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의 독백 ‘성범아 힘 빼고 좌중간을 보자!’

입력 2017-06-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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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우타자 최초 2000안타를 치고 은퇴한 홍성흔(41)은 타자로 32세 시즌부터 최전성기를 맞이한 매우 특별한 커리어를 갖고 있다. 홍성흔은 만 23세에 데뷔해 31세까지 9시즌 동안 단 한차례 3할 타율(2004년 0.329)을 기록했다. 홈런은 26세였던 2002년 기록한 18개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32세였던 2008년 0.331을 기록하더니 33세 시즌인 2009년 0.371, 34세가 된 2010년 0.350의 타율을 기록했다. 35세 시즌인 2011년에도 0.306의 타율을 올렸다. 34세 때는 26홈런을 치며 20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장타력을 보여줬다. 홍성흔의 변화는 포수 미트를 내려놓고 지명타자로 타격에만 전념한 것도 배경이었지만 밀어치는 타격이 경지에 오르며 많은 선수들이 은퇴할 나이에 그는 타자로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좌타자인 NC 나성범(28)은 최근 타격 훈련을 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좌중간으로 타구를 날려 보내고 있다. 30대 홍성흔과 똑 같다. 우타자인 홍성흔은 방향만 달랐다. 훈련 때 90% 이상을 우중간으로 보냈다.

타자 나성범의 강점은 정확도와 힘, 주루, 수비를 겸비한 ‘5툴 플레이’다. 현재 능력만 유지해도 충분히 리그 정상급 타자의 위치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

나성범은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좌중간으로 밀어치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고, 훈련과 실전에 적용하고 있다. 갑자기 타격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훨씬 장점이 많아서 더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범이 설명한 밀어치기의 강점은 타구 방향이 부채꼴로 구장 곳곳을 향하며 안타 확률이 높아지고 스윙이 타구에 대한 예측보다 빨랐을 때 파울이 나지 않고 우익수 방면으로 향할 수 있는 점이다. 전성기 홍성흔의 설명과 똑같다.

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나성범은 “타자로 변신한지 이제 6년째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크게 우측으로 치려고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좌중간을 바라보며 밀어 치면서 우익수 쪽으로 향하는 타구도 더 멀리 가는 것을 느낀다”며 “타격 때 힘을 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좌중간으로 타구를 밀어 쳐 보낸다고 생각하며 스윙을 하면 힘을 빼는 데도 도움이 크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전에 밀어치는 타격을 적용하면서 27일 넥센전에서는 펜스 정 가운데를 넘기는 대형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스윙이 빨라도 오히려 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타격 스타일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밀어치는 타법이 완성되면 좌익수 쪽으로도 더 많은 타구를 날려 보내 상대 외야 수비를 흔들 수도 있다.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새로운 변화다.

나성범은 수비 도중 팔목을 다쳐 5월 2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동안 스윙 훈련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나성범은 뛰고 또 뛰었다. 스스로 ‘시즌 중에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복귀 후 6경기에서 4홈런 13타점을 몰아치고 있다.

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하고 있지만 사실 나성범이 타자가 된 건 2012년이었다. 이제 6년 밖에 되지 않았다. 대학 때까지 투수로 활약하다 프로에서 타자로 변신에 3할, 30홈런, 100타점이 가능한 타자가 된 것도 대단한 성공이다. 그러나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끝없이 연구하고 뛰고 또 뛰며 땀을 쏟고 있었다.

오늘도 나성범은 타석에 서서 머릿속으로 독백을 한다. ‘성범아 힘 빼고 밀어치자!’ 나성범이 나성범을 뛰어넘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타격 스타일은 30대 나성범에게 어떤 것을 선물할지 기대가 된다.

마산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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