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왜 정근우를 계속 중견수로 쓸까?

입력 2019-07-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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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국가대표 2루수로 명성을 떨치던 정근우(37·한화 이글스)의 외야수 변신은 올 시즌 내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화제였다. 은퇴할 날이 머지않은 베테랑 내야수의 외야수 전환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았다.

시즌 일정의 반환점을 훌쩍 넘긴 지금, ‘중견수 정근우’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성급한 결론일 수 있지만, ‘실패한 카드’에 가깝다. 정근우로 인해 좌익수로 옮긴 이용규의 항명사태까지 떠올리면 더더욱 씁쓸하다.

정근우와 이용규, 올 시즌 한화의 추락을 상징하는 이름들이 됐다. 한화의 부진한 성적과 맞물린 여러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더욱이 정근우의 외야수비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근우를 익숙한 자리로 되돌리면 어떨까. 정근우 대신 올해 한화의 주전 2루수로 성장한 정은원도 때마침 여름 무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정근우를 백업 2루수로 활용하면 정은원과 공존은 힘든 것일까.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서 일부 누리꾼들의 ‘원색적인’ 비난마저 사고 있는 한용덕 감독의 심중이 궁금하다. 한 감독 역시 정근우의 백업 내야수 기용을 “고민해본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실행에 옮기진 않고 있다. 왜일까.

‘선수층’, 이른바 뎁스(depth)의 강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누구든(어느 감독이든) 성적이 우선이지 리빌딩이 우선은 아니다”라는 한 감독의 말에선 역설적으로 뎁스 강화를 향한 결연한 의지까지 읽힌다.

공개적인 트레이드 요청으로 물의를 빚은 이용규는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징계 해제 시점은 불투명하다. 정근우 역시 부담감 때문인지 2차례에 걸쳐 부상으로 63일간 1군을 비웠다.

이런 사정이 다른 젊은 외야수들에게는 기회가 됐다. 장진혁과 더불어 고졸 신인 유장혁이 좌익수 및 중견수로 출장시간을 늘리고 있다. 물론 성장속도를 논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직은 예비전력에 불과하다.

내야 쪽도 마찬가지다. 개막전 유격수 하주석이 5경기 만에 왼쪽 무릎십자인대 파열로 전열을 이탈한 것은 분명 불행한 일이다. 다만 백업 내야수로 분류됐던 오선진, 강경학에게는 확실히 기회가 됐다. 특히 오선진은 벌써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하주석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시즌 전 구상한 베스트 라인업이 사실상 해체됐지만, 이 때문에 “여러 선수들을 폭넓게 쓰게 됐다. 이 과정이 지나면 뎁스는 두꺼워질 것”이라고 한 감독은 말했다. 오선진에 대해선 “지난해까지는 이렇게 저렇게 기회를 줘도 못 살렸는데, 올해는 (주전이라는 의식 덕분에) 안정감이 생겨서인지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정근우를 백업 내야수로 돌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라인업이 너무 약해지기 때문”이라는 직접적 설명이 뒤따랐다. 비록 수비는 불안해도 타격을 비롯한 야구센스에서만큼은 정근우가 여전히 후배 외야수들을 압도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장진혁, 유장혁 등이 아직은 ‘뎁스 강화’라는 한 감독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 감독은 “(실력 있는) 고참을 일부러 배제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적을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향후 ‘중견수 정근우’가 후배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도우미가 돼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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