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봉준호와 ‘옥자’&넷플릭스, 논란에 직접 답하다 (종합)

입력 2017-05-15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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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핫한 영화가 또 있을까. 이슈를 몰고 다니는 영화 ‘옥자’가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가운데 이에 앞서 15일 오후 국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글로벌 프로젝트답게 행사에는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넷플릭스의 CCO(콘텐츠 최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와 공동제작사인 플랜B의 프로듀서 제레미 클라이너(Jeremy Kleiner), 프로듀서 최두호, 김태완, 서우식 그리고 ‘옥자’의 국내 배급을 맡은 NEW 김우택 총괄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매체 또한 국내외 260여개가 몰리면서 ‘옥자’를 향한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설국열차’ 이후 봉준호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데다 넷플릭스과 협업한 오리지널 영화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넷플릭스와 플랜B 엔터테인먼트, 루이스 픽처스,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스 컴퍼니가 함께 제작한 작품으로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과 함께 안서현, 변희봉, 최우식 등이 출연했다.

국내에서는 NEW를 통해 극장 개봉하지만 ‘옥자’는 세계 최대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개 국가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극장협회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작품이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하는 칸 영화제에 진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넥플릭스는 이번에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를 통해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이에 칸 영화제 운영회 측은 내년부터 반드시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만 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도록 규정까지 바꿨다.

‘봉테일’ 봉준호 감독을 기다리는 국내 관객뿐 아니라 글로벌 관객 그리고 프랑스 극장협회에서 주목하는 ‘옥자’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Q. ‘옥자’는 어떤 영화인가.

A. 봉준호 감독 :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동물 ‘옥자’가 주인공이다. 옥자와 미자의 사랑과 모험을 담은 영화다. 사랑에는 항상 장애가 있지 않나. 옥자와 미자의 사랑을 방해하는 세상의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나온다. 풍자의 요소가 있는 작품이다.


Q.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와 작업했는데.

A. 봉준호 감독 : ‘옥자’를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워낙 예산과 규모가 큰 영화고 스토리가 과감하고 독창적이어서 망설이는 회사가 많았다. 나 또한 ‘내가 만약 투자자라면 이 영화에 투자할까’ 싶더라. 아름다운 영화지만 그만큼 모험적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두 가지의 리스크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해줬다. 이 정도의 규모의 예산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나 마틴 스콜세지 같은 천재들이 아니고는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에게는 정말 행운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넷플릭스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Q. 넷플릭스-플랜B-봉준호 감독의 협업은 어땠나.

A.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CO(콘텐츠 최고 책임자) : 내 개인적인 커리어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이다. ‘워머신’을 함께 제작하는 플랜B의 제레미 클라이너가 어느날 ‘옥자’를 이야기하더라. 봉준호 감독은 영화계의 장인이고 대가이지 않나. 봉 감독을 오래 전부터 흠모하고 있었기에 그와의 작업이 욕심났다.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게 제작자의 몫이다.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 덕분에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A.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B 프로듀서 : 봉준호 감독은 영화계의 위대한 아티스트다. 봉준호 감독의 오랜 팬이다. 스토커 수준으로 봉 감독을 좋아한다. 정말 운 좋게도 ‘옥자’ 대본을 보게 됐는데 정말 놀라웠다. 매우 재밌는데다 비주얼도 대단하고 풍부한 정서에 보편성까지 갖춘 작품이었다. 전무후무 독창적인 생명체를 만들어야 하기에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비전을 최대한 지원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봉 감독과의 작업은 우리에게 큰 영광이다.

A. 봉준호 감독 : 진짜 영화가 잘 나와야 할 것 같다(웃음). 우리 모두 오래 동안 꾸준히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관심을 가져왔다. 넷플릭스의 데드 사란도스를 포함해서 다함께 ‘어벤져스’ 팀을 꾸린 것 같다.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내가 감사하다.


