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와 함께하는 AG] 남북 단일팀, 성과와 향후 전략

입력 2018-08-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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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카누 남북 단일팀. 동아일보DB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이 한창인 인도네시아에서 국제종합대회 역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의 아리랑이 울렸다. 25일 카누 종목 여자용선 200m 동메달에 이어 26일 여자용선 500m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카누 외에도 단일팀으로 나선 여자 농구대표팀도 AG 여정을 이어가면서 값진 열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카누 단일팀의 쾌거는 특히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깬 결과이기에 기쁨이 배가된다. 축구, 농구처럼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한 종목이거나 태권도, 양궁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 효자종목으로 알려진 종목이 아닌 탓에 의미는 훨씬 크다.

AG 등 국제종합대회에서 남북이 단일팀을 이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0베이징AG 당시 남북단일팀 논의가 있었지만 아쉽게 결실을 맺지 못했다. 19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당시 북측으로 하여금 남북 체육교류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북측의 태도 변화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도 한반도 긴장상태의 완화와 안보전략의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이용가치가 있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남측 정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우방국들과의 국제 정치외교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일례로 베이징AG 준비단계에서 대한체육회가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기획 논의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담당자들이 동서독 단일팀의 경험을 가진 독일로 조사차 출장을 가려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승인되지 않았다.

그해 북측과 대화를 앞두고 있던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급진적 변화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노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베이징AG에서 공동응원단을 구성해 남북 단일팀의 당위성을 한반도 전역과 아시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결국 4차례에 걸친 남북 회담 끝에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을 출전시켜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후 북미 관계가 급격히 차가워지면서 꾸준한 논의에도 불구, 단일팀 구성은 한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내·외 정치적 환경과 정책적 우선순위에 밀려 남북관계에 있어 스포츠는 한계가 있다는 자조적 분위기였다.

다행히 요즘의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북핵 위기가 한창 고조되던 시기,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국제관계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했고, 남북화합 분위기를 지지하는 기류가 조성돼 현재에 이르렀다.

AG 메달 테이블에 공식적으로 한반도기를 휘날리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 어떠한 전략을 펼쳐야 할까. 학계 일각에서는 남북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통합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남북 체육교류를 전담할 재원이나 기구가 부재하다보니 현재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몇몇이 모든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립적인 성격이 강한 체육단체가 나서면, 정치나 정책의 영향력을 덜 받고 민간중심의 교류가 보다 용이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남북 단일팀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다른 종목들이 자카르타-팔렘방AG 카누 용선의 사례와 같이 쉽게 단일팀을 이룰 수도, 또 성과를 낼 수도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리와 북측, 그리고 한반도기와 같이 세 개의 그룹이 함께 메달테이블에 오르는 것이 당분간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정치, 사회, 경제 어느 분야에서도 하지 못한 효과적인 통일 준비학습으로 활용될 수 있다. 남북 단일팀은 개별 종목단체의 주도적이고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이 핵심이다. 그래야 제2, 제3의 카누용선이 나오고, 이것이 우리를 남북통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정책개발연구실 연구위원 조현주 박사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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