 관련 업무도 지역센터에서 맡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지역스포츠과학지원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우선 전국 16개 센터의 설립을 위해 집중적인 예산증액(투자)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 센터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현재 5명인 운영인력을 심리상담사 등을 포함해 7∼8명으로 늘려야 한다. 셋째, 스포츠영재 발굴 사업도 지역센터의 사업에 추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선수 선발과 지원이 연계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넷째, 부상선수의 빠른 복귀를 위한 스포츠재활(운동처방사 중심)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다섯째, 지역센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역 내 스포츠과학자 인력풀을 잘 활용해야 한다.

절대적 인구감소시대, 그리고 절대적 선수감소시대를 맞은 한국에서 엘리트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선 지역스포츠과학거점센터의 운영이 필연적 과제일지 모른다.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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