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다①] 구릿빛 피부에서 남자의 향기가…박형식, ‘때깔’이 달라졌다

입력 2017-04-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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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성장!’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에서 연기자로 성공적으로 전향한 박형식. 최근 종영한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무사히 마치고 연기자 전문 기획사로 이적하며 연기자로서 ‘꽃길’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사진제공|UAA

■ 연기자전문 기획사 UAA로 이적 배우인생, 제 2막 박 형 식


누나들만 나이드나요? 나도 스물일곱
임시완 칸 갔다는 소식, 승부욕 자극
친구도 갔는데…나도 꼭 갈겁니다!
가수 박형식도 병행, 언젠간 싱글앨범

같은 소속사 유아인 선배님
‘막내’라고 불러줄땐 얼마나 신나던지…
새 연기인생, 조급함부터 버릴려구요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강한 봄 햇살이 내리쬐던 4월의 어느 날. 그 환한 빛을 조명삼아 박형식(27)이 나타났다. 얼굴에선 파릇파릇한 봄기운처럼 생기가 넘쳐났다. 발걸음도 유난히 활기찼다. 단지 주연한 드라마의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이 아니다. 데뷔 이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인생, 제2막’을 여는 설렘과 기대 때문이다.

‘청춘’, ‘출발’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박형식을 ‘여기자들의 수다’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그룹 제국의아이들의 막내에서 이제는 어엿한 연기자로 성장해 조금씩 제 영역을 확보해나가는 그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저 잘 생긴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자 중 한 명일 거라는 ‘편견’을 과감히 깨준 시간이었다. 아직도 얼굴엔 솜털이 보송보송하지만, 검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에서는 제법 남자다운 분위기가 풍겼다. “저도 이제 다∼ 컸다!”는 말에선 애교가 넘친다.

‘귀여운 남동생’을 대하듯 못살게 굴고 싶은 마음에 퍼부은 짓궂은 질문 공세에도 당황하지 않는 모습에선 여유로움까지 묻어났다.

“무서운 누나들! 그래도 덕분에 살아 숨쉬는 것 같다.”


-‘때깔’이 달라졌다.‘아기병사’에서 남자가 됐다.

“하하! 요즘 그런 말을 자주 듣는다. 전 소속사에 함께 있던 그룹 쥬얼리 출신 은정 누나가 전화해 ‘교복 입은 모습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남자가 됐냐’고 하더라. 마냥 어린 줄 알았나보다. ‘누나만 나이 드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제 나도 스물일곱이다.”

박형식은 최근 회사를 옮겼다. 올해 초 제국의아이들과 소속사 스타제국의 전속계약이 끝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계에서는 박형식의 거취에 관심을 드러냈다. 성장가능성과 파급력을 인정해서다. 그는 숱한 대형 기획사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송혜교, 유아인이 있는 UAA(United Artists Agency)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UAA로 옮기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보다 촬영 중이던 드라마에 집중하고 싶어 모든 연락을 받지 않았다. 소속사를 선택하기 전까지 혼자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니까. 많은 회사에서 기회를 준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회사와 일하고 싶었다. 내게 집중해주고, 내가 하는 일을 제 일처럼 절실하게 생각해주는 회사!”


-톱스타 송혜교와 유아인이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도 작용했을 것 같은데.

“하하! 맞다. ‘두 선배가 있는 회사는 어떤 곳일까’ 예전부터 궁금했다. 그 전까지 유아인 선배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연기하는 걸 볼 때마다 놀랐다.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지?’ 부러워했다. 최근 광고를 함께 찍으면서 만났는데, 역시 기대 이상이다. ‘막내’라고 불러주면서 ‘조만간 신고식 하자’는 말에 왜 그렇게 심장이 벌렁대고, 신나던지….”

그는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을 통해 ‘차세대 로맨틱 코미디 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JTBC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의 시청률(9.7%·닐슨코리아)로 화제를 모았다. 이미 ‘화랑’, ‘상류사회’, ‘가족끼리 왜 이래’, ‘상속자들’ 등에서 쌓은 연기력이 제 빛을 발했다.

꽃보다 남자. 박형식이 얼굴에서 생기가 넘쳐난다. 사진제공|UAA



-이제 제법 연기자의 모습이 나온다.

“연기로 일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그룹 활동을 하면서도 연기는 놓고 싶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다. 대본을 받으면 머릿속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그려본다. 내가 생각했던 게 현장에서 달라지는 것도 흥미롭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다.”


-성공적으로 또 한 편을 끝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보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내게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차태현, 송중기, 조정석 등 선배들과 잇따라 호흡을 맞춘 그다. 난 이제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편하게 대해줘 마칠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재밌게 즐기면서 촬영을 하고 있더라. 그 모습을 예쁘게 봐준 게 아닌가 한다.”


