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완투-나성범 복귀포! 김경문의 무서운 복수전

입력 2017-06-21 2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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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1루에서 SK 로맥의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자 NC 선발 해커가 주먹을 쥐며 환호하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우리도 오늘은 해커가 나가니까. 용병이라면 가끔씩은 완봉, 완투 같은 걸 해줘야지.”

NC 김경문 감독은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전을 앞두고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뼈아픈 패배가 많았다. 지난 주말에는 두산에 2차례나 대역전패를 당했고, 20일에는 SK 문승원에게 데뷔 첫 완투승 제물이 됐다.

NC는 올 시즌 2위를 달리고 있지만 부상자 속출로 완전체 전력을 갖추고 싸워보지를 못하고 있다. 시즌 개막 후 7전 전승을 거두며 에이스 노릇을 하던 제프 맨쉽이 갑자기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이탈하는 등 선발 로테이션 꾸리기도 벅찬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면서 선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불펜 과부하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 시즌엔 유난히 비도 내리지 않아 휴식 없는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20일 덕아웃에서 젊은 투수의 완투에 희생양이 됐으니 가슴이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시즌 중간중간에 누군가가 완투를 해주면 불펜투수들이 정말 큰 힘이 된다”면서 은근히 해커의 완투를 기대했다.

감독의 마음을 읽었을까. 해커는 역투를 거듭했다. 8회까지 투구수 90개로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2-0으로 앞선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2사 1·2루에서 대타 정의윤의 중전 적시타로 1-2로 쫓기고, 계속된 2사 1·2루. 대타 박정권의 투수 앞 평범한 플라이를 잡고 경기를 끝내려던 해커가 그만 공을 놓치고 말았다. 완투는 쉽게 오지 않았다. 2사 만루. 이어 이성우를 상대로 11구째까지 가는 혈전 끝에 가까스로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고 시즌 7승(2패)째를 거뒀다. 개인통산 6호 완투로, 2015년 9월8일 이후 652일 만에 완투를 추가했다.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1사 만루에서 NC 나성범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날 해커가 마운드에서 원맨쇼를 펼쳤다면, 타석에서는 돌아온 나성범의 독무대였다. 오른 손목 부상으로 1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던 나성범은 20일과 21일 고양에서 퓨처스리그 2경기를 소화했다. 손목에 이상이 없어 당초 22일 1군에 불러올릴 예정이었지만, 이날 갑자기 박석민이 극심한 허리통증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한 명이 돌아오려니 한 명이 내려간다”면서 “박석민이 빠지면 아무래도 공격력이 약화되니까 나성범을 어쩔 수 없이 예정보다 하루 빨리 불러올렸다”고 설명했다. 2군에서 뛴 선수를 1군에 콜업해 사실상 더블헤더를 하게 하는 고육지책을 쓴 것이었다.

여기서 나성범은 기대에 부응했다. 2점을 모두 그의 방망이로 해결했다. 1회초 사구로 출루한 그는 3회초 1사 만루서 우전 적시타로 결승타를 기록했고, 7회에는 좌중월 솔로홈런(시즌 10호)을 날렸다. 5월14일 시즌 9호 이후 38일 만의 아치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완성했다. 그러면서 2-1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에는 이. 전날 완투로 당한 것을 그대로 완투로 갚은 김경문호의 무서운 복수전이었다.

인천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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