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황금종려상’ 쾌거 ‘기생충’, 진짜 관객 만나러 갑니다 (종합)

입력 2019-05-28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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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칸’은 과거가 됐습니다. 이제 진짜 관객을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고 떨립니다.”

혹시 ‘기생충’을 본다면 옆을 둘러보시라. 어쩌면 봉준호 감독이 여러분과 함께 앉아있을지 모른다. 진짜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다.

28일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언론시사회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대한민국 영화 역사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칸 영화제에서 영화가 공개되고 국내외 언론과 평단, 그리고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력과 예측 불허의 상황 설정, 위트 있는 대사,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고 평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칸 현지에서 수상 소식을 접했지만 나머지 배우들은 국내에서 소식을 접했다. 이선균은 “라이브로 폐막식을 봤는데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자꾸 끊기더라. 그래서 더 쫄깃하고 재미있게 봤다”라며 “칸에 있는 것처럼 벅찼고 아침에 도통 잠을 못 이뤘다. 맥주 두 캔을 먹고 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최우식은 “시차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봤는데 라이브를 찍으신 분도 우시며 보시더라”며 “그리고 감독님의 퍼포먼스가 영화의 클라이맥스 같았다”라고 말했다. 박소담은 “지금도 칸에 갔다온 게 믿겨지지 않는다”라며 ”사진과 영상을 봐도 안 믿겨진다. 이 영화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며 매일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장혜진은 “내 생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너무 놀라웠다. 단톡방에서 서로에게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새벽에 시간 나는 사람끼리 모여 축하주를 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까지 언제나 통념을 깨는 동시에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 봉준호 감독의 희비극이다.


봉준호 감족은 “출발점이 가족이었다. 4명의 가난한 가족과 4명의 부자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엮이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엮는 것이 최초의 출발점이었다. ‘가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다. 형태가 다를 지라도 우리 모두 가족, 가정이 있다. 우리 삶에 놓여있는 밀접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3년 처음 ‘기생충’을 구상했을 때 스토리라인을 썼을 때가 ‘설국열차’ 후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설국열차’도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지만 장르가 SF다. ‘기생충’은 일상과 현실에서 가까운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보면 어떨지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젊은 세대들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 박소담이 이 시대의 젊은 세대들을 가장 잘 느끼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솔직해지고 싶었다. 잘 되고 싶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 않나. 젊은 세대들의 슬픔과 두려움 등 복합적인 마음을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설국열차’, ‘옥자’에서 외국 배우들과 함께 한 후 국내 배우들만 참여한 것은 오랜만이다. 봉준호 감독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한국어를 하니 내가 방언이 터졌다. 칸에서도 통역을 거쳐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기서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니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만 현장에서 대사에 토시를 바꾸고 새로운 단어를 넣어 즉각에서 제안해서 토스하면 배우들이 강스파이크를 날려준다. 제가 영어로 디렉팅을 할 때는 상대적으로 어렵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냄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가 사실 가까운 사이여도 냄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례한 표현이다”라며 “사적이고 내밀한 곳까지 카메라가 파고들기 때문에 냄새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이 영화에 기택이가 가정교사로 부잣집에 들어가면서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서로 냄새를 맡는 유일한 상황이다”라며 “영화에서 쓰여지지 않는 이상할 법한 날카로운 도구가 냄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았다. 송강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메시한 표정의 변화와 미묘한 뉘앙스의 전환만으로 서사를 납득시키고, 냉온이 공존하는 순간을 만들어내며 긴장과 페이소스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송강호는 “좋아하는 배우들과 협연을 해서 스태프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라며 “장르의 혼합과 변주가 이뤄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낯선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관객들이 설득력 있게 현실감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 참신한 영화의 진행이 두려움을 상쇄시키고 정말 가족 단위로 앙상블이나 자연스럽게 체득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선균은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 사장’ 역을 맡았다. 이선균은 ‘기생충’의 박사장 캐릭터를 통해 친절하지만 선을 넘어오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자로 미묘하고도 특징적인 성향을 적시적소에서 실감 나는 디테일로 표현해 냈다.

이선균은 “대본이 너무 잘 설계가 돼 있었다. 내가 부자로 나온 적이 별로 없어서 부담이 됐지만 설정 자체를 너무 잘 잡아주셨다. 촬영 첫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존경하는 감독님과 선배와 연기를 하니 신인 배우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은 떨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조여정은 ‘박사장’의 순진하고 심플한 사모님인 ‘연교’ 역을 맡았다. 조여정은 험한 일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연교 특유의 순수함을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예상 외에 웃음을 안겨준다. 조여정은 “다른 역을 맡았을 때는 생각이 많았는데 ‘연교’는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오히려 연기는 어렵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우식은 기택의 가족의 장남 ‘기우’ 역을 맡았다. ‘기생충’의 시작점에 위치한 그는 우리 시대 청년의 모습을 그려내 이 영화의 세계관의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최우식은 “송강호, 장혜진 선생님의 아들, 박소담의 오빠로 살아가는 게 너무 즐거웠다. 피자 박스 접는 것도 너무 기뻤다”라고 말했다. 송강호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 최우식은 “대본을 처음 읽고 엄청 부담이 된 장면이 그 장면이었다. 송강호 선배님께 연기 지도를 하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더 긴장됐다. 영화에 안 나온 테이크도 많았는데 재미있었다. 인생에 이런 일은 또 없지 않을까. 소중한 추억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소담은 기우의 동생 ‘기정’ 역을 맡았다. 박소담이 표현하는 ‘기정’은 자신의 의지대로 주변을 제압하는 당당함으로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강렬한 역할들 뒤에 가려져 있던 20대의 활력과 자기다운 매력을 처음으로 활짝 펼쳐 보인 박소담은 기정의 여린 마음까지 완벽히 표현했다.

박소담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대사가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입에 잘 붙었다. 빨리 내 말로 만들어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라며 “기정이를 하면서 말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피자 박스 접는 장면에서 너무 재미있게 찍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혜진은 전원백수 가족의 아내이자 엄마 ‘충숙’ 역을 맡았다. 장혜진은 탄탄한 내공으로 다부진 아내이자 엄마 ‘충숙’을 현실감 넘치게 그려냈다. 장혜진은 “이렇게 큰 영화에 큰 역할은 처음이다. 잘 할 수 있을지 부담스러웠지만 감독님의 격려로 잘 해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장혜진은 잠시 촬영 당시가 생각이 났는지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전 울지 않을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모든 장면이 신이 났다”라며 “역할을 위해 찌운 두툼한 턱살을 사랑해주신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이 들려오면서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27일 오후 1시 30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실시간 예매율이 43.3%를 달성하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생충’은 5월 30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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