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기웅 “14년째 ‘재발견’? 기분 좋기만 한 걸요”

입력 2019-10-05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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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박기웅(34)은 그 어느 때보다 연기를 향한 의욕이 넘쳐 보였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내일 당장이라도 촬영장으로 향할 자신이 있다”며 웃음을 터트린다.

지난달 26일 MBC ‘신입사관 구해령’을 끝낸 후 약 6개월 만에 맛보는 휴식에도 그저 “몸이 근질거릴 뿐”이란다. 그야말로 못 말리는 ‘연기 열정’이다. 1일 박기웅을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드라마의 여운을 나눴다.


● “이젠 촬영장 ‘맏형’, 책임감 커졌죠”

박기웅은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조선의 왕세자 이진 역을 연기했다. 신세경 등 조선시대 최초 여성사관들을 지지하는 캐릭터였다.

“그들에게 힘을 제대로 실어주기 위해” 발성과 표정까지 연기의 많은 부분을 새로이 했다. 그만의 ‘연기 소신’이 작용한 덕분이다.

“작품의 대본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극의 재미’다. 모든 캐릭터들이 저마다 소리를 낼 때 비로소 드라마나 영화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나아간다고 믿는다. 그를 위해서라면 내가 특별히 돋보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왕세자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신뢰감 있는 저음 발성 등을 했다. 연기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녹아든 작품이다.”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형제의 호흡을 맞춘 아스트로 차은우(22)는 그의 ‘신인시절’을 떠올리게 한 주인공이다. 박기웅이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 주연으로 나섰을 때가 비슷한 나이였다고 한다. 실제로 7살차 동생이 있어 “몰입이 더 잘 됐다”고 한다.

어느 새 주연 연기자 중 ‘맏형’이 된 그는 “책임감이 커졌다”고도 했다.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일찍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 시절에는 무조건 내가 ‘막내’였다. 스태프와 선배 연기자들도 나의 작은 실수를 ‘귀엽게’ 봐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태프와 연기자를 모두 포함해서도 내가 ‘고참급’이다. 그런 점에서는 당연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차가 더 쌓이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싶다. 차은우는 연기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그때의 나보다 훨씬 낫다. 하하하!”


● “14년째 ‘재발견’? 기대감 감사할 뿐”

2005년 데뷔해 벌써 14년차 연기자가 됐지만, 박기웅에겐 여전히 ‘재발견’이란 단어가 따라다닌다. KBS 2TV ‘각시탈’, SBS ‘리턴’ 등을 통해 만든 악역의 이미지도 그의 단골 ‘꼬리표’다.

신경 쓰일 법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재발견’이란 단어가 가능성을 믿는다는 뜻 아니냐. 아직 기대를 해준다는 점에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웃음) 거기에 연기만 해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번다. 더 바랄 게 없다. 악역은 확실히 인상을 깊게 남길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한때 악역 역할만 들어왔고 그게 스트레스가 됐다. 지금은 받아들인다. 또 다른 악역을 보여주는 것을 ‘숙제’로 여기고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박기웅은 자신의 연기를 ‘생활근육’이라 칭했다. 연기를 전공한 적이 없어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배웠기 때문이다. 14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배우가 진짜 내 ‘직업’으로 다가온다”고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20대 때에는 주연 드라마를 연달아 4편 할 정도로 일했다. 처음엔 홀로 상경한 탓에 돈이 필요해서 그랬는데, 어느 새 습관처럼 ‘다작’을 하고 있더라. 2014년 입대한 후에야 연기를 잘 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여전히 나는 연기자로서 ‘과도기’라 여긴다. 다만 데뷔 초기 막연하게 느껴졌던 연기가 이제는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는 게 좋다.”

특히 “조화로운 연기의 중요성”을 체득했단 점은 “스스로 기특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기웅은 연기자로서 자신이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비록 지금은 ‘과도기’ 단계이지만, 계단식이 아닌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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