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센세이션’ 삼성 박계범의 진심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입력 2019-04-2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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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박계범이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 | 강산 기자

프로에 입단하면 드래프트 지명 순번과 관계없이 동일선상에서 출발한다. 아마추어 무대와 환경이 다르니 성장속도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동기생의 성장과정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삼성 라이온즈 박계범(23)은 순천효천고를 졸업하고 2014시즌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17번)에서 지명받은 기대주다. 그러나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직전 해인 2016시즌까지 8경기에 출장하며 단 한 타석에도 들어서지 못했다. 입단 당시 기대했던 부분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본인보다 낮은 순번으로 지명된 동기생 김하성(24·키움 히어로즈), 상무 복무 중인 양석환(28·LG 트윈스) 등의 성장과 비교돼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다 보니 2019시즌은 박계범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토록 꿈꿔왔던 1군 첫 타석을 경험한 데다 팀 전력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올 시즌 처음 1군에 등록됐고, 24일까지 5경기에서 타율 0.429(21타수9안타), 7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667)과 출루율(0.458)을 더한 OPS도 1.125에 달한다. 수비에서도 실책 하나 없이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2군으로 내려간 김동엽의 부진과 주전 3루수 이원석의 부상으로 고민이 깊었던 삼성의 새로운 동력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조급할 법한데도 팀만 생각했다. 외국인투수 덱 맥과이어가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사이클링히트에 홈런 하나가 부족해(4타수3안타3타점)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이 걸려있어 수비만 잘하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팀의 수장인 김한수 삼성 감독도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박계범은 송구능력이 뛰어나다. 유격수와 3루수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며 “잘하면 계속 내보낼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은 박계범을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났다.

- 매일 새로운 느낌일 것 같다.

“많이 긴장되면서도 행복하다.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즐겁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 1군 콜업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다짐을 했나.

“야구를 못 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해보고 내려가겠다고 다짐하고 1군에 올라왔다.”


- 생각대로 마음껏 뛰고 있나.


“물론이다.(웃음)”

- 18일 포항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데뷔 6년만에 첫 타석에 들어섰을 때 느낌이 궁금하다.

“만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는데, 그 전까진 정말 많이 긴장했다. 그런데 만루 상황이라 오히려 긴장이 확 풀리더라. 어차피 못 치면 똑같이 못 치는 것이고, 결과가 좋으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겠구나 싶었다. 오히려 더 좋았다.”

- 신인드래프트 때 본인보다 지명 순번이 낮았던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자극받진 않았나.

“처음에는 그렇기도 했지만, 지금 (김)하성이는 워낙 높은 클래스의 선수다.(웃음) 내가 뭐라고 말할 수가 있겠나. 그저 내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 본인의 가장 큰 강점을 어필해달라.


“공 던지는 것, 송구는 정말 자신 있다. 발도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격과 수비력에 대해선 아직 제대로 말씀을 못 드리겠다.”


- 야구 철학이 궁금하다.


“기분이 좋아야 한다. 기분에 따라 많이 바뀌는 것 같다. 기분이 좋아야 야구가 잘되는데,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결과가 나쁘더라. 그래서 프로 입단 후에는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꾸준히 긍정적인 생각을 하다 보니 많이 바뀐 것 같다.”

- 주어진 기회를 확실히 잡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조건 수비다.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천천히, 급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천천히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 2019시즌이 끝났을 때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일단 1군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올 시즌이 끝났을 때는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대구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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