-완벽한 호흡 탓인가,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이 남달랐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사귀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하! 식은땀이 난다. 캐릭터에 충실했다는 말로 듣고 싶다. 한 마디로 연기력으로 가볍게 제압당했다. 오죽했으면 ‘존경합니다’고 했을까. 그런 사람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겠나. 나보다 한 살 많은 누나다. 그냥 ‘봉순아’라고 불렀다.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봉순이었다.”


-당신을 잘 아는 사람이 ‘날씬하고, 글래머러스한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귀띔해주던데.

“(얼굴까지 빨개지며)하! 정말, 왜 이러나. 이상형이 없다. 굳이 꼽자면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좋다. 드라마 캐릭터처럼 다른 것 생각하지 않는 ‘직진남’처럼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는 것 같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하지 말자는 게 평소 생각이다.”


-여자친구가 있다면 공개연애를 할 생각이 있나.

“아직까지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상대가 원한다면 고민해볼 문제다.”


-이제 가수 박형식의 모습은 볼 수 없나.

“전혀. 노래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한다. 내 이름으로 된 싱글 앨범을 내고 싶다. 그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드라마 O.S.T부터 먼저 시작했다. 내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주제곡을 부를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음원차트까지 처음 진입하는 행운까지 얻었다.”


-평소에는 뭘 하며 지내나.

“‘집돌이’다. 웬만해서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연예인 친구가 별로 없다. 집에서 게임만 줄곧 한다. ‘폐인’ 수준이다. 좋아하는 게임이 하나 있는데, 그걸 통해 연예인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여유가 되면 친형이랑 낚시를 하러 간다거나 술을 마신다.”


-게임뿐만 아니라 스킨스쿠버에도 상당한 실력을 가졌다고 들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하다가 중간에 끝내는 건 없다. 스킨스쿠버도 취미로 시작했다가 자격증을 따야겠더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장비를 갖추고 제대로 시작했다. 이번 드라마 포상휴가로 가는 발리에서 그 실력을 자랑하고 와야겠다. 하하!”


-승부욕이 강해 보인다.

“누가 ‘이거 해볼래?’라고 물어보면 ‘노(No)’가 없다. 무조건 도전한다. 주위에서 ‘적당히 좀 하라’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스스로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주량은?

“예전에는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온 몸에 쥐가 났다. 지금은 소주 1병은 거뜬하게 마신다. 분위기와 사람, 안주에 따라 더 마실 때도 있고. 데뷔 이후 7년이다. 술도 늘었다. 구토하고 마시고, 그렇게 배운 술이다. 하하!”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

“영화 ‘스물’ 같은 작품이 하고 싶다. 남자들이 수명이 짧은 이유가 있다. 무모하다.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있으면 ‘또라이’ 같은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통해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다. 진지하고 진중할 때도 있지만, 의외의 모습 말이다.”


-같은 그룹 멤버였던 임시완이 칸 국제영화제에 간다. 자극제가 될 것 같은데.

“며칠 전 전화를 했더라.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내가 생각하는 그 칸이 맞냐고 다시 물어봤다. 와! 정말 대박이다 싶었다. 절대 자랑하는 말투가 아니었는데, 끊고 나니 자랑이었다. 같은 멤버라서 더 자랑스럽다. 나에게도 새로운 꿈과 목표가 생겼다. 나도 꼭 가고 말 거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임시완과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다.

“많은 부분에서 의지하고 있다. 고민도 털어놓고. 특히 영화는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라 궁금한 게 많다. 연기도 그랬듯 항상 궁금증으로 출발했다. 그게 뭘까, 어떻게 하면 될까 등등 점차 책임감이 생기면서 완성되어 가는 것 같다.”


-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앞으로 계획은.

“이제는 내 앞에 펼쳐질 미래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좀 전에 건물 옥상에 올라 먼 곳을 바라면서 ‘나는 이제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따뜻한 햇살만큼 좋은 길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한숨 돌리라고 하지만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연기하면서 부족한 걸 느꼈으니까.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나 자신한테 짜증을 많이 냈다. ‘너 스스로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다, 채우려고 하지 말고 버려라’는 선배들과 연출자들의 조언을 새겼다.”


● 박형식

▲1991년 11월16일생 ▲2010년 9인조 그룹 제국의아이들 데뷔 ▲2011년 뮤지컬 ‘늑대의 유혹’ 통해 본격 연기 시작 ▲2012년 SBS ‘바보엄마’로 첫 장편드라마 경험 ▲2013년 tvN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 SBS ‘상속자들’ 등 ▲2014년 KBS 연기대상 ‘가족끼리 왜 이래’로 신인상 ▲2015년 SBS 연기대상 ‘상류사회’로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상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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