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언한 이상화, 그가 걸어온 ‘뷰티풀 로드’

입력 2019-05-12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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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빙속 여제’ 이상화(30)가 정든 빙판과 작별을 고했다. 10일 소속사인 본부이엔티가 그의 은퇴 선언을 공식 발표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빙속계를 호령했던 ‘여제’가 인생 제2막을 연다.

이상화는 한국 빙속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스피드스케이팅 500m의 판도를 확 바꿨고, 수 년간 최정상급의 기량을 유지하며 타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첫 올림픽 무대인 2006토리노동계올림픽 빙속 여자 500m에서 5위에 오른 것은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한 도움닫기였다.

2010밴쿠버올림픽은 이상화가 대관식을 치른 무대였다. 한국 여자 빙속의 간판 스타로 큰 기대를 모으긴 했지만, 예니 볼프(독일), 왕베이싱(중국), 헤더 리처드슨(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까지 거머쥔 것은 엄청난 쾌거였다. 여세를 몰아 같은 해 오비히로에서 열린 스프린트세계선수권과 2012년 헤이렌베인, 2013년 소치에서 열린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다음 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한껏 키웠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대회 2차레이스에선 36초36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기록을 새로 썼다.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누군가 이 기록을 경신한다면, 이상화의 이름이 회자될 것이다.

2014소치올림픽 당시 이상화의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1차레이스를 37초42로 마친 뒤 2차레이스에서도 37초28로 결승선을 통과, 합계 74초70으로 2위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를 제쳤다. 특히 2차레이스에선 2002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당시 카타리나 르메이든(캐나다·37초30)이 보유하고 있던 올림픽 기록을 12년 만에 깨트리기도 했다.

이후 잠시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2016년 종목별세계선수권(콜롬나)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화려한 복귀를 신고했고, 2017년 강릉 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최정상급의 스케이터로 올라선 고다이라 나오(일본)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 시기도 바로 2017년이다. 2018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이상화에게 고다이라와 경쟁은 또 하나의 동기부여였다.

평창올림픽은 금메달을 따냈던 두 차례 올림픽과는 달랐다. 한 번의 레이스로 모든 게 결정되는, 엄청난 부담감 속에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이상화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고, 37초33으로 고다이라(36초94)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서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어선 값진 결과였다. 이 레이스를 마친 뒤 고다이라와 함께 손을 맞잡고 트랙을 돈 장면은 평창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필름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트랙의 드라마라기보다는 올림픽 정신의 전형”이라는 말로 이 장면을 설명했다. 이후 2018~2019시즌 휴식을 취하며 현역 연장과 은퇴를 놓고 고민한 끝에 아름다웠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였기에, ‘여제’가 걸어온 길은 더욱 아름다웠다. 이상화는 오는 16일 열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를 공식화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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