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드라마 스태프 사망→언론노조 성명 발표…폭염 속 현장 개선 시급

입력 2018-08-02 1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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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가 돌연 사망한 가운데 사인(死因)을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가고 있다. 사망 이틀 전까지 고인이 폭염 속에서 드라마 촬영에 임한 것을 두고 과로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도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드라마 제작 현장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2일 오전 한 매체는 “전날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포커스플로어 스태프 A씨가 자택에서 사망했다”며 “고인은 지난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폭염 속에서 드라마 촬영을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아직 경찰조사가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일사병 등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 혹은 과로로 인한 사망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방송사는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 개선 대책을 즉각 발표하라”면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망 원인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소에 특별한 지병도 없었던 30세의 건강한 노동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원인으로 드라마 현장의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 문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현장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이 요구한 개선 대책은 살인적인 초과노동 중단, 점심시간과 휴게 시간 보장, 야간촬영 종료시 교통비와 숙박비 지급, 불공정한 도급계약 관행 타파, 근로계약서 작성 등이다.

언론노조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노동 시간 단축과 관련해 단속도 처벌도 6개월간 유예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상대로는 “하루 빨리 유예를 철회하고 주 52시간 노동시간 준수에 앞장 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방송사에는 “외주제작사의 노동 실태를 파악하고, 제작현장 근로자 보호를 위해 폭염 등 무리한 야외 노동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로사는 추측일 뿐 아직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 이번 사태와 관련해 SBS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경찰에서 사인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누가 될까 싶다. 정확한 입장은 사인이 발표되면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A씨가 5일 동안 74시간 근무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과로사를 제기한 보도에 대해서는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수원 PD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특례 업종에서 제외된 방송업은 내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된다. 현행법상으로는 주당 6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연출하는 조수원 PD는 그 누구보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필요성을 통감하는 연출자였다. 조 PD는 방송을 앞두고 지난달 2일 열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바뀌는 것이 조금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내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해 촬영 시작 시간부터 다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자정을 넘긴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자정 전에 끝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PD는 당시 “그것도 사실 시간을 못 맞추는 것이다. 더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더 확실한 콘티를 가지고 촬영에 임해야 할 것 같다.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출연 배우 양세종 또한 열악한 기상 상황 속에서 촬영 중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양세종은 지난달 23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체력이 좋아서 5일 밤을 새도 끄떡없었다. 그런데 폭염에 어제 휘청했다. 폭염이 심각하게 와 닿더라. 여러분도 폭염 조심하시라”고 말한 바 있다.

역대급 폭염에 온열질환 사망자 전년대비 5배 급증했다고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땡볕에 서 있는 것도 힘든 날씨다. 그런 폭염 속에서 드라마 스태프들은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A씨의 사인은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금 현재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촬영 현장의 개선’ 아닐까. 인재(人災)든 천재(天災)는 더 이상이 희생이 없으려면.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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