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서진용의 ‘배짱’과 ‘여유’

입력 2019-05-22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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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서진용.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서진용(27)은 팀 내 화려한 필승조 멤버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믿을맨’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그를 향한 주위의 신뢰가 어우러져 서진용에겐 배짱과 여유가 생겼다.

필승조의 핵심 카드다. 21일까지 팀 내 최다 25경기(23.1이닝)를 소화하며 8홀드(리그 3위)를 챙겼다. 경기당 볼넷은 2.70개로 줄이고, 경기당 삼진은 12.73개로 늘리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18일 두산 베어스전서는 통산 200삼진을 달성했다. 구위로 타자들을 누르면서 올 시즌 단 한 개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순장타허용률(OISO)은 0.043에 불과하다. 지난겨울 투구 폼 교정에 매진하면서 흘린 구슬땀의 보상이다. “구속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내 공을 믿고 던져 좋은 결과가 있다”며 웃는 서진용은 화려한 숫자 대신 실속 있는 내용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한다.

종종 발을 헛디디는 날이 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올 시즌 단 세 경기에서 실점 했을 뿐 나머지 22경기서는 무자책으로 마운드를 수호했다. 안 좋은 기억은 재빨리 털어내고, 태연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정신적 여유가 생겼다. 서진용은 “나는 매 경기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맞을 때가 됐다. 오늘은 운이 안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넘긴다”며 “다음 경기에 잘 던져서 좋은 결과를 계속 가져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경기에서 실점하면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 자책하던 지난날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21일 LG 트윈스전서는 4-2로 근소하게 앞선 7회 선두 타자 유강남을 우전 안타로 출루 시켰지만, 두둑한 배짱으로 토미 조셉과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다. 148㎞짜리 직구를 연달아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 꽂아 넣어 두 차례의 헛스윙을 유도했고, 4구째엔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여기엔 서진용의 감각적인 수비와 센스 있는 판단도 더해졌다. 그는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가도 그 뒤에 나오는 타자들을 한 명씩 잡으면 된다. 주자가 나가도 큰 부담이 없다”며 “위기가 와도 스스로 막아내고, 마인드를 컨트롤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 최고의 긍정 요소다. 그간 기량을 꽃 피울 무렵마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던 서진용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 역시 “경기에 많이 나가고 있지만, 팔에 무리가 가는 것은 전혀 없다”며 “연투를 하게 되면 항상 하루는 쉬게 해주시고, 컨디셔닝 코치님도 꾸준히 신경을 써주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프지 않은 것이 지금 제일 좋다”고 미소 지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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