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이에 대한 존중…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의 철저한 분업

입력 2019-11-27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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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허문회 감독-성민규 단장. 스포츠동아DB

2019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는 이번 가을, 말 그대로 ‘이름 빼고 다’ 바꾸는 중이다. 성민규 단장(38) 선임을 시작으로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허문회 감독(47)을 영입했고, 프런트 조직개편에 선수단 정리 작업까지 박차를 가했다.

포수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철회에 2차드래프트 결과까지 예상 외로 흘러가자 여론이 흔들렸다. 하지만 롯데가 한화 이글스와 2대2 트레이드로 안방마님 지성준을 영입하자 분위기가 한 번에 바뀌었다. 성 단장이 강조하는 ‘프로세스’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런트에서 적극적으로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 기존 감독 주도의 스토브리그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낯선 광경이다. 허 감독 입장에서는 더 많은 선수가 있으면 좋을 테지만, 취임 선물격인 FA 영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하위에 머물렀던 롯데의 전력을 생각하면 신임 감독에게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롯데의 마무리캠프지인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허 감독은 이러한 얘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위치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감독, 단장의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 있다. 각자의 파트에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수석코치 시절에도 그랬다”고 했다.

허 감독은 2018시즌 초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수석코치로 승격됐다. 약 2시즌 가까이 장정석 전 감독을 보좌했다. 허 감독은 “그동안 단 한 번의 인상 쓸 일도 없었다. ‘조언자’인 수석코치의 선에 맞게 조언을 했고, 장 감독님은 그걸 ‘결정권자’인 감독으로서 들어줬다”고 돌아봤다. 수석 시절 묵묵히 조력자의 선을 넘지 않으려했던 허 감독이 롯데 부임 후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는 것도 역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선수단 구성은 프런트의 몫이고 그걸 활용하는 것이 사령탑의 역할이라는 게 허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성 단장님은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로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성과도 분명하다. 자연히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뛰어나다”며 “파트별 코치나 감독들은 자신의 팀 선수에 대해 깊이 알고 있지만 타 팀까지 넓게 보긴 힘들다. 성 단장님은 스카우트 시절, 시야의 넓이를 확실히 보여준 분”이라고 설명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나오기 힘든 발언이다.

감독은 슈퍼맨이 아니다. 전지전능한 감독 한 명이 모든 걸 좌지우지해서 성과를 내는 시대는 지나갔다. 아니, 어쩌면 그런 시대는 없었다. 명확한 업무 분담을 통한 시너지가 없다면 좋은 성적 역시 내기 힘들다. 롯데의 2020시즌은 적어도 역할에 대한 혼란은 없을 전망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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