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훈 “박열의 삶 통해 나의 20대를 되돌아봤다”

입력 2017-06-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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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은 영화 ‘박열’에서 치열한 식민의 삶을 살았던 22살의 항일운동가 박열을 연기했다. 대부분의 대사를 일본어로 하고, 체중도 6kg 감량해 실제 박열의 외모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 영화 ‘박열’ 주인공 이제훈

왜곡되지 않게 22세 청년 박열 연기
교도소 단식 표현하기 위해 6kg 감량
이준익 감독과는 다시 작업하고 싶다


이준익 감독이 영화 ‘박열’을 함께 한 주연배우 이제훈(33)을 두고 최근 이렇게 말했다.

“(이제훈은)꽃길을 걷다 흙길을 걸었고 다시 꽃길을 걷게 됐다.”

주목받는 스크린 신예로 출발해 역량을 키웠지만 몇몇 출연작에서는 만족스러운 평가를 얻지 못한 이제훈의 ‘현실’을 짚은 감독의 ‘진단’에 당사자는 격한 공감과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맞는 말씀이다. 다른 배우들처럼 나도 업 앤 다운을 겪었다. 꽃길만 걷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지만(웃음), 작품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영화를 함께 만든 감독과 배우가 이처럼 솔직하게 서로를 평가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훈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준익 감독님과 또 함께 하고 싶다. 촬영장에서 반사판을 들라고 해도 들겠다. 하하!”

‘박열’은 다른 상업영화와 비교해 짧은, 6주간의 촬영으로 완성됐다. 이제훈은 “후회도 없고,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에너지를 단단히 충전한 모습이다

28일 관객에게 소개하는 ‘박열’(제작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은 예상 가능한 일제강점기 시대극이 아니다. 1923년 도쿄에서 일본 황태자 암살 사건을 모의한 독립운동가 박열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항일의 목소리보다 당시 세계를 지배한 제국주의의 모순을 파고든다. 박열과 그의 일본인 연인 후미코 등 주요 캐릭터는 물론 한 두 장면만 등장하는 당대 실존 인물의 대사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완성했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 이제훈은 박열의 존재를 미처 알지 못했다. 무정부주의를 주창하며 독립운동을 벌인 실존 인물을 그려야 한다는 부담이 그를 짓눌렀지만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이준익 감독님의 영화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연기하기 쉽지 않을 거라 여겼지만 내가 마음껏 내던지면 감독님이 전부 받아줄 거라는 기대가 더 컸다. 왜곡되지 않게, 미화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면서 22살 청년 박열을 그렸다.”

영화는 절반 이상 분량을 박열의 법정 투쟁에 할애한다. 조선인으로는 처음 대역죄로 기소된 박열에 대한 처벌 여부를 두고 당시 일본 내각의 입장은 엇갈린다. 박열은 교묘하게 목적대로 재판을 이끌어간다.

영화 ‘박열’의 장면들.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제훈은 대부분의 대사를 일본어로 한다. ‘괴짜’로도 보이는 박열의 외모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교도소에 갇혀 단식투쟁을 불사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6kg의 체중도 감량했다. “박열을 탐구하고 상황에 빠져들면서 몸무게도 비교적 수월하게 빠졌다”고 했다.

치열했던 22살 박열의 삶을 그리면서 이제훈은 자신의 20대를 들여다봤다.

“중학교 때 영화에 빠져 화려한 배우들을 동경했다. 20대 초반에 연기학원에 등록하고 극단에서 허드렛일도 해봤다. 혼란기였다. 먹고 사는 현실의 문제가 가장 컸다.”

그때 이제훈은 “청춘의 기회비용”을 생각했다고 한다.

“기회비용을 더 쓴다고 낙오되는 건 아니라고 믿고, 돌아갈 곳을 두지 않으려 연기 외적인 것은 정리했다.”

이제훈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그를 영화계에 알린 영화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영화를 떼 놓고 나를 얘기하면 너무 재미없다”는 그는 윤 감독과도 주로 영화 이야기를 한다. 두 사람은 영화 ‘사냥의 시간’을 통해 재회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 전에 해야 할 일도 많다. 이제훈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촬영을 위해 22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휴식보다 작품 욕심이 먼저. “에너지를 발산할 액션영화를 하고 있으니 써 달라”는 그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공부를 많이 한 고소득 전문직 캐릭터도 아직 해보지 않아 궁금하다”고 했다.


● 이제훈

이제훈
▲1984년 7월4일생 ▲2003년 고려대 세종캠퍼스 생명공학과 입학, 2005년 자퇴 ▲ 2007년 단편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 데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입학(휴학 중) ▲2011년 영화 ‘파
수꾼’, ‘고지전’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 ▲2013년 영화 ‘파파로티’ ▲2016년 tvN 드라마 ‘시그널’,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주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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