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리포트] ‘이제는 중견수’ 정근우 “어떻게든 보여주고 살아남고 싶어”

입력 2019-02-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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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정근우가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한화 이글스 정근우(37)가 다시 중견수 위치에 섰다. 오랜 시간 국가대표 2루수로 군림했던 그의 포지션 변화는 이미 2018시즌에 시작됐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외야에 나간다. 한 번이라도 더 그라운드에 서겠다는 본인의 의지와 팀의 방향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정근우의 피부는 새까맣게 타있었다. 훈련량이 엄청나다는 증거다. 그는 17일 “열심히 하고 있다. 더 집중해서 팀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게끔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근우는 2018시즌 중반부터 사실상 2루수 욕심을 내려놓았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하지 않았다. “2루가 주 포지션인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다”는 베테랑의 배려였다. 그 대신 1루수(262이닝)와 좌익수(8이닝), 중견수(2이닝)를 오갔다. 후반기에는 대부분 1루수로 나서 과거와 견줘도 될 만큼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올해는 다르다. 메인 포지션이 중견수다. 수비훈련은 대부분 외야에서 소화한다. 2루수와 마찬가지로 센터라인(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의 한 축인 중견수라는 점에서 포지션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중견수는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가 필수다. 좌익수와 우익수처럼 빠르게 휘는 타구를 처리할 일은 많지 않지만, 수비범위가 넓어 체력소모가 크다. 그러나 정근우는 중견수로서 필요한 이 조건을 두루 갖췄다. 2015시즌 중견수로 10경기(27.2이닝)를 소화했고, 2016시즌(5이닝)과 2017시즌(3이닝), 2018시즌에도 중견수로 나선 바 있어 그리 어색한 자리는 아니다.

정근우는 14일 삼성 라이온즈, 16일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2군과의 연습경기에 잇달아 중견수로 선발출장했다. 타구를 처리할 기회가 많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진행상황을 평가할 만한 자료 또한 많이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그는 “처음 해보는 건 아니니 크게 어려움은 없다. 연습할 때도 타구를 많이 잡아봤다”며 “첫발을 뗄 때 먼저 앞으로 나아가는 부분 등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2루수에 대한 미련도 더 이상은 없다.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오직 팀을 위해서다. “지난해 한용덕 감독님께서도 1루수보다 외야수를 먼저 말씀하셨다. 올해도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외야 글러브까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캠프지에 왔다. 어디든 서로 돌아가며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수비훈련의 3분의 2는 중견수, 3분의 1은 1루수 위치에서 한다.”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어떤 포지션이 더 수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의지가 느껴졌다. “편하고 안 편한 게 문제가 아니다. 팀의 구상대로 잘 맞춰서 하는 게 첫 번째다.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니 그에 맞게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싶다. 2006년(SK 와이번스 시절)에도 외야수로 엔트리에 들어갔는데, 그때도 어떻게든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어떻게든 보여주고, 살아남고 싶은 입장이다.” 말 마디마디에 절실함이 묻어났다.

오키나와(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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