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현과 린지 본…평창에서 뿌리 찾는 올림피언들

입력 2018-02-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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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리스타일스키대표 이미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림픽이란 무대는 메달을 따낸 영광의 얼굴들에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 마련이다. 그간의 성장과정은 물론 좌절과 도전을 반복한 스토리는 크나큰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상대에 오른 주인공들만큼이나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각별한 이들이 있다. 바로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후손들이다.


● 한 살 때 헤어진 친부모 찾는 이미현

프리스타일스키 국가대표인 이미현(24)은 이번 대회가 누구보다 각별하다. 단지 생애 첫 올림픽이라는 점에서가 아니다. 한 살 때 헤어진 친부모님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1994년 10월 25일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이미현은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겨우 한 살 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셈이다. 그렇게 양부모님 품에 안긴 이미현은 3살부터 스키라는 스포츠에 빠져들었고, 국제무대로 나갈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성인으로 자란 뒤에도 친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미현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노력을 기울였다. 20살이 넘은 뒤로는 한국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르바이트생 가운데 출중한 실력을 지닌 선수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됐고, 대한스키협회가 나서 이미현이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한국 국적 회복을 도왔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렇다할 희소식이 아직까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17일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슬로프스타일 경기를 마친 이미현은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친부모님을 찾아 나섰지만 끝내 연이 닿지 않은 상태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에서 친부모님을 찾지 못하더라도 향후 언론 인터뷰와 TV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이미현이 마지막까지 소망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키 여제’ 린지 본은 할아버지가 참전했던 한국전쟁이 열린 땅에서 뜻 깊은 올림픽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할아버지 파병지에서 흔적 찾는 린지 본

‘스키 여제’ 린지 본(34·미국)도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이 특별하기만 하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 할아버지(도널드 킬도)가 참전한 곳이 바로 알파인스키 경기가 펼쳐지는 강원도 정선군이었기 때문이다.

본의 사연은 개막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본은 “할아버지를 위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어디선가 할아버지께서 나를 지켜보고 계시리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며 울먹였다. 어린 시절 본에게 스키를 가르쳐준 스승님이었던 할아버지는 그러나 손녀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앞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다.

본은 17일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 경기를 통해 8년만의 올림픽 복귀전을 마쳤다. 최종 성적은 공동 6위(1분21초49). 여제답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본은 “할아버지가 참전하셨던 곳에서 올림픽을 치렀다는 점만으로도 자랑스럽다”며 뿌듯해했다.

평창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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