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 김민구. 사진제공|KBL
2013 KBL 드래프트 2순위로 전주 KCC 유니폼을 입은 김민구는 기대와 달리 프로농구 무대에서 그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2014년 여름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자체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동시에 이 사고로 골반 뼈가 부러져 몇 차례에 걸쳐 큰 수술을 받았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적이었다. 3년간의 재활 끝에 코트에 섰지만, 10~15분 내외를 뛰는 벤치워머가 그의 자리였다.
김민구는 지난 여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왔지만 반응이 싸늘했다. 원 소속구단 KCC와 재협상 끝에 최소 연봉인 3500만 원(계약기간1년)에 도장을 찍은 뒤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DB로 이적했다.
DB로 이적을 원한 이유는 단 하나, 행복하기 위해서였다. 김민구는 “내가 부족한 것이 첫 번째 이유겠지만, KCC에서는 출전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나도 곧 서른이 된다. 한 살이라도 나이가 들기 전에 뛸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DB 이상범 감독(50)은 연습경기 때부터 김민구를 팀의 핵심 자원 중 한명으로 중용하고 있다. 그는 9일 안양 KGC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승부처인 4쿼터 2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팀 승리(86-81)에 공헌했다.
김민구는 “과거의 일(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린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다. 늘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재활하는 동안 ‘내가 재기할 수 있을까’라며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나를 믿어준 가족, 친구, 팬들을 생각하며 재활을 해왔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최소연봉으로 계약을 했지만, 지금 내게 돈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뛰는 것이다. 친구인 (김)종규와 한 팀에서 신나고 행복하게 뛰고 있다. 재활을 하는 동안 부모님의 마음고생이 컸다. 아마 지금 모습을 보면 부모님도 행복해하고 계실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더 나아질 것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민구의 ‘미친 재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