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차·포 다 떼고 1위로 반환점 NC의 괴력

입력 2017-06-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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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2017 KBO리그 올스타전은 7월15일이고, 18일부터 페넌트레이스 후반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대부분 팀은 이미 시즌 반환점을 돌았다. 26일까지 LG(71경기)와 두산(70경기)만이 시즌 144경기의 절반인 72경기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 8개 팀은 72경기 이상을 치렀다.

사실상 레이스 후반기에 돌입한 KBO리그 순위는 NC와 KIA가 공동 1위다. KIA는 지난해 스토브리그 때부터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투수 윤석민의 부상과 수술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사상 첫 프리에이전트(FA) 100억원 시대를 연 최형우 영입과 양현종 잔류, 공격적인 외국인선수 투자 등 KIA는 우승전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반면 NC는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밀워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등 객관적인 전력이 약화됐다. FA시장에서 외부 보강도 없었다. 5강도 힘들다는 평가도 있었다. NC 김경문 감독은 이호준, 이종욱 등 베테랑 선수들을 1군 스프링캠프에서 제외하며 세대교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NC는 2017시즌 반환점을 공동 1위로 통과했다. 놀라운 점은 NC는 외국인 에이스 제프 맨쉽과 4번타자 재비어 스크럭스가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1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전력이 탄탄한 디펜딩 챔피언 두산도 마이클 보우덴의 공백 속에 중위권으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괴력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다.


● 현란한 김경문의 전술전략

최근 넥센 장정석 감독은 “5회 이전에 승부수를 거는 NC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시작되는 후반기에는 NC의 전술을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A팀 B감독은 “솔직히 NC와 경기하면서 당황한 적이 있다. 경기 초반 승부를 거는 전략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이 됐다”고 털어놨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야구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대부분의 감독은 팀 승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하면서도 ‘어떤 감독은 질 뻔한 게임을 몇 차례 승리로 바꿔 놓는다. 어떤 감독은 가만히 내버려 두었더라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을 공연히 주무르다가 망쳐 놓는다’고 부연 설명했다.

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김경문 감독은 주축 전력의 연이은 부상 속에서도 현란한 전술전략으로 팀을 1위로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의 승부가 가장 극적으로 담겨져 있는 경기는 23일 마산 KIA전이다. 선두경쟁을 펼치는 팀을 상대로 김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선수들은 이런 감독의 작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날 김 감독은 2-0으로 앞선 4회말 선두타자 4번 나성범이 2루타를 치고 나가자 망설임 없이 5번 모창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이어진 1사 3루, 6번 권희동에게는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경기 초반 중심타선의 연이은 번트 작전에 KIA 내야진은 당황했고,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1점을 더 추가해 3점차로 점수를 벌인 NC는 6회부터 김진성~원종현~임창민까지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불펜을 투입하며 승리를 지켰다.

이미 3연전 중 2승을 따내고 시작한 25일 경기도 대단했다. 선발 강윤구가 2회 2실점하자 곧장 필승 불펜 이민호를 조기 투입하고 원종현을 7회 마운드에 올리며 3연승 싹쓸이를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최근 부상으로 약해진 팀 전력을 자신의 역량으로 메우며 전력을 극대화했다. 에이스와 4번이 없는 차·포를 다 뗀 상황이지만 그 사이 젊은 선수들도 키우고 있다. 김 감독은 “경기 초중반 대타를 내고 대주자로 바꾸는 경기가 종종 있다. 부상 없이 정상적인 라인업이라면 경기 종반까지 더 기다리며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금 전력에서는 과감한 결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NC의 괴력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박석민과 스크럭스, 맨쉽까지 모두 7월 1군 전력에 합류한다면 KIA와 시즌 마지막까지 선두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 배경에는 완벽하게 팀 전체를 장악한 김 감독의 전술, 그리고 초고액 베테랑 선수들도 긴장하며 경기를 뛰는 내부 경쟁이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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