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dropped the ball’, 어김없이 가을야구 위협하는 ‘클러치 에러’

입력 2019-10-23 1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중 9회말 무사에서 두산 박건우의 플라이 타구를 키움 김하성(사진)이 빠뜨린 뒤 아쉬워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가을야구 승부처에 나오는 실책은 유독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공 하나의 결과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에서 ‘클러치 에러’는 팀들이 가장 경계하는 대상이다.

“He dropped the ball”은 메이저리그 중계에서 나온 ‘명대사’다. 2009년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의 인터리그 맞대결에서 메츠 2루수 루이스 카스티요가 9회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놓쳐 양키스에게 끝내기 역전 패배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중계진이 카스티요가 공을 놓치는 장면을 설명한 말이 이후 클러치 에러를 지칭하는 대표적 표현이 됐다.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도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양 팀이 6-6으로 팽팽히 맞선 9회에 키움 유격수 김하성이 선두타자 박건우의 평범한 플라이를 잡지 못했다. 선두타자 출루로 두산은 계속 찬스를 이어갔고, 1사 만루 상황에서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챙겼다. 키움으로서는 실책이 팀 패배로 연결되는 최악의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두산은 1차전 승리로 KS 우승확률 74.3%를 잡았다.

이번 사례 외에도 가을야구 클러치 에러는 거의 매년 등장했다. 2015년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KBO 최초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는 SK 내야수 김성현이 역시 내야 플라이를 놓쳐 끝내기 실점을 내줬고, 팀은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6년 NC 다이노스와 두산의 KS 1차전에서는 NC 외야수 김성욱이 연장 11회에 타구 방향을 놓쳐 선행주자와 타자주자를 진루시켰고, 이후 어김없이 적시타를 허용해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018년 KIA 타이거즈와 넥센의 WC 결정전에서는 KIA 포수 김민식이 5회 이정후의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된 공을 못 잡아 파울처리가 됐고, 이후 다시 기회를 잡은 이정후가 희생플라이를 쳤다. 이는 선발투수 양현종이 흔들리고 결국 역전의 빌미가 되고 말았다.

1분 1초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펼쳐지는 가을야구는 이제까지 ‘클러치 에러’를 발판 삼아 역사가 만들어졌다. 특히 7전4선승제의 긴 승부를 해야 하는 KS에서는 실책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자칫 시리즈가 순식간에 넘어갈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경계를 해야 한다. 세월이 지나도 영원히 야구팬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는 최악의 장면. 최고의 무대에서 만큼은 누구도 떠올리기 싫은 시나리오다.

잠실|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