Q. 상영 방식이 궁금하다. 당초 국내에서는 한시적으로 ‘극장 개봉’을 고려했는데.

A. 테드 사란도스 : 6월 29일 전세계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극장 개봉한다. 한국에서는 NEW와 계약을 맺고 극장 개봉한다. 한국 관객들은 극장에서도 넷플릭스에서도 ‘옥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A. 김우택 NEW 총괄 대표 : 상영 기간에 제한두지 않고 무제한으로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개봉에 대해 넷플릭스와 긴밀하게 이야기를 해왔으며 앞으로 극장 측과도 긴밀하게 협의할 예정이다. 다만 스크린 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른 것 같다. 개봉 전까지 극장들과 협의하고 결정할 것이다.



Q.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첫 진출이다. 소감을 말해 달라.

A. 봉준호 감독 : 두렵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새 영화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칸 영화제 만큼 흥분되고 영광스러운 자리가 없다. 그러나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간 생선의 마음이기도 하다. 흥분되면서 두렵다. 영화를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영화를 빨리 오픈해야 이런 저런 다른 말없이 오로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Q. 프랑스극장협회의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갈등이 첨예한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봉준호 감독 : 우리가 영화를 보는 형태는 여러 가지고 점점 늘어가고 있다. 결국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련은 상황은 그 과정 속의 ‘작은 소동’일 뿐이다.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름답게 풀어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A. 테드 사란도스 : 우리 작품뿐 아니라 칸 영화제가 극장에 배급하지 않는 영화를 초청한 사례는 많다. 칸 영화제는 그동안 뛰어난 작품만 초대해왔다. 그들은 ‘옥자’를 배급과 무관하게 작품성과 예술성만 보고 경쟁 부문에 선정했다. 우리는 ‘옥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극장 상영을 반대하지 않는다. ‘옥자’도 한국과 미국 영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다른 작품도 극장 개봉을 동시에 하기도 했다. 극장의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관객에게 원하는 방식으로 관람할 선택권을 줘야 한다.



Q. 홍상수 감독과 나란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소감은.

A. 봉준호 감독 :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되니까 왠지 정말 경쟁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흥분되면서도 싫다. 영화를 어떻게 경쟁시키고 저울질하겠나. 저마다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다. 좀 더 축복해주고 싶은 영화에 심사위원들이 표를 던지지 않을까 싶다. 경마장 트랙에 오른 말처럼 경쟁의 레이스를 펼치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순간에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수집할 정도로 오랜 팬이다. 최근에 속도를 내고 계셔서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감독님의 창작의 에너지가 대단하고 부럽다.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 모두 보고 싶다.


Q. 평소 가까운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을 맡게 됐다.

A. 봉준호 감독 : 나와 잘 알지만 워낙 공명정대한 분이고 본인의 취향도 섬세한 분이기 때문에 소신대로 잘 심사하리라 생각한다.

칸 영화제는 취향 있고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모여서 심사하는 자리다. 누가 선동한다고 표가 쏠리지 않는다. 한국이나 아시아 사람이 있다고 해서 여의도 국회의 상황이 일어날 곳이 아니다. 다만 ‘옥자’가 심사와 경쟁에 지친 심사위원들에게 2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즐거운 작품이라는 것은 확신한다.


Q. 넷플릭스는 ‘옥자’ 이후로도 한국의 콘텐츠 발굴 계획이 있나.

A. 테드 사란도스 : 한국 시장을 겨냥해 ‘옥자’ 투자한 것은 절대 아니다.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독창적인 세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옥자’는 한국적인 측면이 있지만 글로벌한 보편성을 지녔다.

‘옥자’ 이후에도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 시장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먼저 ‘좋아하면 울리는’과 ‘킹덤’을 제작하는데 둘 다 대규모 작품이다. 한국의 TV보다 훨씬 더 영화적인 스케일의 작품을 만들 것이다. 다른 작품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Q. ‘옥자’를 관객들이 어떻게 봤으면 하나.

A. 봉준호 감독 :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도 있고 정치 풍자도 있다. 내 최초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녀와 동물의 사랑이야기니까. 한국에서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인구수가 1000만명이라고 들었다. ‘옥자’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만 와서 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동물을 가족과 친구로 보기도 하고 먹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옥자’를 통해 우리 일상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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