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에서 현대까지…인천엔 특별함이 있다

입력 2018-05-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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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883년 개항 이후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최초의 관문이자 다문화의 장이었던 인천은 깊은 역사와 함께 독특하고 개성적인 문화를 지닌 도시이다. 인천의 예술과 문화를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를 차례로 탐방했다. 사진은 한국문단 거목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근대문학관 상설전시실. 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 인천문화예술 핫플레이스를 가다

중앙광장 작업실, 창고갤러리로 변신
송도 트라이보울, 300석 규모 공연장
상수도 펌프장, 공연연습장으로 재탄생


그곳을 찾은 날은 추적추적한 늦은 봄비가 달았다.

인천 중구의 차이나타운을 향해 터벅터벅 오르막을 걷다보면 멀리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조계지는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통상과 거주를 하던 지역이었다. 주로 개항장에 설치됐다. 이 계단은 1880년대 일본과 청나라 조계의 경계선 역할을 했다. 2002년 인천시 기념물로 지정됐다.

계단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걷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면 오늘 소개할 ‘그곳’이 모습을 드러낸다. “차이나타운에 이런 데가 있었어?” 싶을지도 모르겠다. 부산, 원산에 이어 조선의 세 번째 개항장이었던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잠을 깨고, 예술과 자유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공간. 바로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복합공간이 거기에 있다.

문화를 걷고 예술을 만질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이자 거리이다. 이곳에서는 되도록 천천히 걷고, 눈과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고색창연한 건물, 그리고 역사의 훼손이 없도록 세심하게 리모델링된 건물들의 본새부터가 방문객의 마음에 기대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안긴다.

옛 일본회사 건물, 대한통운 창고 등 1930∼40년대 건축물이 있던 단지를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이 눅눅한 공간은 현재 전시장, 공연장, 예술가들을 위한 작업장, 박물관 등으로 채워졌다.

인천아트플랫폼 외부 전경. 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 창고갤러리에서 만나 근대문학관으로

그럼, 이제 걸어보자.

인천아트플랫폼은 2개 단지, 13개동으로 이루어진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차 없는 거리로 지정돼 있다. 중앙광장, B동 전시장, 공동 전시장, C동 공연장은 뚜벅이 관람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창고갤러리를 오픈했다. 원래는 입주 예술가들을 위한 공동작업실이었는데 관람객이 늘어나자 창고갤러리로 변신했다. 플랫폼의 중앙광장에 위치해 관람객들에게 ‘만남의 장소’처럼 여겨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정이 빠듯해도 한국근대문학관은 들어가 봐야 한다. 1890년대 근대계몽기부터 1948년 분단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문학의 역사를 한 눈에 훑을 수 있다. 최남선, 이광수, 김소월, 한용운, 나도향, 염상섭, 백석 등 국어 교과서에서 봤던 근대문학의 거장들이 남긴 작품의 원본, 복각본이 보는 이의 눈을 동그랗게 만든다. 이광수의 ‘무정(1925)’, 한용운의 ‘님의 침묵(1934)’,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원본이라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철도 여정을 노래한 창가집 ‘경부철도노래(최남선·1908)’는 눈으로 보고 귀로도 들어볼 수 있다. 희귀한 경험이다.

인천 송도의 랜드마크로 인기가 높은 트라이보울. 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 트라이보울이 품은 보석 같은 공연장

인천아트플랫폼과 한국근대문학관을 보고 차이나타운에 올라가 달큰 고소한 자장면 한 그릇 먹고도 시간이 남았다면 자리를 옮겨보자. 송도국제도시 쪽으로 가면 인천광역시의 랜드마크인 송도 트라이보울이 웅장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구에 착륙한 외계 비행체 같은 트라이보울의 내부로 들어가 보자. 상상 속의 공연장과 전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재즈 피아노 트리오, 북 하나 놓고 부르는 판소리가 참 잘 어울릴 듯한 공간. 원형무대를 객석이 포근하게 안은 듯한 300석 규모의 공연장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예쁘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남구 도화동에 위치한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건물이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다 싶었더니 상수도 가압펌프장을 리모델링해 연습공간으로 꾸몄단다. 실제로 연습실 한 구석에 헐지 않은 펌프시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연습 중인 아티스트들. 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이렇게 반나절 동안 걸어서 만난 인천은 우리가 알던 얼굴보다 열 배는 더 잘 생긴 인천이었다.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할 정도다.

만약 이제라도 차이나타운 나들이 계획을 갖고 있다면 문화와 예술이 둥근 식탁 위의 코스요리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 멋진 장소를 절대 놓치지 마시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자장면을 사랑하는 그대에게 부디 첫 방문의 행운이 함께하길.

인천|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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