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화유기’ 제작사 등 고발… 제작환경 개선 필요”

입력 2018-01-04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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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화유기’ 제작사 등 고발… 제작환경 개선 필요”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 사태는 어디로 향할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화유기’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방송 현장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드라마 ‘화유기’ 제작 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언론노조 MBC아트지부 김종찬 지부장, ‘화유기’ 추락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A 씨의 동료들, ‘혼술남녀’ 故 이한빛 PD 유족(친동생) 등이 참석했다.

이날 언론노조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무리한 편성에 따라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는 가운데 계약 내용에 없는 무리한 작업 요구가 빈번해 스태프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다. 제대로 된 설계 도면도 없이 부실한 자재로 시공한 환경, 안전 장비 없이 무리한 작업 요구를 수행하다 추락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전 수일간 소도구담당팀은 새벽 4시까지 작업하는 등 장시간 노동에 내몰렸고 사고 당일도 오전부터 작업 시작해 새벽 1시경 종료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던 상황에서 추가 작업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 인권이 보장되는 드라마 제작 현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는 현재 제작 중인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화유기’ 제작 현장의 위험을 전했다. 언론노조 측은 “현장 조사결과 세트장은 배우들도 각종 자재에 넘어질 뻔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며 “그럼에도 현장 책임자들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촬영 중단설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촬영을 중단시킨 적은 없다”며 “‘화유기’ 현장은 현재 촬영을 이어가고 있고, 촬영 중지 된 적이 없다. 다만,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은 작업 중지(촬영 중단)를 요청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기자회견을 개최한 목적에 대해 “이 사건의 본질은 방송 제작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문제다. 단 한번도 사회문제로 주목받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많은 스태프가 현장에서 다쳤고, 심지어 목숨을 잃었다. 많은 누리꾼은 ‘화유기’라는 드라마가 제작되는지 중단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자회견의 목적은 ‘화유기’의 제작 중단이 목적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 제작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이어 “카메라 뒤 잡히지 않는 곳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고 다치기까지 한다는 걸 시청자들이 알게 된다면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동의할 시청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 이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많은 노동자가 법이 정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CJ E&M, JS픽쳐스, MBC아트 등에 대해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피해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또 근로 감독과 조사를 통해 책임 규명이 진행되어야 한다”며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노조 측은 “‘화유기’ JS픽쳐스와 세트제작업체인 라온, 피해자가 소속된 MBC아트의 대표와 책임자들을 고용노동부에 고발, 진정할 예정”이라며 “관계 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철저히 수사하고 위법 사상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혼술남녀’ 故 이한빛 PD 유족인 이한솔 씨는 “이번 사건을 접하고 소름이 끼쳤다. CJ E&M과의 합의안을 통해 방송제작 환경이 바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1년 만에 이렇게 쉽게 깨질 줄 몰랐다”며 “이제 제발 우리가 부끄럽고, 자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한다. 책임졌으면 한다. 시행안을 만들고 시스템을 바꾸길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23일 새벽 1시 50분경 경기도 안성의 ‘화유기’ 세트장에서는 작업 중인 스태프 A 씨(MBC아트 소속)가 추락사고를 당해 허리뼈와 골반뼈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 CJ E&M(‘화유기’ 방송사, 제작사 JS픽쳐스 지분 70% 소유)은 당시 “안타까운 사고로 아픔을 겪고 계신 가족에게 가슴 깊이 위로와 사과의 말을 전한다. ‘화유기’에 관심을 주시는 모든 분에게 송구하다는 말을 전한다. 제작진은 사고 발생 당시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스태프 분의 가족 측과 꾸준히 치료 경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면서 “‘화유기’ 제작진 및 tvN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사고의 사후 처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촬영 현장에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제작과정에서 불거진 ‘갑질 논란’ 등이 발단이 되면서 제작 환경 개선을 요구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 그 과정에서 언론노조가 공식 성명을 통해 ‘화유기’ 제작 중단과 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 경찰 등이 ‘화유기’ 사태와 관련해 조사에 나선 상태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12월 28일 언론노조의 요청에 따라 ‘화유기’ 세트장을 찾아 추락사고 현장 근로 감독을 실시했다. 고용노동부는 ‘화유기’ 제작 현장의 위험요소를 인정, 천장 작업 중지 명령, 세트장 내 목재 사다리 사용 금지, 작업장 안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을 지시했다. 안성경찰서 역시 과실치상 혐의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화유기’다. 지연, 중단 사고도 모자라 방송 2회만에 ‘최소 1주일 결방’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한 ‘화유기’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이번 논란이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한편 CJ E&M은 “‘화유기’ 방영을 최소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화유기’는 제작 환경의 개선을 위해 추가 제작 촬영 인력을 보강하고 추가적인 세트 안전점검을 통해 촬영 환경과 스태프들의 작업 여건, 제작 일정을 다각도로 재정비 하는 중이다. 이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작 환경을 보완하기 위함이니, 많은 양해 부탁한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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