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청년경찰’ 강하늘 “클럽서 댄스 장면, 오글거렸다면 성공적”

입력 2017-08-17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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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하늘의 얼굴을 보며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한 건 연극 ‘해롤드 앤 모드’(2015)때였다. 2년 만에 만난 그는 여전히 칭찬에 손사래를 치며 쑥스러워했고 별명인 ‘미담 자판기’처럼 모범 답안을 말하는 청년이었다. 이 반듯한 이미지의 배우는 “나와 잠깐이라도 있는 분이 얼굴 찌푸리는 모습을 보지 못하겠다”라며 “내가 좀 더 노력하고 즐겁게 이야기 하면 된다. 좋은 게 좋은 거다. 하지만 바르진 않다. 뜨끔하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바른 답만 말하는 강하늘이 매력적인 이유는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그의 모습 때문 아닐까. 화면 안을 채우는 강하늘은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완성되지 않은 ‘미생’이기도 했다가 자살을 꿈꾸는 소년 ‘해롤드’이기도 했다가 시로 시대에 저항했던 ‘윤동주’이기도 했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면 더없이 웃기다가도 진지한 모습으로 임하는 그는 안 좋아할 수 없는 배우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청년경찰’로 관객들을 만났다. 강하늘은 ‘청년경찰’서 매사 원리원칙을 중시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당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희열’ 역을 맡았다. 전작 ‘스물’처럼 청춘의 모습을 담아냈지만 포인트를 조금 다르게 잡았다. 그는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의 쉘든(짐 파슨스 분) 캐릭터 참고를 많이 했다. 입담이나 풍기는 이미지가 그와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쉘든이 감정변화가 많이 없고 이론을 되게 중요시하잖아요. 게다가 소파 끝자리에 앉으면 ‘거긴 내 자리야!’라고 신경질 내기도 하죠. 그런 부분을 희열과 대입을 시켰어요. 그런 아이가 순수함을 가장한 멍청함을 갖고 있는 기준(박서준)과 만나 융화되는 거죠. 거기에 희열이만의 매력을 더했던 거죠. ‘스물’과는 또 다른 모습이겠지만 비슷해 보여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전에 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피할 생각도 없고요. 이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거예요.”

전작 ‘동주’와 ‘재심’과 달리 ‘청년경찰’ 작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동주’와 ‘재심’은 내가 하는 것 자체가 맞는지 고민을 한 작품이라면 ‘청년경찰’은 이것저것 시도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감독님과 박서준 형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다 싸우고 ‘야 이거 반납해야 돼’라는 대사는 박서준 형과 제 아이디어였어요. 멋있게 다 싸우는 건 좋았는데 뭔가 허전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 이거 그냥 제가 들고 나갈게요’라고 아이디어를 내고 감독님도 좋다고 하셔서 만든 작품이에요. 같이 만든다는 재미가 가장 큰 작품이었어요. 희열이라는 캐릭터가 무작정 쏟아내기만 하면 오히려 그를 가린다고 생각했어요. 대사를 말할 때 일부러 끊어 말한다거나 포인트 되는 부분을 짚어서 말해주기도 했어요. 잔기술이에요. 잔기술. (웃음)”


강하늘은 유독 이번 작품에서 애드리브를 빛 발했다. 김주환 감독이 애초에 “이 대본은 완벽한 대본이 아니다. 빈틈을 배우들의 아이디어로 채우고 싶다”라고 했고 박서준과 강하늘은 아이디어로 대본을 메웠다. 강하늘은 “친구들이랑 놀 때를 많이 떠올렸다”라며 “극 중 내가 미소 짓는 연습을 할 때가 그랬다. 실제 친구들과도 그럴 때가 있지 않나. 멋있어 보일 때 ‘그래, 그거!’하면 ‘내가 뭐 어떻게 했지?’라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을 많이 생각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미소’ 이야기가 나오자 질문은 바로 클럽 장면으로 넘어갔다. 연말에 기준과 함께 클럽에 간 희열이가 여성들과 어색하게 춤을 추는 장면 이야기를 꺼내자 강하늘은 “제가 그런 장면을 찍었나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그 장면을 보면서 ‘하지마, 안 돼’라고 했다”라고 응수하자 그는 “바로 그런 반응을 원했다”라며 “더 심한 장면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대본을 보면 내가 춤을 출 때 여성이 도망갈 정도여야 하니까 민망한 춤을 많이 준비했어요. 사람들을 밀치고 스테이지 중앙에서 춤을 춘다든가 여러 가지를 준비했는데 그 장면이 선택이 됐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 카메라 감독님도 ‘허~진짜’라며 고개를 수그리셨어요. 하하. 여자 스태프들도 질색을 하시더라고요. 거기에 만족했어요. 관객들도 많이 싫어하시겠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청년경찰’까지 강하늘은 다양한 장르, 극과 극의 감정 연기로 20대 배우 시절을 보냈다. 전략적인 건 아니었다. 단지 그가 읽고 선택한 작품을 찍다보니 어느 샌가 공포영화, 사극, 시대극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연기를 하게 됐다. 그는 “내가 그렇게 똑똑한 사람은 아니라 머리를 쓰면서 작품을 고르진 못한다”라며 “단지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어바웃 타임’ 같은 예쁜 영화를 찍어보고 싶긴 하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러브라인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투정을 보태기도 했다.

“배우로서 가장 큰 바람은 작품 들어갈 때마다 행복해지는 거죠. 또 작품보다 더 튀는 배우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영화를 보실 때 티켓 값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찍으려고 해요. 그런 점에서 ‘청년경찰’은 그런 작품인 것 같아요.”

하지만 당분간 강하늘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없다. 군입대 때문이다. 강하늘은 내달 11일 군입대를 하게 된다. 헌병대 전문 특기병에 합격한 그는 주요 인사 기동경호와 호송 지원 임무 등을 수행하는 MC승무헌병으로 복무한다.

“어렸을 때부터 헌병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면서 아버지에게 ‘왜 군인이 선글라스를 껴?’라고 물으니 아버지께서 ‘헌병이라서 그런 거다’라고 말을 듣고는 헌병을 꿈꿨죠. 다들 군입대 앞두고 걱정이 없는지 많이 물어보세요. 그런데 미래를 걱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웃음) 힘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또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마음가짐에 달린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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