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깔깔깔] 수더분 양방언과 깔깔깔 아티스트들

입력 2017-11-03 05:45:00

일러스트 김승희

■ 정선아리랑의 다양한 변주 담은 음반 ‘에코우즈 포 평창’ 발매


수더분(코리아문화수도와 더불어 하는 분) 양방언과 더불어
국카스텐 하현우, 전인권 밴드, 국악 송소희, 바버렛츠,
에브리싱글데이,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기타리스트 오시오 코타로, 어쿠스틱기타 듀오 데파페페 등
저마다의 색깔로 빛나는 깔깔깔 아티스트들 대거 참여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을 맡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양방언은 지금 일본에 있는 건지 평창에 있는 건지 본인도 모를 정도로 일본과 평창을 오가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잘생기고 다정다감하며 어눌한 한국말로도 관객들과 가슴을 열고 맘껏 웃고 즐기는 소통능력을 가진 이 아티스트 역시 수더분(코리아문화수도와 더불어 하는 분)이다. 지난번에 소개한 ‘마당을 나온 암탉’, ‘언더독’의 감독 오성윤과 함께 코리아문화수도의 초대위원이기도 하다.

수더분 아티스트 양방언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다함께 깔깔깔’에 두 개의 작품 소식을 전해왔다. 그런데 이 지면에서는 작품 소개 이전에 작가의 여권 이야기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코리아문화수도 초대위원 명함을 들고 있는 양방언. 사진제공|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



● 양방언의 여권

지금 양방언의 여권은 대한민국 여권이다. 1999 년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으니 그때부터 출입국심사대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들이밀었을 것이다.

6세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고 중학교 시절 밴드활동을 하다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본격적인 프로뮤지션의 길에 들어선 양방언. 그는 활동초기에 일본과 아시아지역 팝 아티스트들의 앨범 제작과 라이브에 수없이 참가했으며, 1996년 자신의 앨범 ‘The Gate Of Dreams(Universal Music Japan)’을 발표하며 솔로로 데뷔했다. 그 후 런던심포니, 런던 필하모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8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1995년 홍콩 TV드라마 ‘정무문’과 성룡 주연의 영화 ‘썬더볼트’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후부터는 다수의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CF, 드라마, 게임의 음악을 제작하고 OST 앨범도 발표했다.

그렇다면 1999년 이전 런던 심포니와 협연하거나 성룡을 만나러 다닐 때 양방언은 무슨 여권을 썼을까. 일본에서 태어난 양방언은 북한국적도 남한국적도 아닌 ‘조선적’이었다. 조선적은 1945년 일본 패망직후 미군정이 재일동포에게 편의상 부여한 외국인 등록제도의 적(籍)이다. 일본에 있는 우리 동포들은 대한민국국적이나 조선적을 가지고 특별영주권을 받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은 일본이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적으로 해외에 나가려면 여권이 아닌 여행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허가절차도 복잡하지만, 어렵사리 증명서를 받아 해외에 나간다 해도 무국적 난민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무척 강도 높은 입출국 심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1999년 이전의 양방언은 북한 여권을 사용했을 확률이 높다. 총련에서 조선적 동포에게 북한여권을 발급해주었기 때문이다.

양방언의 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인데 북한에 가까운 총련 계열이었고, 거꾸로 어머니는 신의주 출신인데 남한에 가까운 민단 계열이었다. 조선적으로 북한 여권을 쓰다가 대한민국 국적 취득 후 한국 여권으로 바꾸게 되는 양방원의 개인사는 부모 세대에서부터 시작된 파란만장한 역사의 일부인 것이다.

양방언(왼쪽)과 김석은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 이사장. 사진제공|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


● 양방언의 여권과 코리아문화수도


“비무장지대(DMZ)가 때때로 바다와 같이 느껴진다.” 작가 한강이 최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소개한 동료작가의 말이다. 아티스트 양방언이 그 바다를 건너 북한에서 공연을 했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코리아문화수도의 초대위원이자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감독으로서 DMZ라는 바다를 건너 다녀야 한다. 그의 여권은 대한민국의 것이지만 그가 지향하는 나라는 더 이상 둘이 아닌 하나의 코리아일 것이다.

32년 전, 갈라진 채 싸움의 역사를 되풀이하던 유럽이 통합을 꿈꾸었을 때 유럽문화수도가 시작되었고 그 꿈을 이루는데 큰 힘이 되었듯이, 코리아문화수도 또한 통합을 꿈꾸며 시작되었다. 당장 불가능해 보이는 정치, 경제적 통합은 아니더라도 문화만은 한 나라처럼 지낼 수 있기를, 그래서 하나된 문화를 바탕으로 진정한 통일에 이르게 되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

언젠가 코리아문화수도가 서울, 제주, 경주만이 아니라 평양, 신의주에서 개최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최소한 한반도 안에서는 북한 여권이나 대한민국 여권이나 아무 차이가 없어지고, 바다를 건너는 게 아니라 마치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는 것처럼 DMZ를 쉽게 건너는 세상이 열릴 것이다. 수더분 아티스트 양방언의 음악은 경계가 없는 그런 평화로운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기 위한 아름다운 외침이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 이사장 김석은, 선정위원 고은과 안숙선, 초대위원 양방언, 아메리카문화수도조직위원장 사비에르 투델라(왼쪽부터). 사진제공|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



● 에코우즈 포 평창(Echoes for PyeongChang)

지난달 27일 발매된 ‘에코우즈 포 평창’에는 하현우, 전인권, 송소희, 바버렛츠, 박지혜 등 한국 아티스트뿐 아니라 일본 핑거스타일 기타의 대표 아이콘 오시오 코타로, 어쿠스틱 기타 듀오 데파페페 등이 참여했다.

‘에코우즈 포 평창’은 양방언이 작곡하고 연주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가볍고 모던한 선율 속에 은은하게 정선아리랑을 녹여냈다.

하현우는 ‘정선아리랑 Rock version’에서 공인된 가창력에 국악적인 창법을 더해 한의 정서를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바버렛츠와 함께한 ‘정선아리랑 엮음아라리’는 흥겨운 리듬에 익살스러운 가사가 특징이다. ‘정선아리랑 다리 건너 닿기를’은 국악 아이돌 송소희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양방언의 피아노 소리가 더해져 애절한 감성을 극대화했다. 에브리싱글데이와 함께한 ‘GO! ARARI’는 유쾌한 사운드의 모던록이다. 전인권 밴드의 ‘사랑의 승리’에는 지난날보다 앞으로의 날들을 사랑으로 채워나가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 11월25일(토) 블루스퀘어 <양방언 유토피아 2017> 공연

이 공연에서 양방언 작곡의 평창올림픽 응원곡 ‘Echoes for PyeongChang’이 초연될 예정이며 오시오 코타로, 송소희, 에브리싱글데이가 게스트로 참가한다.

양방언은 몇 년 전부터 정선아리랑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음악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그 풍성한 결실을 이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총 14인조의 국내외 연주자로 구성된 양방언 밴드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특유의 크로스오버로 관객을 열광시킬 것이다.

글·디자인 김예찬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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