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사사로운 이야기] 집때문에 속타는 현실, 연예인은 딴세상 사람

입력 2017-11-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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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을 구하러 부동산에 방문한 배우 장신영(가운데 사진 왼쪽), 강경준. 사진제공|SBS ‘동상이몽2’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계약 만기가 내년 1월로 다가오면서 요즘 온통 집 생각뿐이다. 돌아서면 오르는 아파트 시세도 시세이지만 정부가 내놓는 새로운 정책이며 은행의 금리인상까지 고려하면 형편에 맞는 곳을 선별하고 최적의 조건을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근처 부동산이라도 찾아가 속성과외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제 결혼 4년차. 슬슬 아파트 매매를 시도해볼까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을 신청하는 족족 떨어지고, 그때마다 ‘부양가족이 없어서 그렇다’, ‘경쟁률 높은 곳만 골라 넣어 그렇다’ 등등, 갖가지 분석을 비슷한 시기 결혼한 친구들과 꺼내놓기 바쁘다. 어쨌든 집 구하는 일은 어렵다는 말이다.

머리에 집 생각이 꽉 차서인지 얼마 전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보다가 순간 ‘감정이입’이 되고 말았다. 연예인들의 화려한 삶, 저마다 목적을 갖고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 가족의 모습을 한 두 해 본 것도 아닌데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배려 없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태도에 화까지 나려고 했다. 자격지심인가 싶어 한참 돌아봤지만, 그날 방송은 좀 심했다.

방송에서는 결혼을 준비하는 연기자 강경준과 장신영이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공인중개사를 찾아가는 내용이 나왔다. 두 사람이 신혼집 예산으로 책정한 금액은 8억원에서 10억원 사이. 각자 경제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예산은 달라질 수 있으니, 여기까진 두 사람의 ‘여유’가 살짝 부러웠다. 알차게 많이 모았구나 싶었다.

문제는 그 뒤. 이들이 정작 마음에 든 집의 매매가는 18억원 정도. 자녀 학군, 집의 위치 등 전부 마음에 들어 했지만 예산을 훨씬 웃도는 매매가를 접한 두 사람이 부족한 돈 때문에 못내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내 눈에는 크게 좌절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요즘 집 구할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고, 심지어 출산까지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가 자동반사적으로 머리를 스쳤다. 나 혼자 ‘오버’하나 싶어 그날 방송을 다룬 기사들의 댓글 창을 열어봤다. 두 사람의 모습을 두고 그야말로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작진보다 누리꾼이 더 정확히 현실을 파악하며, 세대 공감을 이루고 있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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