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사생팬’…전화번호 바꾸자마자 “왜 바꿔” 공포의 문자

입력 2020-01-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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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불 안가리는 ‘사생팬’에 떨고있는 아이돌

도청·위치추적 등 이용해 스토킹
여권·주민등록번호 암암리 교환
BTS, 사생팬 피하려 전세기 이용

“무섭다. 정말 무섭다. 제발 그러지 마라.”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는 최근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사생팬’들에게 이 같이 간곡하게 부탁했다. 호소에 가까운 절규였다. 방탄소년단은 해외 일정이 많은 활동 특성상 전세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편의보다는 사생팬들로 인한 극심한 피해가 잇따라 불가피하게 선택한 방법이라고 털어놨다.

방탄소년단처럼 전 세계를 누비는 케이팝 스타들이 속속 탄생하면서 그 이면에서는 사생팬들의 비뚤어진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위험한 일이니 제발 하지 말라!”는 스타들의 걱정 어린 당부를 비웃듯, 사생팬들의 범죄에 가까운 스토킹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사생팬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사생활을 쫓아다니는 극성팬이다. 과거엔 단순히 아이돌 스타들이 단체로 거주하는 합숙소나 연습실 앞에서 대기하고, 이들의 차량을 택시로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청, 차랑용 위치 추적 장치를 이용하는 등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닌다. 말 그대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셈이다.


스타들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연락하는 것도 다반사다. 사생팬들이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어 오는 탓에 전화번호를 바꾸면 채 5분도 되지 않아 “왜 전화번호 바꿨느냐?” “전화번호를 바꾸면 모를 줄 알았느냐?”는 문자메시지까지 쏟아질 정도다. 기획사 관계자 등 가족과 지인의 개인정보까지 파악해 연락해오는 사생팬도 있다. 실제로 그룹 갓세븐의 영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밤낮 가리지 않고 전화하니 잠도 못 잔다. 제발 한국 사람이든 외국 사람이든 전화 좀 그만해 달라”고 읍소했다.

문제는 스타들의 이런 간절한 호소에도 사생팬의 비행은 전혀 나아지거나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생팬들 사이에서는 스타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여권번호까지 암암리에 교환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항공 정보를 알아내 스타의 옆자리에 탑승하거나 해외 투숙 호텔의 같은 층을 예약하는 등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밀한 개인정보로 비행을 저지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사생팬들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고 나섰다. JYP 측은 9일 “트와이스 항공 정보 판매책에 대한 확인을 진행 중”이라면서 “가장 높은 강도의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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