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이종석 “언젠가 저도 소진되고 소비되다 소멸하겠죠”

입력 2017-09-04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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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이종석 “언젠가 저도 소진되고 소비되다 소멸하겠죠”

이종석은 현명하다. 모델로 시작해 연기자로 전향한 그는 현재 주가 높은 ‘청춘 배우’ 중 한명이다. 이종석은 시작점부터 성공 가도를 달렸다. ‘검사 프린세스’와 ‘시크릿 가든’으로 경험을 쌓은 그는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드라마 ‘학교 2013’ ‘피노키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지난해 ‘더블유’까지 줄줄이 흥행시켰다. ‘더블유’로는 지난해 MBC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이 모든 것이 연기 데뷔 6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영화에서의 행보는 드라마와 결을 달리 했다. 대중성을 따르기 보다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수영 영화 ‘노브레싱’ 농촌 로맨스 ‘피끓는 청춘’ 등이 그러했다. 메인 역할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일반적으로 작은 역할에서 시작해 원톱으로 성장하지만 이종석은 주연&원톱에서 나아가더니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멀티캐스팅을 자처했다. ‘관상’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 또한 이종석이 걸어온 독특한 길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가장 실험적이기도 하다. 대중이 사랑하는 ‘밀크남’ 이미지를 사이코패스 살인마 캐릭터에 덧입혔다.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이었다.

그러나 직접 만난 이종석은 자신 있는 눈빛이었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의 행보에 왜 차별점을 두었는지, 왜 ‘브이아이피’를 선택했는지 A부터 Z까지 털어놨다. 이유 없는 선택은 없었다. 다시 한 번 느꼈다. 이종석은 정말 ‘현명한’ 배우라는 것을.


Q. 대중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아주 잘 아는 것 같아요.

A. 보통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잖아요. 저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요. ‘브이아이피’에서 김명민 선배가 연기한 채이도 역할을 제가 했다면 어떨까요. 관객이 보기에 되게 같잖아 보일 수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생각하죠.


Q. 대중이 원하는 것과 본인이 가고 싶은 길이 항상 같을 수는 없는데 말이죠.

A. 그래서 드라마와 영화를 다르게 가고 있어요. 드라마는 상업적으로 잘될 수 있을 만한 작품을 해왔어요. 작품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재밌는 드라마가 있잖아요. 연출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본이 재밌으면 대부분 완성작도 재밌어요. 작품 보는 눈은 음…. 운이 좋았죠. 영화는 드라마보다 할 수 있는 롤이 많으니까 조금 더 모험을 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거든요.



Q. 기존과 180도 다른 모험은 부담감이 크겠죠.

A. 너무 이질감을 느낄만한 작품을 피하려고 해요. ‘브이아이피’가 모험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어린 팬들이 보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에 어린 팬 한 분이 ‘오빠. 저 아직 어리지만 ‘브이아이피’를 너무 보고 싶어요. 봐도 될까요?’라고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왔더라고요. 고민하다가 팬에게 처음으로 답장을 했어요. ‘응원해줘서 너무 고마운데 어른이 된 후에 봐줘’라고 보냈죠.


Q. 정말 팬에 대한 애착이 큰 것 같아요.

A.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잖아요. 팬들은 무조건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애틋해요. 원래 많은 대상 앞에서 이야기를 잘 못하는 편인데 팬들 앞에서는 공포감이 없어요.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해주고 싶어요.


Q. 팬미팅을 앞두고 SNS에 장문의 글을 남겨서 화제가 됐죠(YG와의 불통으로 인해 팬미팅이 무산 위기를 맞았다는 내용의 글).

A. 오해받을 때도 있는데 많이 솔직한 편이에요. 엄마도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해’라고 하시는데 잘 안 고쳐지네요. 하하. 항상 생일 즈음 팬미팅을 해왔는데 올해는 준비가 덜 되어서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할 것 같았어요. 기사가 날 줄은 몰랐죠. 그런데 지우기도 좀 그렇잖아요. 해명글을 쓰는 건 더 이상하고요. 그래서 이제는 말을 안 하고 살려고 하고 있어요.



Q. YG는 어떤 회사인가요.

A. 괜찮은 회사인 것 같아요. 좋은 회사예요.


Q. 앞으로도 ‘브이아이피’ 김광일처럼 색다른 작품을 할 의향이 있나요.

A. 얼마든지요.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저는 최대한 저를 많이 소진하고 소비해서 소멸할 거예요.


Q. 소멸한다고요?

A.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 사랑받고 있는 것들로 계속 연기하다보면 언젠가 저도 소진하고 소비되겠죠. 사람들이 저를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고 대본도 줄어들 것이고요. 그러면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아내겠죠. 새로운 것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답은 ‘소멸’이죠. 지금 이렇게 다작하고 있으니 그 시기가 멀 것 같지 않아요. 하다 보면 오겠죠.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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